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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나 변호사야”…서이초 교사들이 밝힌 막나가는 ‘학부모 갑질’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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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 학부모 민원으로 괴로워했다”
“소리 지르는 학생 환청 들려 얘기도”
서울교사노동조합에 제보 쏟아져
“욕먹고 매맞고 죽는 것까지 봐야 하나”
교사들, 교권 추락 현실에 울분 토해


매일경제

[사진 제공 = 서울교사노동조합 인스타그램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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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한 교사가 교내에서 극단적 선택으로 숨진 사건과 관련해 동료 교사들의 ‘학부모 갑질’ 제보가 이어지고 있다.

사건과 관련 학교 측에서 함구령을 내렸던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사건의 파장이 커지면서 학부모 갑질 폭로가 마치 미투 운동처럼 번지는 모양새다.

서울교사노동조합은 21일 “202X년부터 서이초에서 근무했었거나, 현재도 근무하는 교사들의 제보를 받았다”며 “고인의 사인이 개인적 사유에 있다는 일부 보도가 초등학교 담임교사가 짊어져야 할 고질적인 문제를 전혀 짚고 있지 못한다는 점에 개탄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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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 서울교사노동조합 인스타그램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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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가 최근 2~3년 동안 서이초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교사들의 제보를 취합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학교폭력을 담당했던 A교사는 학교폭력 민원과 관련된 대부분의 학부모가 법조인이었으며 “나 뭐하는 사람인지 알지? 나 변호사야”라는 말을 하는 학부모도 있었다고 밝혔다.

숨진 교사와 함께 근무했다는 B교사는 “경력이 있었던 나도 힘이 들었는데 저경력 교사가 근무하기에는 매우 힘든 학교였다”며 “울면서 찾아온 후배 교사에게는 위로를 해 주고 도움을 준 적이 있으나, 전체적으로 그러지 못했다”며 자책했다.

노조는 또한, 숨진 교사의 학급 학생이 연필로 다른 학생의 이마를 긋는 사건이 있었다며 이 사건과 관련된 학부모가 고인의 개인 휴대전화로 수십 통의 전화를 했다는 증언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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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 서울교사노동조합 인스타그램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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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사실을 노조에 알린 C교사는 소름이 끼친다고 하며 고인이 방학 후 휴대전화 번호를 바꿔야겠다고 말했으며, 출근할 때 소리 지르는 학생의 환청이 들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고도 했다.

D교사는 해당 사건과 관련, 학부모가 교무실로 찾아와 고인에게 ‘애들 케어를 어떻게 하는거냐’, ‘당신은 교사 자격이 없다’라는 말을 했다고 노조에 전했다.

노조는 교사들의 이같은 제보 내용을 공개하며 “아직 경찰에선 ‘의혹을 확인할 수 있는 외부 정황이 없다’는 의견만 내놓고 있다. 그러나 학부모의 과도한 민원과 학생 생활지도의 어려움을 짐작할 수 있는 여러 정황을 추가 제보를 받아 확인했다”고 밝혔다.

노조 측은 또 “고인의 죽음은 학부모의 민원을 오롯이 담임교사 혼자 감당해야 하는 현재의 제도와 무관하지 않다”며 교육청과 교육부의 진정성 있는 대응을 촉구했다.

노조 한 관계자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동료들 사이에서 “(교사들이) 욕 먹고 매 맞고 이젠 죽는 것까지 봐야 한다”는 하소연이 터져 나오고 있다며 추락한 교권의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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