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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7 (금)

입양 보낸 118마리 암매장…숨 쉬는 널 땅속에 버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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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죄책감 이용해 돈 버는 신종 펫숍



‘파양동물 보호’ 돈 받고선 118마리 암매장

직원이 입양자인 척 꾸며 가짜 사진 찍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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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사체가 매장된 장소에서 유일하게 산 채로 구조된 웰시코기 럭키. 라이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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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난 지 3년 된 소형견, 몸무게는 약 3㎏, 중성화수술 완료, 양쪽 뒷다리에 슬개골 탈구 1~2기 진행 중, 피부질환으로 인한 탈모 진행 중, 분리불안 없음, 놀다가 흥분할 때만 짖는 편.’

이런 조건을 가진 반려견의 파양 비용은 얼마나 들까. 2023년 6월 ‘안락사 없는 보호소’라고 홍보하며 전국에 지점이 생기는 업체 두 곳에 각각 파양 상담을 진행했다. 업체는 파양한 반려동물을 ‘입소’시켜, 재입양될 때까지 돌봐준다고 말한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전화 등으로 문의하자 두 곳 모두 “기본 비용은 30만원”이라며 정확한 ‘입소비’는 방문 상담에서 안내받을 수 있다고 했다.

7월4일, 사전 상담을 한 업체 가운데 한 곳에 파양을 고려하는 고객으로 방문했다. 반려견의 상황을 열거하자 직원은 “정확한 비용은 (반려견을) 직접 보고 상담해야 알 수 있다”면서도 “이 친구의 경우 500만원 전후로 생각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아무래도 입양하는 분들이 예쁜 아이들을 선호하기 때문에 그런 (외형적) 특이점이 있다면 선호도가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건강하고 귀엽게 생겼다면 빨리 입양돼 비용이 적게 들겠지만, 반대의 경우 입양되기까지 기간이 길어질 수 있어 비용이 늘어난다는 취지였다.

이런 조건을 가진 반려견이 입양을 못 가면 어떡하냐고 묻자 직원은 자신 있게 이야기했다. “기간이 차이 나긴 하겠지만 모두 입양됩니다. 사실 저희는 입양 기간이 얼마나 걸리든지 상관없어요. 계속 보호하면 되니까요.”

사인은 질식사…숨 붙어 있을 때 묻혔을 가능성

‘파양’은 돈이 된다. ‘신종 펫숍’은 동물을 끝까지 보호하지 못하고 파양하는 보호자의 죄책감을 이용해 돈을 번다. ‘보호소’라는 간판은 유기동물을 입양하려는 사람들의 지갑을 열기 쉽다. 반려동물을 키우려는 사람이 늘고 실제 양육하는 사람이 늘면, 보호자가 끝까지 책임지지 못하는 반려동물도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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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4월 경기 여주시의 한 야산에서 동물 사체 118두가 매장된 채 발견됐다. 이름표가 있는 동물도 있었다. 동물보호단체 ‘라이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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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파양’을 산업화한 신종 펫숍이 영업을 시작한 시기는 2010년대 초로 추정된다. 돈을 받아 구조·파양 동물을 받고, 입양 보낼 때도 돈을 받는 영업전략은 4~5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성행했다. 동물보호단체들은 신종 펫숍에 맡겨진 동물들의 안위와 행방을 알 수 없다는 점을 문제 삼았으나, 이들이 제대로 보살핌을 받지 못한다는 구체적 증거는 많지 않았다.

이 물증이 대거 드러난 것은 2023년 올해 경기도 지역에서 처음이었다. 2월 경기도 광주의 불법 영업장에서 방치된 동물들이 발견된 데 이어, 4월 여주의 한 야산에선 동물 사체 118두가 매장된 채 발견됐다.

안락사 없는 보호소 등을 표방한 이천의 ‘ㄷ분양소’와 남양주의 ‘ㅎ쉼터’는 파양된 동물을 개체당 10만~30만원을 주고 처리업자에게 넘겼다. 처리업자는 여주 북내면 일대 야산에 동물들을 암매장했다.

“목걸이도 있고, 옷 입은 애들도 있고, 하네스랑 리드줄을 그대로 한 채 죽은 모습들을 보니까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사체가 완전히 부패한 것도 아니고 형태가 그대로 있었어요. 불과 얼마 전까지도 가족 품에 있었던 애들이 경기도의 이름 모를 야산에서 발견된 게 충격적이고 연민도 느껴지고… 좀 복잡한 심경이었죠.”

“목걸이, 리드줄 한 채로 죽은…”

세 차례 걸친 발굴 현장에 있었던 심인섭 동물보호단체 ‘라이프’ 대표는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말했다. 2023년 2월 ‘경기도 여주시 일대에 동물이 대규모로 묻혀 있다’는 제보가 부산에 있는 이 단체로 들어왔다. 3개월 동안 부산과 여주를 오가며 장소를 특정했고,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4월부터 한 달 동안 세 차례 동물 사체 118두가 묻힌 것을 확인했다. 심인섭 대표는 “각각 묻힌 동물이 대부분이었지만, 마대나 비닐봉지에 여러 동물이 든 채 땅에 묻혀 있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 사건은 에스비에스(SBS) 에 방영되면서 알려졌다.

