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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4 (월)

"줄어든 국가 R&D 예산 … 과학도들의 꿈까지 위축시킬까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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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경이 만난 사람 ◆

매일경제

이광형 KAIST 총장이 매일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의사과학자 양성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KA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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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 학생들이 의대로 몰리는 것은 우리 사회의 고질적 문제입니다. 이번 과학계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이 이공계 학생들에게 '의대를 선택해야 한다'는 메시지로 비칠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한국 과학기술계 대표 인재 양성 기관인 KAIST의 이광형 총장이 최근 대전 유성구 KAIST에서 진행된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정부의 과학계 R&D 예산 삭감에는 비효율을 줄이자는 생각이 담겨 있지만 학생들에겐 이 생각이 잘못 비칠 수도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대한민국 입시에서 우수 인력이 모두 의대로 향하는 '의대 블랙홀' 현상이 더욱 강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이 총장은 "과학기술 R&D 예산 삭감이란 외형적 현상만 놓고 보면 초·중·고 학생들에게 '과학기술에 희망이 있다'고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현재 과학기술을 공부하고 있는 대학생들도 자칫하면 의대를 간다고 흔들릴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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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내년도 정부 R&D 사업 예산을 약 21조5000억원으로 책정했다. 올해 대비 3조4500억원(약 13.9%) 감소한 것으로 1991년 이후 33년 만의 국가 R&D 예산 삭감이다.

정부는 그간 R&D 투자가 급격하게 늘어나며 비효율이 발생했다고 보고 있다. 유사 중복 사업과 기업 보조금 성격의 나눠주기식 사업 등이 크게 늘었다는 판단이다.

정부 R&D 예산 대수술로 KAIST 내년도 주요 사업비 예산 역시 11.5%가량 줄었다. 이 총장은 "반찬 5개를 놓고 식사하다가 반찬 4개를 놓고 밥을 먹는 것처럼 기존에 하던 것을 축소해야 한다"며 "이번 삭감이 R&D의 비효율을 걷어내고 효율적 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 계기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총장은 학생들에 대한 투자는 축소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조직의 긴축을 추진하지만 학생들을 위한 기숙사나 식당에는 투자를 늘리고, 미국 뉴욕대·KAIST 공동 캠퍼스 등을 통해 학생들의 견문을 넓히는 기회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이 총장은 "다른 것은 긴축을 하더라도 학생들에 대한 혜택은 절대 줄이면 안 된다"며 "학생들에게 R&D 삭감 여파가 미치지 않도록 하는 게 최우선 목표"라고 말했다.

이는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의대 광풍'을 막기 위해서다. 최근 전 세계가 인공지능(AI)이나 반도체, 우주 등 차세대 첨단산업 인재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한국에선 우수한 학생들이 의대로만 몰리고 있다.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N수생'(검정고시 포함) 비율이 28년 만에 최고치인 35.3%를 기록했다.

우수한 학생들이 의대로 몰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이공계를 전공해서는 의사만큼의 연봉과 대우를 받는 직업을 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지극히 합리적 선택인 셈이다.

이 총장은 "이공계 다양한 분야에 뛰어난 인재가 분배돼야 국가 경쟁력의 최고 자산인 과학기술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저출산 문제와 더불어 의대 쪽으로만 우수 인력이 몰린다면 향후 과학기술인이 실종되는 사태도 벌어질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결국 연구를 수행할 과학기술인이 사라지고 국가 과학기술력이 급락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란 분석이다.

이 총장은 "이런 사태를 막으려면 초·중·고 학생들이 과학기술을 선택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며 "최우선적으로 학생들을 위하다 보면 그런 환경에 대한 이야기가 초·중·고 후배들에게 전해지고 이 역시 과학기술계에 우수 학생을 끌어모으는 하나의 인센티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총장은 "학생들에게 과학기술에 본인 그리고 국가의 미래가 있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며 "KAIST는 국가 과학기술특성화대학으로 이런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총장은 학생 교육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화하기 위해 우수한 교원을 대거 영입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학생들이 다양한 분야에 걸쳐 식견을 얻을 수 있도록 여러 분야에서 활동한 사람을 교수로 영입하고 있다. 성악가 조수미 씨와 이수만 SM 창업자, 스테인드글라스 예술 거장 김인중 신부 등을 초빙석학교수로 임명한 것도 궤를 같이한다.

이 총장은 "학생들은 국가의 핵심 미래 자산이자 미래 먹거리를 양성할 주역"이라며 "학생들이 과학기술 분야를 선택할 수 있도록 여러 인센티브를 만드는 데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이광형 KAIST 총장

△1954년 전북 정읍 출생 △1978년 서울대 산업공학 학사 △1980년 KAIST 산업공학 석사 △1985년 프랑스국립응용과학원(INSA Lyon) 전산학 박사 △1985년 KAIST 전산학과 교수 △1994년~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정회원 △2006~2012년 KAIST 과학영재교육연구원 원장 △2021년~ 제17대 KAIST 총장

[고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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