‘위안부 후원금 횡령 혐의’ 기소 4년만 유죄 확정
국회의원 임기 4년 동안 6억원 넘는 세비 수령
늦어진 재판 결과로 마땅히 실현돼야할 정의가 늦어질 때 자주 인용되는 법언이다.
대법원이 또 하나의 사례를 추가했다. 일본군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한 후원금 7958만원을 빼돌린 혐의 등으로 기소된 윤미향 전 의원에게 유죄 확정 판결을 내린 것이다. 윤 전 의원이이미 임기 4년을 채우고 국회를 떠난 지 6개월후 내려진 결론이다. 퇴임한 사람에 당선무효형을 내린 것은 ‘지연된 정의’의 대표적인 사례로 남게 됐다.
윤미향 전 의원.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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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14일 윤 전 의원의 업무상 횡령 등 혐의 선고기일을 열고 윤 전 의원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윤 전 의원이 기소된 지 4년2개월 만이다. 국회의원에게 징역형이 확정되면 당선이 무효가 된다. 하지만 윤 전의원은 국회의원으로서의 혜택을 모두 누리고 국회를 떠난 상태다.
윤 전 의원은 2011~2020년 위안부 피해자들을 돕기 위해 모금한 1억35만원을 사적으로 유용한 혐의(업무상횡령) 등으로 2020년 9월 재판에 넘겨졌다. 김복동 할머니의 조의금 1억2967만원을 개인 계좌로 모집한 뒤, 이 중 일부를 시민단체 후원 등 다른 용도로 사용한 혐의(기부금품법 위반) 등도 있다.
1심 법원은 윤 전 의원에게 벌금 1500만원을 선고했다. 검찰이 주장한 횡령액 중 개인 계좌로 보관한 정대협 자금 1718만원에 대해서만 유죄를 인정했다. 사기·기부금품법 위반 등 그밖의 혐의에서는 무죄 판결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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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2심 법원은 작년 9월 횡령액을 비롯해 유죄로 인정되는 범위를 대폭 늘리면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으로 형량을 높였다. 그 이유는 뭘까. 후원금 횡령 액수가 7958만원으로 늘었고, 김복동 할머니 조의금 명목으로 1억2967만원을 개인 계좌로 모금해 다른 용도로 사용한 혐의도 유죄로 인정됐다.
인건비를 허위로 계산해 여성가족부에서 6520만원의 국고보조금을 편취한 혐의도 유죄 판단을 받았다.
대법원의 판단은 원심과 같았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사기죄, 보조금법 위반죄, 업무상횡령죄, 기부금품법 위반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판단을 누락한 잘못이 없다”고 설명했다.
정의연은 대법원 판결 후 입장문을 내고 “대법원의 판단을 무겁게 받아들여 판결에 따른 책임 이행으로 여성가족부 국고보조금 반납 등을 곧바로 실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윤 전 의원이 4년 국회의원으로서 일하면서 받은 유·무형의 혜택은 돌려받을 수 없다.
윤 전 의원은 21대 국회의원 임기(2020년 5월~2024년 5월) 4년 동안 6억원이 넘는 세비를 받았다. 국회의원 보수를 일컫는 세비는 기본 급여에 명절 휴가 같은 상여 수당 등을 포함해 연 1억5000만원 넘게 지급된다. 의원에게 제공되는 차량 유지비와 유류비, 입법 및 정책개발비, 공무출장비, 홍보물·정책자료 발간비, 보좌진 지원금 등은 별도다. 연간 1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법원 안팎에서는 이 같은 재판 지연 결과가 결국 사법부에 대한 불신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우려가 쏟아졌다.
김기환 기자 kk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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