단체는 정확한 사인을 알기 위해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부검을 의뢰했다. 위에는 음식물이 없었다. 사인은 질식사로 추정됐다. 동물의 숨이 붙어 있을 때 묻혔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였다. 이 밖에 두개골이 골절된 동물 사체도 28두였다. 참혹한 현장에서 유일하게 살아서 구조된 웰시코기 ‘럭키’의 몸무게는 8㎏에 불과했다. 단체와 연락이 닿은 보호자는 신종 펫숍에 맡기기 전 럭키의 몸무게가 15~16㎏이었다고 했다.

어쩌면 더 많은 사체가 발견됐을 수 있었다. 단체는 제보를 받은 뒤, 매장 장소를 추적하는 동시에 처리업자에게 넘겨진 동물 약 60마리를 구조했다. 심 대표는 “제보 뒤 매장 장소를 특정할 수 없는 와중에도 파양동물이 처리업자한테 계속 넘어갔다. 결과가 어찌될지 너무 뻔해서 가만히 보고 있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분양소 사라진 자리에 또 분양소

처리업자에게 동물들을 맡긴 신종 펫숍들은 보호자가 맡긴 동물이 입양됐다며 ‘인증 사진’을 보내기도 했다. 반려동물과 입양자가 함께 찍힌 사진이었다. 한 사람이 여러 반려동물을 각각 안고 사진을 찍었다. 새로운 입양자라고 사진 찍어 보낸 사람은 신종 펫숍 직원이었다. 단체는 피해자들의 민사소송을 지원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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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펫숍이 처리업자에게 넘긴 동물 사체 118두가 매장된 장소. 라이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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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양동물을 처리업자에게 넘긴 이천의 ㄷ분양소는 원래 ㄱ분양소가 있는 자리였다. ㄱ분양소는 문제가 보도돼 폐업한 곳이었다. 업체들은 논란이 되면 폐업 뒤 같은 자리에서 다른 상호로 영업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실제 경기도 수원의 한 신종 펫숍은 2020년 12월 폐업했는데, 이후 똑같은 자리에 ㅎ쉼터가 들어섰다. 남양주에 있는 ㅎ쉼터가 처리업자에게 파양동물을 넘겼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현재는 ‘ㅇ보호소’로 이름을 바꿨다.

“파양 수요가 있어 유지되는 신종 펫숍”

30대 이은주(가명)씨는 이런 사실을 블로그에 올렸다가 ㄷ분양소의 연락을 받았다. ㄷ분양소는 다른 업체라며 글을 지우지 않으면 법적 조처를 하겠다고 연락했다. 경찰에 사이버수사를 의뢰했다는 내용의 화면 갈무리와 내용증명 역시 이씨에게 보냈다.

온라인은 반려동물의 이미지가 유통되고 소비되는 주요한 통로다. 이런 신종 펫숍은 온라인의 여론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ㄷ분양소를 방문한 경험이 있는 이씨는 “직접 본 상황과 전혀 다른 후기를 여러 건 접했다”면서 “관계자가 방문자인 것처럼 후기를 조작하는 것으로 보인다”고도 전했다.

국가동물보호정보시스템을 보면, 지자체의 인허가를 받은 동물판매업체는 전국 총 3660여 곳에 이른다. 이 중 보호소로 위장한 ‘신종 펫숍’은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였다. 판매업자가 구매해 알선·중개하는 것은 ‘동물판매업’으로 분류되지만, 오히려 파양자로부터 돈을 받고 파양동물을 알선하는 행위는 법적으로 규정된 내용이 없다. 이 때문에 국회에서는 2021년 신종 펫숍을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동물입양중개업’을 신설하는 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파양 문화를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는 타당한 측면이 있었고 법안은 폐기됐다. 비영리 동물보호소가 아닌 경우 ‘보호소’라는 명칭을 쓰지 못하게 하는 방안도 논의되지만, 보호소 대신 요양원·요양보호소·쉼터·보육원 등의 명칭을 쓰는 경우 제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동물보호단체들은 근본적 해결책으로 동물 생산·판매업의 규제 강화를 제시한다. 손쉬운 파양이 가능한 배경에 손쉬운 입양이 있다는 것이다. 정진아 동물자유연대 활동가는 “신종 펫숍은 파양 수요가 있기에 유지되는 산업”이라며 “유기되는 동물을 줄일 수 있도록 생산·판매업이 규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개나 고양이 등 반려동물 농장은 사육시설의 관리 인력을 ‘동물 50마리당 직원 1명 이상’을 두게 돼 있다. 심인섭 라이프 대표는 “직원 혼자서 개 50마리를 적절히 운동시키고, 개들의 건강 관리를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정부가 생산시설의 동물학대를 용인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인력 기준과 시설 기준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동물은 물건이 아니라는 입법을”

심 대표는 “최소한 동물들을 보호하고 더 이상의 파양업체가 생기는 것을 막을 방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 대안으로 파양업체가 파양동물 보호와 입양에 대한 이력을 정확히 남기는 방법을 제안한다. 또 심 대표는 “동물등록제도와 연계해 새로운 보호자에게 입양된 동물이 등록됐는지 지자체가 확인할 수 있게 당장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물을 사고팔 수 있는 물건으로 여기는 사회 풍조의 전환을 위해 ‘동물의 법적 지위’를 신설하는 민법 개정안을 빨리 처리해야 한다는 주문도 있다. 이원복 한국동물보호연합 대표는 “이런 대량 동물학대 사건이 벌어진 배경에 ‘개 식용’이라는 악습, ‘동물은 물건’이라는 인식이 퍼져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며 “동물은 물건이 아니라는 내용이 법적으로 공시된다면, 동물을 물건 취급하는 인식을 바꾸는 선순환 구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혜미 기자 h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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