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차의 공습]
'중국 전기차=가성비'로만 판단한다면 큰 착각..."기대해 달라"
최신 배터리 접합 기술로 뛰어난 주행거리와 높은 공간활용도 완성
직원 9명중 1명은 엔지니어...'안전은 가장 큰 럭셔리'
"일본이나 유럽보다 늦었지만 그만큼 완벽하게 준비했다. 극강의 가성비 모델부터 패밀리카를 넘어 최상위 럭셔리까지···내년 1월 한국 소비자들이 직접 겪어보고 비야디(BYD)에 대한 정의를 새롭게 내려달라."
지난 20일 중국 선전 BYD 전시장에서 한국 기자단과 만난 류쉐량(劉学亮) 비야디 아시아태평양 자동차 영업사업부 총경리는 "비야디는 지난 8년간 상용차를 통해 한국 대중교통 전동화에 기여했고, 이제 최상위 수준의 기술력과 제품으로 한국 승용차 전동화 과정에 참여하고자 한다"면서 "2025년 1월 비야디의 제품 라인업과 6개의 딜러 협력사, 보험·금융·물류 등 한국 사업 전반의 파트너사들을 직접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비야디는 1995년 IT 제조 업체로 출발해 약 30년만에 전 세계 전기차 판매 1위를 석권한 중국 기업이다. 비야디의 지난해 판매량은 302만대로 전년대비 62% 증가했으며, 연매출은 6023억 위안(약 116조6000억원)이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세계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비야디가 22.3%로 1위이며, 2위인 테슬라(11.0%)와는 두 배 이상 차이다. 현재 95개국 400개 이상의 도시에서 친환경차를 선보이고 있다.
류쉐량 총경리는 왕촨푸(王傳福) 비야디 회장을 도와 초기 창업을 주도한 20명 가운데 핵심 인물이다. 그는 "글로벌 자동차 산업은 100년에 한 번 마주할 수 있는 혁신의 시기를 경험하고 있다"며 "친환경차는 130년 역사의 전통 내연기관차를 대체하는 것은 물론, 기술 사회의 발전을 감당할 혁신의 매개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야디의 한국 진출 제1의 목표에 대해서는 "우선 비야디의 친환경차를 경험하게 하는 것"이라며 "한국의 친환경 생태계와 손잡고 전 지구적인 녹색경제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덧붙였다.
비야디의 첫 출격 모델은 오션(해양) 시리즈의 대표 모델 '씰'이 유력하다. 비야디는 중국에서 다이너스티(왕조), 오션, 팡쳥바오(개인 맞춤형), 덴자(다임러 AG와 합작한 고급브랜드), 양왕(최상위 프리미엄) 등 5개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씰은 '바다의 미학'을 콘셉트로 외관에 물개 디자인을 적용한 오션 브랜드의 대표 모델이다. 올해(1~10월) 내수 판매량은 28만6832대로, 비야디의 대표 스테디셀러다.
씰에는 비야디가 자랑하는 블레이드 배터리와 최신 배터리 접합 기술인 CTB(Cell-to-Body) 방식이 적용됐다. 리튬·철·인산(LFP)을 소재로 한 블레이드 배터리는 배터리셀을 칼날처럼 길고 평평한 모양으로 제작해 모듈이라는 중간 매개체 없이 전기차와 배터리를 직접 접합한다. 이 기술의 가장 큰 장점은 전기차에서 가장 많은 무게를 차지하는 철강 부분을 제거하고 그 자리에 배터리 팩을 직접 결합해 전체적인 높이를 낮추면서도 공간 활용도를 기존대비 50% 이상 높였다는 점이다. 동일한 공간에 더 많은 배터리를 넣을 수 있어 LFP의 단점으로 지적된 에너지 밀도를 크게 개선시켰고, 주행거리도 늘렸다. 또 비틀림 강성 등 충격에 대한 내구성도 강화했다는게 비야디 측 설명이다.
