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투자자, 김범석 대표 등에 주주대표소송
쿠팡 “근거 없는 주장… 각하 요청서 제출”
김범석 쿠팡Inc 대표 겸 이사회 의장. 한겨레 자료 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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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쿠팡과 김범석 대표 등 전·현직 임원들이 현지에서 노동인권 침해와 안전소홀 등으로 인한 주가폭락을 이유로 ‘집단소송’(class action)과 ‘주주대표소송’(derivative suit)을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집단소송은 원고가 기업의 잘못으로 피해를 입었다며 피해자 전체를 대표해 보상을 요구하는 것이며, 주주대표소송은 주주가 임원들에게 책임을 물어 회사에 피해액을 배상할 것을 요구한다.
6일 미국 뉴욕남부연방법원과 재미 언론인 안치용씨 등에 따르면, 지난 3월 쿠팡과 김 대표 등을 상대로 한 집단소송의 대표 원고로 뉴욕시 공무원연금을 지정했다. 지난해 한인 투자자 데이비드 최를 비롯해 노스캐롤라이나·뉴멕시코 재무부, 나야 펀드, 뉴욕시 공무원연금 등이 각각 제기한 집단소송을 병합한 것이다. 뉴욕시 공무원연금은 뉴욕시 경찰·소방·교사·교직원 등이 가입한 연금으로, 미국 내 4위 규모(총 330조원 규모)의 연기금이다.
이들은 법원에 제출한 소장에서 “쿠팡이 지난 2021년 3월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제출한 기업공개(IPO) 신고서에서 허위 또는 사실을 오인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것은 물론, 상장 이후에도 불공정 행위를 지속해 신고서를 믿고 투자한 이들에게 막대한 손실을 안겼다”며 연방증권법 위반에 따른 피해 보상을 주장하고 나섰다.
지난 8월에는 개인 투자자들도 잇달아 김 대표 등을 상대로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했다. 이들 역시 김 대표를 비롯한 임원들이 선관주의 의무(선량한 관리자의 주의 의무)를 어겼으며, 허위 또는 투자자가 오해할 수 있는 주장을 펼쳐 회사에 피해를 줬다고 주장했다.
뉴욕시 공무원연금 등 기관 및 개인 투자자들이 미국 뉴욕남부연방법원에 제출한 소장. 재미 언론인 안치용씨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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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소송의 대표 원고인 뉴욕시 공무원연금이 지난 5월 제출한 소장을 보면, 쿠팡의 열악한 노동환경이나 불공정거래 등이 소송의 근거로 돼 있다. 구체적으로 2020년 10월 심야근무를 하다 숨진 장덕준씨 등 ‘쿠팡맨’의 잇단 과로사가 쿠팡이 신고서 적시한 ‘안전한 근무환경’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당시 쿠팡맨으로 일하던 장씨는 체중이 15㎏이나 빠졌으며, 사망 당일 가슴 통증을 호소하기도 했다. 대구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장씨가 숨지기 전 마지막 일주일 동안 62시간10분, 숨지기 전 마지막 12주 동안은 평균 58시간40분을 일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쿠팡은 장씨 사망 초기 “최근 3개월간 고인의 주당 평균 근무 시간은 약 44시간”이라고 뉴스룸 등을 통해 주장했다가 산업재해가 인정되자 이를 삭제했다.
