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투자자 신뢰를 잃은 국내 액티브 주식형 펀드 시장이다. 국내 자본 시장에서는 설정액 1조원 이상 ‘공룡 펀드’가 사라진 지 오래다. 우리 펀드 시장이 구조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고비마다 굵직한 사건이 연이어 터지며 시장을 퇴보시켰다. 최근 급락장에서 선물 시장 수급만으로 현물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는 ‘왝더독’ 현상이 잦은 것도 취약한 현물 수급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자본 시장은 액티브 주식형 펀드 등 간접 투자 상품 중심으로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를 갖춰야 한다는 게 다수 전문가 견해다. 그래야 전체 자본 시장의 변동성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우리 시장은 이와 정반대로 가고 있다. 한국거래소가 집계하는 투자자별 순매수 상위 종목을 보면, 올해 개인 투자자의 ‘2차전지 쏠림’은 그대로 관찰된다. 지난 1월 2일~7월 27일 개인 순매수 상위 종목 5개 종목은 포스코홀딩스, 에코프로, LG화학, SK이노베이션, 엘앤에프 등 모두 2차전지 관련주다. 쏠림 현상이 절정에 달했던 지난 7월 이들 종목의 거래 빈도도 최대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거래 빈도란 특정 종목에 대한 정규 시장 접속매매의 체결 건수다. 거래 빈도가 많을수록 유동성이 크다는 의미로, 주가가 상승하자 더 많은 ‘불개미’가 달려든 것으로 분석된다.
둘째는 텔레그램발 정보 유통이다. 펀드 시장의 신뢰 상실로 개인 투자자의 직접 투자가 늘면서 텔레그램 메신저에서 투자 관련 각종 채널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흔히 ‘받은 글’이라 불리는 미확인 정보가 빠른 속도로 유통되면서 주가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과거와 달리 부쩍 늘었다고 시장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이런 사례가 단적으로 드러난 게 지난 7월 25일 LS그룹주 급등이다. 이날 오전 9시 40분을 전후로 텔레그램 투자 정보 채널에서는 동시다발적으로 ‘(받은글) LS…제2의 POSCO홀딩스 가능성’이라는 제목의 출처 불명의 텍스트가 유통되기 시작했다.
시장 전언을 종합해 시간대별로 추적해보면, 7월 25일 오전 모 증권 전문 방송에서 LS 추천주가 언급되고 뒤이어 텔레그램 채널에서 출처 불명의 ‘LS 받은 글’이 돌기 시작했다. 이 글은 삽시간에 여러 채널로 확산했다. 불과 몇 분 만에 LS 주가가 급등해 변동성 완화장치(VI)가 발동되더니 상한가로 거래를 마쳤다. LS는 시가총액 3조원이 넘는 대형주다. 한국거래소에서 상·하한가 제한이 15%에서 30%로 확대된 이후 단 한 번도 상한가에 근접한 적이 없었다. 애널리스트 분석보고서에는 꿈쩍 않던 시가총액 조 단위 지주사 주가가 출처 불명의 텔레그램 ‘받은 글’에 언급되자 상한가를 기록하는 촌극이 빚어진 것이다.
사정이 이렇자 증권가에 ‘월급 통장으로 보는 ‘수급 쏠림의 타이밍’ ’이라는 보고서까지 등장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하인환 KB증권 애널리스트는 “월급을 단일 변수로서 일반화하는 것은 전혀 아니며 여러 수급 요인 중 하나로 고려해본 것”이라는 전제를 뒀다. 그는 “코스피와 코스닥의 ‘상승 종목 수/하락 종목 수’ 비율을 계산한 후 일자별 평균을 산출했다”며 “그 결과, 주요 월급 날 전후인 21~27일에는 평균적으로 상승 종목 수보다 하락 종목 수가 더 많았으며 월말 월초인 28일~익월 5일에는 상승 종목 수가 하락 종목 수보다 더 많았다”고 분석했다. 요약하면 월급일 직후 21일에서 27일 사이에는 수급의 쏠림이 나타난 뒤 그 이후부터 수급이 다소 분산되는 패턴을 보인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LS그룹에 관한 ‘받은 글’이 돌았던 때도 수급 쏠림 패턴이 보였던 25일 오전이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21호 (2023.08.09~2023.08.1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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