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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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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閑담] “어? 여기에도 있네” 여의도 증권가가 앞다퉈 로봇 바리스타 들인 사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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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서울 여의도 한 증권사에 있는 두산로보틱스의 바리스타 로봇 '닥터 프레소'. /노자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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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 KB증권 본사에는 수상한 바리스타가 있다. 지난 3월 KB증권에 취직한 이 바리스타는 11층 구석에 마련된 작은 카페에서 일한다. 카페의 손님은 모두 주식발행시장(ECM) 본부 소속 직원들이다. 손님은 키오스크 클릭 한 번으로 커피를 주문할 수 있고, 이 바리스타는 눈 깜짝할 새에 시원한 아메리카노를 만들어 낸다.

KB증권 직원들의 상쾌한 아침을 책임지는 이 바리스타의 이름은 닥터 프레소. 두산로보틱스가 출시한 바리스타 로봇이다. 닥터 프레소는 미래에셋증권 고객 센터에서도, NH투자증권 3층 카페에서도 커피를 만들고 있다. KB증권과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닥터 프레소가 근무하는 세 증권사에는 또 다른 공통점이 있다. 지난 22일 32조원 이상의 시중 자금을 끌어들이며 흥행 대박을 일으킨 두산로보틱스의 대표·공동 주관사라는 점이다.

두산로보틱스는 올해 하반기 기업공개(IPO) 시장 대어(大魚)로 꼽힌 기업이다. 지난 11~15일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는 참여 기관의 90% 이상이 희망 공모가 범위(밴드) 상단 이상인 2만6000원에 베팅하며 86조원의 자금이 몰렸다.

증권사들은 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해외 대체 투자 부분에서 타격을 입으며 최악의 실적을 내고 있다. 올해 2분기 국내 60개 증권사의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72.9% 감소했다. 증권사들로서는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이 더해진 현재, 훈풍이 불고 있는 IPO 주관에 역량을 집중해야만 하는 상황인 것이다.

증권사들은 IPO 주관사에 선정되기 위해 치열한 영업 전쟁을 벌이고 있다. 증권사들이 수천만원에 달하는 두산로보틱스의 닥터프레소를 고용한 이유다. 이번 두산로보틱스의 딜이 완료되면 주관사들은 공모금액의 1%를 수수료로, 성과에 따라 최대 0.5%를 성과보수를 받게 된다. 공모금액을 기준으로 추산한 수수료와 성과보수 최대치는 63억원에 달한다.

기업을 향한 증권가의 애정 공세는 이뿐만이 아니다. 법인차를 전부 전기차로 바꾼 곳도 있다. 대표적인 곳이 하나증권이다. 전기차로 바꿈으로써 전기차 협력업체와 2차전지 업체 등으로부터 좋은 이미지를 받고자 한 것이다. ESG에 관심 많은 증권사라는 이미지도 심어줄 수 있다.

지난해 K-콘텐츠 열풍이 뜨거울 때는 제작사의 호감을 얻으려고 바쁜 일상 중에도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의 OTT를 모두 구독하며 이동 중에 드라마만 본다는 임원도 있었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최근 증권사들이 수익 개선을 위해 최저 입찰을 불사하면서라도 공격적인 영업 정책을 펼치고 있다”며 “기업과 신뢰를 형성하면 IPO 이후 추가 자금 조달에서도 주관을 맡을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더 친해지려고 노력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종용 기자(deep@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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