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07 (토)

[사설] ‘트럼프 스톰’에 휘청 한국 경제, 지금처럼 하면 길 없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국일보

시각물_미국 대선 이후 코스피 추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가 아직 출범하지도 않았는데, 벌써 그 충격이 한국 경제를 뒤흔들고 있다. 한국 경제 상황을 보여주는 척도인 원화 가치가 급락하자 당국이 구두경고에 나섰는데도, 원·달러 환율은 1,400원대에서 크게 움직이지 않는다. 한국 기업 실력을 보여주는 증시는 한 달 전 2,600선이던 코스피 지수가 트럼프 당선 후 2,500선이 붕괴하더니 이젠 2,400마저 위태롭다. 특히 트럼프 당선 이후 경기 부양에 대한 기대감으로 미국은 물론 일본 대만 등의 주가가 일제히 상승했고, 심지어 무역 분쟁 최대 피해국으로 지목된 중국 증시마저 올랐는데 유독 한국만 폭락했다. 지난 1주일간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 수익률은 세계 최하위를 기록했다.

트럼프 2기 정부가 본격 가동하면 세계 경제는 고율 관세로 인한 고물가, 또 그에 따른 고금리 등의 충격을 피하기 어려워진다. 특히 한국은 수출·수입 등 무역의존도가 세계 최고 수준이어서 대외 충격에 취약하다. 이를 최소화하려면 특정 지역과 업종에 편중된 수출의 다변화와 내수 확대 등 중장기 경제 체질 개선을 꾸준히 진행해야 한다. 하지만 “비상한 각오”만 외쳐왔을 뿐 구체적 실행은 흐지부지되면서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다. 특히 내수는 장기 침체에 빠져 있다. 대표적 내수 업종인 도소매 취업자가 지난달 3년 3개월 만에 최대 감소를 기록했고, 소매 판매는 2년 반째 줄어들면서 가장 긴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트럼프 스톰’이 다가오고 있는데 이를 막아줄 방파제는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윤석열 대통령 임기 반환점을 맞아 ‘역대 최고 수출’ ‘물가 조기 안정’ 같은 보도자료를 내놓으며, “상황판단도 제대로 못 한다”는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상황이 심상치 않자, 어제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다시 “비상한 각오”를 언급했다. 하지만 각오로 풀 수 있는 단계는 이미 지났다. 행동에 나서야 할 때이며, 최우선적으로 야당에 협조를 요청하는 노력부터 보여야 한다. 야당도 정부를 도와 당면한 위기 극복에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