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언 정성호.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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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명의 자녀를 키우는 개그맨 정성호가 현재 정부의 저출산 대책으로는 아이를 낳게 할 수 없다며 “한 명부터 지원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최근 다자녀 혜택 기준을 ‘2자녀’로 바꿨는데, 그보다 더 강력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정씨는 지난 3일 JTBC ‘뉴썰’에 출연해 “집에 천사 다섯이 있다”며 “문제는, 천사가 이 땅에서 살려면 누군가 케어를 해줘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다섯 명의 천사를 보러 집에 일찍 귀가하지만, 아이들과 놀아주다 보면 “다크서클이 내려오는 걸 막을 수 없다”면서 웃었다.
다섯 아이와 정씨 부부 7명 가족의 한 달 생활비는 얼마일까. 정씨는 “엄마 아빠, 자녀가 있는 세 식구에서 입이 하나 늘어나면 숟가락 하나만 더 얹으면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며 “그러나 실제로 드는 돈은 배로 늘어난다”고 했다. 그는 매일 집에 쌀이 배달 오는 것 같은 느낌에 아내에게 물어봤더니 “그만큼 먹는다”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했다. 세 식구의 한 달 생활비가 200만원이라고 친다면 정씨는 “솔직히 거기에 곱하기 4를 해야 한다”고 했다.
그렇지만 정씨는 “아이를 많이 낳는 건 돈으로 되는 게 아니다”고 했다. 그는 “누군가는 제가 돈을 많이 벌어서 아이를 많이 가질 수 있다 거라고 얘기할 수 있다”며 “그렇게 따지면 대기업 회장은 아이가 천 명, 만 명 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고 했다. 정씨는 “아이를 기르는 데 필요한 건 돈보다는 희생”이라고 했다. 그는 요즘 젊은이들이 ‘내가 능력이 안 되니까 아이가 불행할 수 있다’는 생각에 출산을 기피하는 것 같다며 “하지만 그건 강하게 말하자면 희생을 못 하겠다는 뜻으로도 받아들일 수 있다. 내가 살던 생활 패턴을 조금이라도 바꾸지 않는다면 희생이 들어올 틈이 없다”고 했다.
코미디언 정성호, 아내 경맑음 부부와 다섯명의 아이들. /경맑음 인스타그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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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씨는 이를 위해 “엄마 아빠가 희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달라”고 했다. 회사에서 임신했을 때 ‘거봐, 결혼한다고 뽑지 말라니까’ 등의 눈치를 주는 분위기라면 누가 아이를 낳겠느냐는 것이다.
정씨는 “하루빨리 하나를 낳아도 그 아이를 위한 온전한 케어를 할 수 있게 나라가 다자녀와 똑같은 혜택을 줘야 한다”고 했다. 정부는 최근 저출산 위기에서 탈출하기 위해 다자녀의 기준을 ‘2자녀’로 바꿨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다자녀 가구의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2자녀 이상’에 대한 정부 지원을 대폭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공공주택 중 공공분양의 다자녀 기준을 ‘3자녀’에서 ‘2자녀’로 완화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정씨는 이를 두고 “아이 한 명을 낳아서 키우는데 엄마가 ‘이 정도면 한 명 더 낳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을 때 아이를 더 낳는다”며 “’하나도 힘든데 둘째를 만들면 아파트를 준다고?’ 하면서 아이를 더 낳을 사람은 없다”고 했다. 그는 정부 지원의 기준이 너무 까다로운 점도 아쉽다고 했다. 정씨는 “기준을 다자녀로 나누고, 버는 수입에 따라서도 혜택이 달라진다. 또 회사마다 혜택이 달라 직업에 따라 받을 수 있는 게 다르다”며 “그러니 아이를 낳는 게 더 힘들어진다”고 했다.
정씨는 “부모들이 바라는 건 내 아이를 키우니까 당연히 희생은 하지만, 희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달라는 것”이라며 “빠른 시일 내에 변화가 돼서 전 세계에서 한국의 출산 복지 정책에 대해 관심을 갖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고 했다.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가임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아기 수)은 0.78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8개국 중 꼴찌를 기록했다. 상황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올해 1분기(1~3월) 합계출산율은 0.81명으로, 1분기 기준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아이를 연말보다 연초에 낳길 선호하는 최근 풍조 탓에 출산율은 보통 4분기(10~12월)가 가장 낮다. 지금 흐름이 이어진다면 합계출산율은 지난해보다 더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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