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은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선대 회장 유족 측으로부터 상서로운 동물을 형상화한 서수상(瑞獸像)으로 추정되는 석조각 2점을 기증받았다고 29일 밝혔다. /문화재청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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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졌던 서울 광화문 월대(月臺)의 가장 앞부분을 장식하던 조각상이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선대 회장 유족의 기증에 따라 제자리를 찾게 됐다. 올해 10월까지 월대 복원 작업이 진행되는 가운데, 이번 기증으로 당시의 모습과 더욱 가깝게 복원이 이루어질 전망이다.
문화재청은 이건희 회장이 생전에 소장했던 석조각 2점을 기증받았다고 29일 밝혔다. 해당 조각상은 월대에서 임금이 다니던 길의 가장 앞부분을 장식하던 ‘상상 속 상서로운 동물상’(서수상‧瑞獸像)이다. 월대는 궁궐의 중심 건물에 설치한 넓은 기단으로, 궁궐 정문에 난간석을 두르고 기단을 쌓은 건 광화문 월대가 유일하다. 이 서수상은 광화문 월대를 상징하던 핵심적 건축 요소였으나 일제강점기 월대가 철거‧훼손되면서 없어진 이후 행방이 묘연했다.
그러다 최근 이건희 회장 소장품 중에서 한 쌍의 서수상이 뒤늦게 확인됐고, 유족들은 “의미있게 활용되기를 희망한다”며 국립고궁박물관에 기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서수상은 그동안 경기 용인시에 있는 호암미술관 야외에 전시돼 있던 것으로 파악됐다. 호암미술관은 삼성그룹 창업주인 고(故) 이병철 회장이 수집한 미술품을 바탕으로 1982년 4월 개관한 미술관으로, 서수상은 개관했을 당시부터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광화문 월대 소맷돌 모습을 찍은 유리건판. 파란색으로 표시한 부분이 서수상이다. 다만 이 사진은 1910년대 서수상 위치가 달라진 뒤 찍은 것으로 추정된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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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은 이번에 기증받은 서수상 2점이 조선 고종 시절 경복궁 재건 당시 사용된 것으로 보고 있다. 형태와 규격, 양식 등이 과거 광화문 월대 사진자료 속 모습과 일치하기 때문이다. 또한 광화문의 해치상, 경복궁 근정전 월대의 서수상과도 양식적으로 유사한 면이 있다. 여기에 뿔의 개수나 눈썹, 갈기의 표현 방식 등을 남아있는 서수상과 비교해볼 수 있다는 면에서 가치는 더욱 크다.
문화재청은 28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서수상 기증식을 개최하고 이건희 회장 유족에게 감사장 등을 수여했다. 유족들은 2021년 ‘문화유산 보존은 인류 문화의 미래를 위한 시대적 의무’라는 고인의 뜻을 이어받아 국보와 보물 등 국가지정문화재 60건을 포함한 미술품 2만3000여 점을 국가기관 등에 기증했다.
7월 24일 공개된 국립청주박물관의 '어느 수집가의 초대' 특별전 모습.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 회장 일가가 기증한 여러 청자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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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증식에서 최응천 문화재청장은 “광화문 월대 복원에 기여해주신 이건희 회장 유족에게 깊이 감사드리며 해당 유물을 잘 활용해 광화문 월대 복원, 더 나아가 경복궁 복원을 성공적으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광화문 월대는 동구릉(경기도 구리시)에서 보관 중이던 난간석 부재 등 50여 점과 이번에 기증된 서수상 2점 등 원래의 부재를 되살림으로써 보다 당시의 모습과 가깝게 복원될 것으로 보인다.
문화재청은 광화문 월대 복원을 마무리하는 오는 10월 중 기념행사를 열어 서수상을 포함한 광화문 월대를 국민들에게 공개할 계획이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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