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액 절반은 빚더미 가스공사가 부담
지난 2월 14일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개미마을에서 한 주민이 다 쓴 연탄을 버리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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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올해 초 난방비 급등으로 여론의 거센 비판을 받은 뒤 취약 계층을 따뜻하게 보호하겠다며 지원 대책을 내놓았지만 정작 취약 계층 네 가구 중 하나는 한 푼도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정부의 난방비 지원 비용 절반 이상을 경영난이 심각한 한국가스공사가 부담해 관련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 한국가스공사, 한국지역난방공사, 한국에너지공단 등에서 받은 '2022년도 난방비 지원 내역'에 따르면 전국 기초‧차상위 계층 202만 가구 중 약 152만 가구만이 정부 난방비 지원을 받은 것으로 추산됐다. 산업부가 담당하는 ①에너지바우처 지원, 가스공사‧지역난방공사‧광해공업공단 등 에너지 공기업들의 ②도시가스 ③등유 ④액화석유가스(LPG) ⑤연탄 지원 현황을 전부 모아 기관별 중복 지원 가구 수를 뺀 결과다.
정부로부터 각종 연료를 살 수 있는 에너지바우처를 받은 가구 수가 112만, 도시가스 요금을 할인받은 가구가 27만7,000, 지역난방이나 집단 에너지 요금 중 일부를 현금으로 돌려받은 가구가 2만1,000, 등유‧LPG 구입비를 지원받은 가구가 8만1,000, 연탄쿠폰을 받은 가구가 1만8,000이었다. 약 50만 가구는 지원 혜택을 전혀 누리지 못했다.
국제 에너지 가격 폭등으로 지난겨울 전국적으로 난방비 대란이 벌어지자 산업부는 취약 계층 지원 대책을 발표하고 관계 부처 합동으로 '난방비 지원대책 집행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한다고 밝혔다. 이전까지 기초‧차상위 계층 중 노인, 장애인 등 일부 가구로 제한됐던 지원 대상을 모든 기초‧차상위 계층으로 넓히고 지원액도 15만~30만 원에서 59만2,000원으로 크게 올리는 게 핵심이었다.
신청 안하면 못 받는 지원제도...4분의 1이 혜택 못 받아
그래픽=김대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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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추가 혜택을 받게 된 기초‧차상위 가구는 직접 관계 기관에 신청을 해야만 지원받을 수 있었다는 점이다. 도시가스는 그나마 주민센터에서 지원 신청을 받았지만 지역 난방이나 집단 에너지를 쓰는 취약 계층은 일일이 난방공사, 집단에너지 민간 사업자 등을 찾아 난방비 지원을 신청해야 했다. 더구나 정부와 에너지 공기업, 민간 사업자들의 난방비 제도가 따로따로 운영돼 지원 사각지대의 규모조차 파악하기도 쉽지 않았다.
정부는 부처 합동으로 TF를 꾸려 한 달에 한 번씩 지원 현황을 파악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마저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기관별 집행 실태를 점검하기로 한 한국에너지공단은 "난방비 지원대책 집행 TF의 회의 운영을 도왔지만 해당 공급 구역 내 취약 계층 지원은 기관들이 알아서 했다"고 밝혔다. 취합 자료가 없다는 뜻이다. 공단 다른 관계자는 "취합하는 별도의 기관은 없는 걸로 안다"며 "각 기관이 산업부에 알리는데 실제 보고가 이뤄지는지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난방비 지원에 실제 쓰인 비용은 6,048억 원이었는데 이 중 국비는 2,767억 원에 불과해 생색은 중앙부처가 내고 부담은 산하기관이 졌다는 비판도 나온다. 난방비 지원 집행비 중 가스공사는 3,239억 원, 난방공사는 34억5,000만 원, 민간 사업자인 집단에너지협회는 8억3,000만 원을 냈다. 올 초 추가로 난방비 혜택을 받은 기초‧차상위 계층은 정부에서 에너지바우처를 받는 게 아니라 가스공사에서 요금을 할인받거나 난방공사와 집단에너지 사업자에게 낸 요금의 일부를 현금으로 되돌려받았는데 이 비용을 각 기관이 떠맡았다.
김용민 의원은 "난방비 지원 발표만 하고 집행은 나 몰라라 한 결과 가장 어려운 국민들 상당수가 제대로 난방비 지원을 받지 못하는 일이 생겼다"며 "올겨울을 대비해 정부가 직접 지원하는 에너지바우처 대상자를 확대하는 등 책임 있는 집행이 이뤄지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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