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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4 (월)

“구토 묻고 망가진 차량 배차” 택시기사, 사측 괴롭힘에 분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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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택시 노동자 분신 사건이 일어난지 하루가 지난 27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조합원들이 서울 양천구 해성운수 앞에서 불법행태를 자행하는 사업주 처벌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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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앞에서 분신을 시도한 택시기사 방영환씨가 위독한 상태로 파악됐다. 방씨는 사측의 부당해고와 임급 체납에 항의하는 1인 시위를 227일간 이어가다 몸에 불을 붙였다.

방씨가 입원한 한림대학교 한강성심병원에서 27일 기자와 만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박해철 수석부위원장은 “(방씨가) 온몸에 붕대 감고 있고 의식 없는 상태”라고 했다. 방씨는 전날 오전 8시26분쯤 양천구 신월동의 해성운수 앞 도로에서 온몸에 인화물질을 뿌리고 분신을 시도해 전신에 73%의 화상을 입었다. 가족과의 연락이 닿지 않아 방씨 곁은 공공운수노조와 택시지부, 민주노총 해복특위, 노동당 관계자들이 지키고 있다.

방씨는 해성운수에서 부당해고를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향신문이 확보한 항소심 판결문에 따르면 해성운수는 방씨가 최저임금에 관한 권리 주장을 포기한다는 취지의 합의각서와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자 2020년 2월 방씨를 해고했다. 방씨는 당시 무기계약직 근로자로 전환돼 근로계약서를 새롭게 쓸 필요가 없는 상태였다.

방씨는 자신이 노조활동을 하자 사측이 ‘찍어내기 해고’를 했다며 같은 해 8월 해고무효확인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부당해고를 인정하고 해고 기간 지급했어야 할 총임금 1690만원을 지급하라고 명했다. 사측은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도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10월 해성운수가 방씨를 부당해고했다고 확정했다.

법원은 방씨에 대한 사측의 괴롭힘도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는 원고가 새로운 근로계약서를 작성할 때까지 승무정지를 명하고 배차를 해주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사측은 방씨가 무단결근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인정할 객관적 증거가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방씨는 분신 전 작성한 글에 “노동조합 설립 이후 7년간 야간만 근무했던 저를 주야간으로 승무변경하고, 폐차 직전인 차량을 배차하고, 승객이 뒷좌석에 구토를 한 차량을 세차도 하지 않고 배차하는 등 불이익을 줬다”며 “30도가 넘는 한여름에 에어컨이 고장 난 차량을 끌고 나가라고 하기도 했다”고 적었다.

경향신문

택시 노동자 분신 사건이 일어난지 하루가 지난 27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조합원들이 서울 양천구 해성운수 앞에서 불법행태를 자행하는 사업주 처벌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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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는 방씨가 복직한 이후에도 사측이 제대로 된 임금을 지불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노조는 이날 해성운수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복직 이후에도 다시 최소배차와 최저임금 미만 월급지급을 일삼다가 차량승무를 아예 배제하고 급여 전액을 미지급하는 등 치졸한 괴롭힘을 반복했다”고 했다.

방씨는 분신 시도 전날까지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1인 시위를 하는 모습을 올렸다. 방씨는 “226일차 사업주 임금체불 착취 규탄 및 택시 완전월급제 시행 촉구 선전전에 연대 발언을 해주신 동지 여러분 고맙습니다”라고 썼다.

노조는 방씨가 깨어날 때까지 교대로 방씨 옆을 지킬 예정이다. 노조 관계자는 “방씨가 해오던 해성운수 규탄 집회도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이홍근 기자 redroo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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