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항저우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한국 국가대표팀은 이번 대회 e스포츠 4종목에서 메달을 땄다. 아시안게임에서 e스포츠가 사상 처음으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가운데, 한국은 총 7개 종목 중 4개 종목에 출전했고 금메달 2개, 은메달 1개, 동메달 1개 등을 획득한 것이다. ‘FC 온라인’ 종목에서 동메달을 따낸 것을 시작으로 ‘스트리트 파이터 V’에서 첫 금메달을 땄다. 이어 세계적인 인기 e스포츠 종목인 ‘리그 오브 레전드(LoL)’에서 강팀인 중국과 대만을 연달아 꺾고 금메달을 획득했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종목에서는 은메달을 기록했다.
한국e스포츠협회(KeSPA)는 선수들이 아시안게임에 집중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 지원했다. LoL 대표팀에게는 아시안게임 경기에서 사용되는 게임 버전을 조기에 구해 연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경기 방식이 크게 바뀐 배그 모바일의 경우 크래프톤과 협업을 통해 국내 선수로 구성된 스크림(비공식 평가전) 팀을 구성, 실전과 같은 환경에서 연습할 수 있도록 도왔다.
김철학 한국e스포츠협회 사무총장은 “선수들이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는데 최선을 다했다”며 “항저우 경기장과 가장 유사한 규모의 핸드볼 경기장을 대관해서 소음, 조명 등을 경기장 환경과 비슷하게 훈련하는 등 단기간에 훈련 효과를 극대화하는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게임 산업과 e스포츠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작년 3월 보고서를 통해 “게임과 e스포츠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속도로 빠르게 성장해왔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뉴주(Newzoo)의 통계를 인용해 2018년 1380억달러였던 전 세계 게임 매출이 8%에 가까운 연간 성장률을 기록하며 올해 200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연간 전 세계 박스오피스 수익, 음악 스트리밍 및 앨범 매출, 자산 규모 상위 5개 스포츠 리그의 수익을 모두 합한 것보다 많은 수준이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은 e스포츠 종주국으로서 입지를 공고히 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K-게임이 앞으로도 e스포츠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려면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수년 전부터 자본과 시장 규모에서 중국에 뒤지며 e스포츠 주도권을 내준 상태다. 선수들의 기량에만 의존하고 있을 뿐 e스포츠 시장 규모와 인프라, 정부의 투자·지원 체계 등이 세계 수준에 못 미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22 e스포츠 실태조사’를 보면 2021년 기준 세계 시장에서 국내 e스포츠 산업 비중은 9.9% 수준으로, 2019년 16.5%, 2020년 14.6%에서 매년 줄어들고 있다.
e스포츠는 다음 아시안게임이 열릴 나고야, 도하에서도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지난 6월에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e스포츠 위크’를 열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K-게임들이 다음 아시안게임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려면 장기적인 지원책과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게임 플레이 자체가 일반 사람들이 이해하기 쉽게 만들어져야 한다. 다른 유저들과 대결하는 양상이면서도 한 게임당 걸리는 시간이 길지 않아야 하고 전략적 요소도 있어야 한다. 배틀그라운드의 경우 크래프톤이 꾸준하게 글로벌 대회를 개최하며 e스포츠 활성화에 심혈을 기울여왔다.
종목 다양화뿐 아니라 선수 육성, 사회적 인식개선도 동반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선수로서 꾸준히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는 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완성도 높은 작품을 개발하려는 게임사들의 의지, 정부의 지원과 세제 혜택 등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김 사무총장은 “중국을 비롯해 북미, 유럽 등이 e스포츠에 투자를 집중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가장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부분은 우수한 인재, 즉 ‘맨파워’”라며 “학교 스포츠에 e스포츠를 포함한다든지 선수들이 어릴 때부터 훈련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인기·비인기종목,아마추어·프로 모두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는 게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변지희 기자(zh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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