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미국·일본·필리핀·호주와 국방장관 회의를 개최했다. 국방부는 지난 21일 김용현 장관은 로이드 오스틴 미합중국 국방장관, 나카타니 겐 일본 방위대신, 길베르토 테오도로 필리핀 국방부 장관, 패트 콘로이 호주 방위산업부 장관과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회의를 최초로 개최했다고 밝혔다. 한국을 제외한 4개국은 남중국해 등에서 중국이 공세에 맞서기 위해 만들어진 파트너십으로 ‘스쿼드‘(S-QUAD)라고 불린다.
김용현 국방부장관은 라오스에서 개최된 제11차 아세안 확대 국방장관회의(ADMM plus) 참석을 계기로 21일(현지 시간) 나카타니 겐(中谷 元) 일본 방위대신과 회담을 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
김 장관은 회의 후 도어스테핑 자리에서 회의 주제에 대해 “첫 번째는 북한의 러시아 파병 관련해서 강력한 규탄과 함께 국제사회가 긴밀히 공조해서 단호하게 대응하기로 했다”며 “두 번째는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자유로운 항해와 번영을 보장하기 위해서 5개국이 함께 긴밀히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회의에 참석한 국가들의 성격으로 보아 김 장관이 말한 첫 번째 안건인 ‘북한 파병’은 한국이 가져온 의제, 두 번째 안건인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자유로운 항해’는 한국을 제외한 국가들이 논의해오던 의제일 것으로 해석된다. 스쿼드는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출범한 협의체는 아니지만 이들 국가의 공통 관심사는 아시아 지역에서 중국의 안보 위협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이기 때문이다.
스쿼드는 남중국해 대부분의 영역에서 영유권을 주장하는 중국에 대응하기 위해 모인 국가들이다. 스쿼드의 ‘S’는 ‘Security(안보)’의 첫 글자다. 비전통적 안보 이슈를 논의해오는 협의체로 쿼드(QUAD)가 있지만 참여국 중 하나인 인도가 중국 견제에 일정 부분 선을 긋고 있기 때문에 ‘스쿼드’는 안보 협력을 매개로 하는 협의체 성격이 짙다.
김용현 대한민국 국방부 장관, 로이드 오스틴 미합중국 국방장관, 나카타니 겐 일본 방위대신, 길베르토 테오도로 필리핀 국방부 장관, 패트 콘로이 호주 방위산업부 장관이 21일(현지 시간) 라오인민민주공화국 비엔티안에서 회의를 갖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
실제로 남중국해에서 이들 국가의 움직임은 활발해지고 있다. 미국, 일본, 필리핀 3국 정상은 지난 4월 미국 워싱턴에 모여 중국의 남중국해 현상변경 시도를 비난했다. 5월에는 미국 하와이에서 미국, 일본, 필리핀, 호주 4개국 국방장관들이 모였다. 이때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이 협의체의 이름을 ‘스쿼드’라고 부르며 “우리는 인도-태평양에서 평화, 안정, 억제에 대한 비전을 공유하기 때문에 여기에 모였다”고 말했다. 4개국은 연합 군사훈련과 공동 해양순찰을 시행하기도 했다.
다만 국방부가 이번 회담이 남중국해 문제를 거론하는 자리로 해석되는 것을 피하려고 하는 움직임도 포착됐다. 통상 주요국과 양자 회담이 아니면 국방장관 회담은 보도자료 형식으로만 제공되는 경우가 많지만 이번에는 김 장관은 회담 후 도어스테핑을 하며 보도자료에 나오지 않은 북한의 러시아 파병 문제를 거론했다. 정부 관계자는 “우리가 중국 포위망에 들어가는 것처럼 비치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도 지난 21일 정례브리핑에서 스쿼드라 불리는 국가들 협의체와 성격이 다르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다만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을 중심으로 한 안보협력체제는 격자형으로 더욱 촘촘히 짜지고 있다. 각자 견제하는 대상과 대응하고자 하는 이슈는 다르지만 큰 틀에서 동맹과 우방국들이 사안별로 모여 중국, 북한, 러시아를 포위하고 압박하는 협력체제로 나아갈 가능성이 크다. 일본의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의 경우 ‘아시아판 나토’를 창설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기도 하다.
한국이 북한을 압박하기 위해 주변국들과 협력을 강화해 나갈수록 격자형 동맹의 한 축을 맡게 될 가능성도 커 보인다. 다만 남중국해나, 대만해협 문제 등 중국의 핵심 이익과 부딪힐수록 중국과의 충돌 가능성도 커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대학원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도 미국의 안보 책임과 비용을 줄이려고 할 것이고 중국 견제를 위해서는 소규모 다자안보협력체제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며 “윤석열 정부 들어 한국도 중국을 좀 더 견제하는 방향으로 나가는 것은 분명하고 앞으로 경제나 통상 영역이 아닌 안보 영역에서 중국과 충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구현모 기자 li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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