그뿐만 아니다. 쿠팡 부천 물류센터에서는 2020년 5월 마스크 미착용과 사회적 거리두기 미흡 탓으로 152명의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쿠팡은 방역지침을 준수했다고 반박했지만, 중부고용노동청 부천지청은 지난해 6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 혐의로 입건한 쿠팡 관계자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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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상장 뒤인 2021년 6월에 발생한 경기도 이천시 덕평물류센터 화재도 도마에 올랐다. 소방관 1명이 순직하는 등 대규모 피해가 발생한 이 화재 사건은 당시 비상벨이 울리자 관리 업체 직원은 6번이나 ‘복구키’를 눌러 비상벨 작동을 정지시켜 피해를 키웠다. 화재 이전에도 종합소방시설점검 등에서 스프링클러나 경보기, 방화 셔터 등 관련 결함 270여건을 지적받았으나 쿠팡은 이를 바로잡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문제를 두고 뉴욕시 공무원연금은 쿠팡이 상장 당시 제출한 신고서에 “우리는 직원과의 관계를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쿠팡맨을 직접 고용하고 유급휴가와 복리후생도 충분히 제공하고 있다. 혁신이 고객을 위한 더 나은 세상과 직원을 위한 더 나은 일터를 모두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등의 내용을 담았으나 실제로는 노동자의 건강권을 지속해서 침해하고, 기본적인 화재 안전 조처조차 따르지 않았다는 점에서 신고서 내용이 허위라고 강조했다.
공급업체와의 불공정 거래도 문제로 지적됐다. 공정위는 2021년 8월 △납품업자에게 경쟁 온라인몰의 판매가격 인상을 요구(2017∼2020년 9월)하고 △마진 손실을 보전하려고 납품업자에게 광고를 요구하고 △판촉비 전액을 납품업자에게 전가하고 △약정에 없는 판매장려금을 수취한 사실을 적발했다. 이에 공정거래법 및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혐의로 시정명령과 과징금 32억원을 부과했다. 여기에 자사 상품(PB)에 유리하도록 리뷰 순위 알고리즘을 조작하고, 비회원에게 ‘와우 회원’보다 낮은 가격으로 상품을 판매했다는 의혹에 대해 공정위가 조사에 나선 사실도 지적했다. 이를 두고 “쿠팡이 ‘수십만명의 공급업체와 판매자를 소규모로 지원하고 있다’ ‘쿠팡 웹사이트와 모바일 앱에 광고할 기회를 제공한다’고 밝혔는데, 서비스 구매를 강요하거나 자사 상품 가격을 조작하는 등의 불공정 행위를 했다는 사실은 공개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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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의 주가는 2021년 3월11일 상장 당시 공모가 35달러로 시작해 49.52달러로 마감했다. 하지만 이후 노동 착취, 물류센터 화재, 불공정 거래 등이 드러날 때마다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5일(미국 시각) 종가는 18.58달러로 공모가의 절반 수준이다. 이로 인해 투자자들은 큰 손실을 봤다. 뉴욕시 공적연기금도 상장 당시 468만여주를 1억2566만달러에 매입했다가 4100만달러 넘게 손해를 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윤승영 외국어대 교수(법학)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이에스지(ESG) 경영이 점점 중요해지는 상황에서 노동 환경·사회적 책임 등에 대해 쿠팡이 증권신고서 등 상장 과정에서 어떻게 설명했는지가 관건”이라며 “미국 최대 약국 체인인 옴니케어가 증권신고서를 허위로 작성한 혐의로 제기된 집단소송에서 대법원은 기각했지만 2심에서 회사의 책임이 인정된 바 있고 점점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추세여서 원고의 승소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김우찬 고려대 교수(경영학)는 “국내에도 집단소송과 주주대표소송이 가능하긴 하지만 미국이 훨씬 수월하다”며 “미국에 상장해 국내 규제는 피했지만, 이같은 소송의 위험은 더 크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쿠팡은 대기업집단임에도 동일인은 피해가고 있다. 동일인으로 김범석 대표가 지정될 경우 배우자와 친인척의 보유 주식 현황과 이들의 계열회사와 맺은 거래 내역도 공시해야 한다
이에 대해 쿠팡 쪽은 “이런 소송은 미국에 상장한 대부분의 주요 회사들이 일반적으로 겪게 되는 것으로, 본 소송들은 근거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실제 위반 행위가 있었다는 점을 제기하지 못하고 있어 이에 대해 이미 각하 요청(motion to dismiss the suit)을 제출했다. 쿠팡은 이러한 근거 없는 주장들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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