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지난 5월 31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민주노총 경고파업 결의대회 사전집회를 마친 뒤 세종대로를 향해 행진 하고 있다./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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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은 11일 오후 서울 광화문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민주노총이 이곳에서 오후 5~11시 집회를 갖겠다고 신고하자 경찰은 “퇴근길 시민들에게 큰 불편을 초래할 것”이라며 오후 5~8시 사이 집회는 금지를 통보했다. 그러나 법원은 민주노총이 낸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였고 경찰이 항고했으나 서울고법도 같은 판단을 내린 것이다. 법원이 집회·시위의 자유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을 보여주는 결정이다.
세계에서 우리처럼 집단 시위가 일상화된 나라가 없다. 집회·시위가 신고제여서 극히 일부 지역만 빼고 신고만 하면 경찰이 제어할 방법도 없다. 도심 광장은 물론 대로를 막고 집회·시위하는 것이 일상이고 이 때문에 시민들이 겪는 불편은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다. 연세대에서 민노총 청소·경비원들이 넉 달간 스피커 볼륨을 높이고 교내 집회를 벌이자 한 학생이 여러 법적 조치를 취했지만 모두 무혐의 또는 각하 처분이 나왔다. 현대차 복직을 요구하는 사람이 11년째 매일 서울 서초구 현대차 빌딩 앞 도로 한가운데인 ‘안전지대’에서 위험한 집회를 열어도 경찰과 구청이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민주당이 국회를 장악하고 있어 법을 개정할 수도 없다. 결국 집회 시위의 자유와 시민 일상의 자유 사이에서 균형을 잡을 유일한 곳이 법원이다. 경찰과 법원의 판단은 집회·시위 제한을 규정한 집회시위법 5~12조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갈리고 있다. 그런데 법원은 시민의 일상보다는 집회·시위의 자유를 우선하는 판결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집회·시위의 자유가 아무리 기본권이라 해도 다른 사람의 일상을 현저하게 해치는 수준까지 허용할 수는 없다는 것을 법원도 잘 알 것이다. 특히 다양한 미디어 등 얼마든지 의사 표현할 방법이 많은데 일부러 남에게 피해를 주려는 시위가 어떻게 자유를 누릴 수 있나.
시위와 집회의 목적은 자신들 의견을 전달하는 데 있다. 그것이 정도를 넘어서 다른 사람들에게 고통을 주고 다른 이들의 업무를 심각하게 방해하는 수준이면 어느 정도 제한하는 것이 맞는다. 법원의 판단이 달라졌으면 한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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