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분도 실리도 잃어"…역대 2번째 낮은 인상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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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당 9860원의 내년도 최저임금을 두고 경영계와 중소·자영업자, 노동계 간 입장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사용자 측은 어려운 경기상황 속 인건비 부담이 더 늘었다는 푸념의 목소리가 높지만, 근로자들 사이에선 고물가 속 실질임금은 오히려 후퇴했다는 반발이 터져나온다.
뉴스1에 따르면 최저임금위원회는 19일 제15차 전원회의에서 10차례 수정안에도 합의도출에 실패하자 노사안을 표결에 부쳐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 9620원보다 2.5% 오른 시간당 9860원으로 확정했다. 월 209시간 근로 기준으로는 206만740원이다.
수출 감소와 경기 위축으로 경제상황 전반이 침체기인 상황을 감안해 경영계는 그간 최저임금 동결, 나아가 삭감까지 주장하며 최저임금 인상 억제를 강력히 주장해왔다.
특히 경영계는 최근 5년간 최저임금이 가파르게 상승해 인건비 부담이 급격히 늘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최근 5년 최저임금의 전년대비 인상률은 △2019년 8350원·10.9% △2020년 8590원·2.87% △2021년 8720원·1.5% △2022년 9160원·5.05% △2023년 9620원·5.0%를 각각 기록했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 대비 2.5% 증가한 시간당 240원 오르면서 부담이 늘게 된 경영계와 중소·자영업자들은 경영상 어려움에 따른 일자리 축소는 물론, 장기적으로 물가까지 끌어올려 경제 활력이 떨어지는 악순환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이번 최저임금 결정은 주요 지불 주체인 소상공인의 절규를 외면한 무책임한 처사"라며 "소상공인이 더 이상 고용을 유지하기 힘든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소공연은 "소상공인 절반 이상(58.7%)이 최저임금 인상 시 신규채용을 축소하겠다고 했다. 44.5%는 기존인력을 감원하겠다고 한다"며 "이번 인상 결정은 소상공인의 '나 홀로 경영'을 더욱 심화시켜 결국 근로자의 일자리를 대폭 사라지게 하는 후폭풍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중소기업 현장은 저성장·고금리로 지불능력이 저하됐고, 경제 불확실성으로 인해 경영활동이 위축된 상황"이라면서 "향후 업종별 구분 적용 시행과 결정기준에 기업의 지불능력을 반영하는 제도 개선이 조속히 이뤄지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영세기업과 자영업자들은 인건비 부담으로 경영 애로가 가중될 것"이라고 밝혔고, 대한상공회의소 역시 "한계에 몰린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경영 부담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무역협회는 "우리 상품의 경쟁력 악화뿐 아니라 고용규모 축소로 이어질 것"이라며 수출 둔화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경영계와 대척점에 있는 양대노총을 비롯한 노동계의 분위기도 좋지 않다. 물가상승률에 못미치는 최저임금 인상률로 실질임금은 오히려 감소했단 점에서 적지 않게 실망하는 분위기이다.
고용노동부의 사업체노동력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 1분기 근로자 1인당 월평균 임금총액은 416만4000원으로, 전년동기 408만4000원 대비 2.0% 증가했다. 그러나 물가수준을 반영한 근로자 1인당 월평균 실질임금은 377만3000원으로 전년동기 387만6000원 대비 2.7% 감소했다. 1분기 실질임금이 하락한 것은 2020년 이후 3년 만이다.
특히 노동계는 '비혼 단신 생계비'의 경우 작년 기준 월 241만원이 넘어 전년 대비 9.34% 증가했다고 지적해왔다. 올해 최저임금 인상률 5.05%에 비하면 최저임금 노동자의 실질임금은 4.3% 삭감됐다며 대폭 인상을 주장했다.
노동계는 이같은 실질임금 감소 통계 등을 근거로 최초안으로 올해보다 26.9% 오른 1만2210원을 제시하며 협상에 나섰지만,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산정한 '시급 1만원'은 물론 최저임금위원회 중재안에도 못 미치는 성과에 그쳤다.
나아가 최저임금 인상률이 2021년(1.5%)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수준에서 결정이 나는 과정에서 양대노총간 불협화음까지 불거지면서 노동계의 분위기는 더 침울하다.
노동계 한 관계자는 "애초 공익위원들이 근로자의 손을 들어줄 것이라는 기대감도 없었지만, 노동계 대표들의 협상 전략도 부재했던게 아닌가 싶다"며 "시급 1만원 상징성만 고집하다 실리도 잃고, 대정부 투쟁전략 연대에도 금이 가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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