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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이슈 최악의 위기 맞은 자영업

아이스크림점 전기료 아끼려 간판도 껐다…계속되는 폭염에 자영업자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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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무더위에 자영업자들 전기료 걱정

자영업자들 “월 200만원 전기료에 기계 작동 최소로”

“손님 오기 전까지 미니 선풍기 틀고 버틴다”

“에어컨 바람 가두려고 문풍지 붙이기도”

헤럴드경제

서울 강남구의 한 치킨집에서 일하는 송경순(69) 씨는 가게 냉방비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손님이 들어오기 전까진 에어컨을 틀지 않고 작은 선풍기로 더위를 식힌다고 했다. 안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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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안효정·김영철 기자] 지난 22일 오후 3시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아이스크림 가게. 영업 시간에도 가게 간판은 꺼져 있고 실내 조명도 어둡게 깔려있다. 가게 내 무인 단말기(키오스크)와 아이스크림 메뉴를 보여주는 전자 화면 4개는 모두 전원이 꺼졌다. 실내 에어컨 역시 2대 중 1대만 가동되고 있었다. 가게에 있던 10대 손님 두 명이 손부채질을 하며 ‘가게 안이 덥다’고 하자 가게 주인 이모(61) 씨는 켜진 에어컨 바로 밑 자리를 안내하기도 했다.

이씨는 “6월 전기료가 200만원 넘게 나와 나름대로 강구책을 만든 것”이라며 “냉방비 몇십만원이라도 아끼려고 전원을 끌 수 있는 건 모두 껐다”고 말했다.

가을이 시작되는 ‘처서’(處暑)를 맞이했음에도 꺾이지 않는 더위에 자영업자들의 냉방비 걱정이 늘고 있다. 손님을 맞이하려면 에어컨을 가동할 수밖에 없지만 전기 요금은 지난해보다 큰 폭으로 올라서다. 그러다 보니 자영업자들은 기계 전력 사용을 최소화하는 등 전기 절약에 애쓰고 있다.

서울 강남구의 한 치킨집에서 일하는 송경순(69) 씨의 경우 매장에 손님이 오기 전까진 에어컨을 틀지 않는다. 영업 준비 시간에는 지름 15㎝ 정도의 선풍기에 의존한 채 치킨을 튀긴다고 했다. 땀이 목덜미를 타고 흘러내리고, 입은 옷이 축축해져도 송씨는 “올 여름 더위랑 싸우다 살이 4~5kg 빠졌다”며 “냉방비가 하도 많이 나오니 별 수 있겠느냐”고 털어놨다.

한국전력공사에 따르면 전기 요금은 지난해부터 올 2분기까지 5번에 걸쳐 kWh(킬로와트시)당 총 40.4원 올라 누적 인상률은 1년 6개월간 39.6%에 달한다. 자영업자의 부담을 우려해 정부는 지난 6월 여름을 앞둔 3분기 전기요금을 동결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폭염(일 최고기온 33도 이상) 일수가 총 19일로 지난해(10일) 보다 늘어나고 올 여름 평균 기온이 작년보다 오르면서 자영업자들의 전기료 부담은 여전하다. 올 여름 무더위는 절기상 더위가 가신다는 처서 이후로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서울 양천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36) 씨도 무더위가 이어지자 에어컨 트는 시간을 줄이고 있다. 최근에는 햇빛 차단을 위해 창마다 커튼을 달고 에어컨 바람이 가게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도록 문 틈엔 문풍지를 붙였다고 했다. 그럼에도 김씨는 “손님들은 시원한 카페를 기대하니까 전기 절약엔 한계가 있다”며 “직원에게 에어컨은 마감 30분 전엔 꼭 꺼 달라고 부탁한다”고 말했다.

코로나 이후에도 고물가, 최저임금 인상 등 악재가 이어지면서 전기료를 미납할 자영업자들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지난해 초부터 단계별로 방역완화 조치가 완화됐지만 전기료를 못낸 자영업자들은 증가했다. 신영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자영업자에게 주로 적용하는 일반용 전력 기준 전기료 요금 체납 건수는 지난해 7만9387건으로 2021년(6만949건)보다 9895건 늘었다.

자영업자의 전기료 부담을 덜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이성원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사무총장은 “전기료가 작년보다 많이 올라 여름 더위가 길어질수록 자영업자에 대한 에너지 지원이 절실해진다”며 “전기를 덜 사용하면 요금 부담을 줄여주는 ‘에너지 바우처 정책’ 대상으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포함시키는 등 지원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an@heraldcorp.com
yckim645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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