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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48년 여순 현장에 ‘미놀타’ 메고 취재…2차 대전 스파이 카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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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모 박물관 ‘카메라의 역사 100년’ 특별전

옛 호남신문 사진기자 1400점 기증

카메라 통해 한국 근현대사 조망해


한겨레

고 이경모 사진기자가 기증한 2차 세계대전 당시 첩보 사진기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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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전 방문한 전남 나주 동신대학교 ‘이경모 카메라 박물관’에서는 실내를 가득 채운 다양한 사진기를 볼 수 있었다. 1889년 미국 코닥사의 첫 상용 사진기 ‘코닥 넘버 1’을 시작으로 소형사진기의 표준을 제시한 1925년 독일 ‘라이카’, 1948년 최초의 폴라로이드 사진기, 1950년대 이후 일본 니콘, 캐논 사진기 등 188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시대별 사진기를 보여주는 ‘카메라의 역사 100년’ 특별전이 열리고 있었다.

‘이경모 카메라 박물관’은 1940년대 옛 호남신문의 사진부장이었던 이경모(1926∼2000) 전 동신대 객원교수가 1996년 평생을 모은 사진기 1400여점을 기증하며 설립됐다. 그동안 영상박물관, 문화박물관 등으로 불리다가 코로나19 이후 재개관을 계기로 유족의 동의를 얻어 기증자의 이름을 박물관 명칭에 붙였다. 김동국 담당 직원은 “이경모 박물관의 첫 기획전시를 준비하며 사진기를 시대별로 분류해 근현대사를 간접적으로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며 “지금은 국내외에서 구하기 힘든 희귀품들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시 첫머리에 있는 코닥 ‘브라우니’(1890)는 간편하게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롤 필름 방식을 도입해 사진기의 대중화에 기여한 제품이다. 이후 1925년 독일에서는 작고 가벼운 ‘라이카’가 나오며 수많은 종군기자가 애용했다.

1940년대 사진기는 1, 2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더 작아지고 품질이 개선됐다. 전시장 중간에는 미국, 독일, 일본 등이 생산했던 초소형 스파이 카메라도 따로 모아놓았다. 최소한의 장치만 부착해 가로 10㎝ 내외 크기가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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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나주시에 있는 동신대학교 ‘이경모 카메라 박물관’ 전경.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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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이경모 사진기자가 기증한 2차세계대전 당시 첩보 사진기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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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9년 일본 캐논사가 출시한 ‘캐논 플렉스’ 제품은 영국과 미국, 독일 등이 주도했던 사진기 시장을 일본이 선점하는 계기였다. 기존 사진기들은 렌즈와 보기창(뷰파인더)이 떨어져 있어 원거리 촬영은 초점을 맞추기 힘들었지만 이 제품은 반사식 거울을 활용해 촬영자의 시야와 렌즈가 바라보는 각도를 일치시켰다.

북한이 만든 사진기도 출품했다. 북한은 1980년 자체적으로 제작한 ‘학무정-1’이라는 사진기를 출시했다. 우리나라는 1997년 일본 미놀타사와 제휴를 맺어 삼성에서 캐녹스를 내놨다. 이에 대해 허용무 동신대 학술문화정보원장은 “우리나라 사진기 출시가 늦은 것은 기술적 요인보다 판매량을 더 따져봤던 것 같다”고 해석했다.

이경모 전 사진기자가 한국전쟁에 들고 나갔던 ‘코닥 스페셜 반탐’, 여순사건을 취재했던 ‘미놀타 베스트2’ 등 한국 근현대사를 목격했던 사진기들도 전시돼 있다.

동신대 카메라 박물관은 후대를 생각하는 이 기자의 뜻이 있어 세워질 수 있었다고 한다. 1990년대 중반 한 대기업이 수억원에 보유 사진기를 넘기라고 제안했지만 이 기자는 지역 학생들의 교육과 연구를 위해 기증 의사를 굽히지 않았다고 했다. 허 원장은 “이경모 선생은 한국전쟁과 여순사건 등 굵직한 한국 근현대사를 기록했던 업적도 있지만 후대들을 위해 사진기를 기증한 업적도 크다”며 “이 선생의 뜻을 기려 앞으로도 꾸준히 기획전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내년 5월30일까지 열리며 관람객에게 100년 전 방식으로 사진을 찍어주는 행사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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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8년 여순사건을 취재하고 있는 이경모 옛 호남신문 사진부장. 동신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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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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