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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화성연쇄살인사건 범인 자백

"은행 지점장 데리고 회장님 노릇"…수원 빌라왕 근저당만 517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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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수원판 빌라왕' 정모(59)씨가 2013년 12월 처음 매입한 팔달구 인계동 7층짜리 다세대주택 전경. 손성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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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빌라왕’ 정모씨 부부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다는 피해 신고가 잇따르면서, 정씨 부부가 수십채의 원룸·오피스텔 건물을 소유하게 된 경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수원에만 정씨 부부 등 일가 소유 건물이 32동(591호실)에 달해서다.

정모(59)씨는 2013년 12월 20일 수원 인계동의 7층짜리 다세대주택(원룸 42개 호실)을 직전 소유자의 근저당권 채무(채권최고액 10억3200만원)를 떠안으며 매입했다. ‘수원 빌라왕’의 시작을 알리는 매매계약이었다. 정씨 부부의 건물을 2017년부터 중개했다는 부동산공인중개사 A씨는“정씨가 처음에는 원룸이나 오피스텔 건물관리업을 하면서 돈을 모아 통건물을 사들였다”며 “청소부였다거나 택배 기사였다는 소문도 있지만, 컴퓨터 부품 소매업을 했다고 자기 스스로 말한 적 있다”고 말했다.

수원시에 따르면 정씨는 인계동 원룸 건물 매입 한달여 뒤인 2014년 1월26일 주택임대사업자 신고를 했다. 5개월 뒤인 6월, 정씨는 임대인으로 처음 전세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고 신고했다. 이후 정씨는 2014년 8월 영통구 망포동 5층 도시형생활주택 건물을 추가 매입했다. 2015년 4월과 2016년 2월엔 아내 김모(53)씨가 각각 인계동 6층 다세대주택, 세류동 5층 빌라를 사들였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 1년에 한 동씩 매입한 셈이다.

2017년부턴 더 공격적으로 건물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2017년 2월 인계동 5층 빌라, 세류동 6층 오피스텔(34개 호실)을 사들였다. 2018년 3월에는 보름 사이에 5층 도시형생활주택 3동을 사들였다. 2019~2021년 3년에 걸쳐 추가로 건물 10동을 매입했다. 정씨 등의 수원 시내 건물 쇼핑은 지난해 6월 채권최고액 44억4000만원이 책정된 12층 오피스텔을 사들이며 마무리됐다. 전세사기 피해를 주장하는 임차인들은 정씨가 이밖에도 화성·용인·양평 일대에도 건물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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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의혹을 받고 있는 정모(59)씨가 2013년 12월 매입한 원룸 건물 1층에 게시된 소방안전관리자 현황표에 정씨 이름이 쓰여 있다. 손성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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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씨 일가가 소유한 수원 시내 건물 32동의 전체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결과, 1·2금융권에서 잡은 근저당 액수는 총 517억9080만원으로 집계됐다.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아 임차인이 신청한 가압류가 수원지법에서 결정된 건물도 세류동(2곳), 신동(1곳) 등 3곳이다. 정씨 부부는 건물을 사 벌어들인 돈을 기반으로 프랜차이즈 요식업에도 진출했지만, 최근 식당을 모두 정리한 것으로 파악됐다.

정씨 부부 소유의 부동산은 대부분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보험에 가입할 수 없어 피해자들이 고스란히 보증금 미반환 피해를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다. 정씨 부부 물건을 중개한 공인중개사 B씨는“정 사장이 부동산 호황일 땐 은행 지점장들을 데리고 다니면서 회장님 노릇을 했다”며 “인계동 한복판에서 이탈리안 레스토랑도 한다고 해서 믿고 물건을 중개했는데, 결국 무너져 임차인들 볼 낯이 없다”고 한탄했다.

정씨 일가 전세 사기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이날 정오 기준 임차인 92명으로부터 고소장을 접수했으며 피해액은 120억여원으로 추산했다. 전세사기피해대책위원회를 결성한 임차인들은 오는 13일 오전 10시 수원시청 앞에서 피해자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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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남부경찰청. 손성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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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성배 기자 son.sungb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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