닝리방(宁立邦) 비야디 오션시리즈 제품 총괄 개발자는 "배터리 팩 하단에서 약 5mm, 상단에서 약 10mm를 줄여 총 15mm 가량 높이를 낮췄기 때문에 디자인 혁신이 가능했고, 아울러 차량 실내 공간과 연비도 크게 개선됐다"면서 "특허 기술을 통해 배터리 온도 제어 효율성과 안전성도 향상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날 현장에서 비야디 측이 준비한 NCM(니켈·코발트·망간)과 블레이드 배터리 안전성 시험에서 날카로운 못(충격물)이 배터리를 관통하자 NCM 배터리는 강력한 열폭발과 함께 화재가 발생했지만 블레이드 배터리는 화염이나 연기 등 어떠한 현상도 발생하지 않았다. 닝리방 개발자는 "46톤 무게의 트럭이 배터리 위를 밟고 지나가는 압착 테스트, 오븐 속 섭씨 300도까지 가열하는 발화 테스트 등 극한의 환경에서도 블레이드 배터리는 화재나 폭발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한국 시장 성공의 관건은 가성비다. 씰의 현지 가격은 싱글모터 모델 기준 22만 위안(약 4250만원), 듀얼모터 기준 28만 위안(5420만원) 수준이다. 국내에 투입될 경우 전기차 보조금 지원을 100% 받을 수 있는 5500만원 미만의 가격대에 출시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비야디는 씰(중형 승용차), 아토3(소형 SUV), 돌핀(소형 해치백)의 국내 출시를 위한 환경부 등 정부 인증 절차를 밟고 있다. 3가지 모델이 한국에 순차적으로 출시될 경우 2000만~4000만원대 후반 라인업이 완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비야디는 2025년 공식 론칭 첫 해에는 판매 목표를 설정하지 않는다. 류세량 총경리는 "우선 한국 소비자들이 비야디를 경험하는 것에 목표를 두고 브랜드를 전개할 방침"이라며 "패밀리카부터 럭셔리카까지 모든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한국에서도 마냥 저렴한 포지셔닝만으로는 비야디를 정의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소비자들이 일단 비야디를 체험한 뒤 브랜드에 대한 재정의를 내려주면, 그 뒤에는 시장에 제한을 두지 않고 매년 새로운 모델을 출시할 것"이라며 "'중국의 보조금 정책 때문에 비야디가 잘 팔린다' 인식은 지금 현실과는 맞지 않으며, 우리가 제품 경쟁을 통해 합리적인 선택지를 소개하면 한국 소비자들에게 (결국은)선택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을 계기로 한 대중 관세 정책과 글로벌 전기차 시장 캐즘 우려에 대해서도 '걱정하지 않는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글로벌 기업으로서 모든 국제사회의 관점, 제도를 존중한다"면서 "관세 문제는 매우 어렵지만 유럽에서도 빠른 성장을 한 경험이 있다"고 했다. 유럽연합(EU)이 중국 전기차에 최대 49%의 관세를 부과했지만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충분한 내성과 학습효과를 경험했다는 의미다. 그러면서도 "세금 부가는 결과적으로 최종 소비자들의 피해를 부추긴다"면서 "아마 가장 큰 피해자는 비야디가 아니라 현지의 소비자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기차 안전성에 대한 시장의 우려와 관련해서도 "새로운 기술의 보급과 활용은 늘 도전을 맞이한다"며 "안전성에 대한 우려는 과도기적인 현상"이라고 했다. 그는 "비야디는 올 3분기까지 판매량이 전년동기대비 36% 상승했고, 최근에는 친환경차 1000만대 생산 돌파 행사도 진행했다"면서 "'안전은 가장 큰 럭셔리'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KG모빌리티, 현대, 기아와 협력해 친환경차 시장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비야디의 거침없는 질주 배경에는 끊임없는 연구개발이 꼽힌다. 전 세계 90만명의 임직원 가운데 약 11%인 10만2800명의 인력이 연구개발(R&D) 인력이며, 전 매출의 6%를 R&D에 투자하고 있다. 류세량 총경리는 "배터리 제조업체로 출발한 비야디의 문화는 '엔지니어의 문화'"라면서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 중 가장 많은 엔지니어를 보유한 기업이라는 게 우리의 강점이자 빠른 성장 동력"이라고 말했다.
또 "이런 뛰어난 엔지니어들을 통해 비야디는 부품부터 완성차까지 100%를 직접 생산한다"면서 "2022년 186만대, 2023년대 302만대, 2024년 400만대 생산이라는 목표도 이미 달성했다"고 강조했다.
아주경제=한지연(=중국 선전) 기자 hanji@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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