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단체 “환경 당국 정체성 없어” 환경장관 사퇴 요구
지난해 8월4일 경남 창녕군 길곡면과 함안군 칠북면 경계에 위치한 창녕함안보 일대 낙동강에서 녹조가 관찰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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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가 24일 ‘제4차 규제혁신전략회의’에 내놓은 ‘환경영향평가 킬러규제 혁신 방안’은 사실상 거의 모든 하천공사에 환경영향평가를 면제하고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지자체에 이양하는 것을 뼈대로 한다. 환경 정책의 근간이 된 환경영향평가 제도를 근본부터 흔들게 될 제도 변경을, 연구 용역와 관련 논의도 없이 갑자기 발표한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이날 공개된 환경영향평가 규제 완화 방안을 보면, 긴급한 재난대응 사업과 하천기본계획에 포함된 하천정비사업에 대해 환경영향평가를 면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천기본계획은 국가하천은 물론 지방하천∙소하천에 수립되기 때문에, 앞으로 보와 제방 건설, 대규모 준설 등 거의 모든 하천공사는 환경영향을 평가받지 않아도 된다.
환경부 관계자는 “최근 재난 대응 관련해서 신속하게 대응하는 체계를 만들어야 하는 필요성이 제기돼 이번 방안을 낸 것”이라며 “하천기본계획 수립 당시 전략환경영향평가를 하기 때문에 이때 환경영향을 한꺼번에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전략환경영향평가는 국가의 주요 계획 단계에서 계획의 적정성과 입지의 타당성을 보는 절차다. 반면, 환경영향평가는 국가 및 민간의 사업 단계에서 환경에 미칠 영향을 구체적으로 예측, 평가하고 보전 방안을 마련하도록 하는 것이다.
환경부는 재난 대응을 위해 하천공사의 환경영향평가를 면제하겠다고 했지만, 이미 재난 응급조처를 위한 사업은 면제 대상이어서 이런 환경부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보다는 ‘금강∙영산강 보 해체 및 개방’ 등 지난 정부의 물관리 정책을 무위로 돌린 환경부가 중소형 댐 건설과 지천 정비를 뼈대로 하는 ‘포스트 4대강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환경영향평가라는 걸림돌’을 제거하려고 한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환경부 관계자는 “중소형 댐의 경우, 댐 관련 법률을 적용받기 때문에 이번 면제 대상이 아니다. 다만, 보나 제방 등 하천시설물은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환경부는 또한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각 지자체의 조례에 따른 환경영향평가로 대체하겠다고 밝혔다. 환경부 관계자는 “광역 지자체 17곳 가운데 서울, 경기, 인천, 부산을 포함한 10곳이 자체 조례를 두고 있다”며 “하지만, 지난 5년 동안 99건만 진행됐을 정도로 실제 운영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각 지자체가 조례를 제정하도록 유도해 소규모 개발 사업에 대한 평가 권한을 지방 정부로 완전히 이양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지역개발 욕구가 많은 지방정부가 얼마나 환경영향평가를 엄격히 운영할지는 미지수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지난 2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사전 브리핑에서 ‘화학물질 관리 등 환경 킬러규제 혁파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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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관련 작업을 추진하고 있는 간이평가도 환경부는 도입 방침을 재확인했다. 간이평가는 환경영향이 크지 않은 사업에 대해 환경영향평가 절차를 마련하고 환경보전대책을 마련하는 것으로 갈음하는 것이다.
이밖에 환경부는 최근 산업계를 중심으로 개정 요구가 빗발쳐 최근 개정 작업에 착수한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에 관한 법률’ 등을 연내에 마치겠다고 밝혔다. 연간 0.1t 이상 생산할 때 신규 화학물질을 등록하던 것을 유럽연합 기준인 1t 이상으로 완화하는 내용이 뼈대다. 2011년 ‘가습기 살균제 사태’와 2012년 ‘구미시 불산 사고’ 이후 등록 기준을 강화한 것인데, 총 2천억원의 경제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이유로 예전으로 되돌리기로 한 것이다.
이와 더불어 온실가스 배출권 이월 제한 규정을 완화하겠다고 환경부는 밝혔다. 현행 배출권거래제는 거래 시장 활성화를 위해 미사용 배출권의 이월을 제한하고 있는데, 지난달 이런 ‘제한 규정이 배출권 가격을 지나치게 낮춰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보고서가 나왔다. 반면 환경단체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기업의 책임과 의무를 강화하는 최근의 추세를 거스르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번 규제 완화 방안에서 △하천의 환경영향평가 면제 △온실가스 배출권 이월 완화 등은 시행령이나 지침 개정만으로 가능해 환경부가 조만간 추진에 들어갈 예정이다. 반면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의 지자체 이양 △신규화학물질 등록 완화는 법률 개정이 필요해, 이에 비판적인 야당을 설득하려면 쉽지 않아 보인다.
환경단체 생태지평은 “재난 대응이라는 이름으로 ‘4대강 사업 시즌2’를 하겠다는 것”이라며 “규제 혁파가 환경을 죽이는 ‘킬러’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주요 환경단체가 모인 한국환경회의는 “환경부가 발표한 내용은 환경 당국으로서 더는 국토환경 훼손이나 화학물질 원인 안전사고 발생, 탄소중립 실천에 대해서 책임지지 않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며 한화진 환경부 장관의 사퇴를 요구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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