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조성... 388개 점포로 몸집 커져
매일 2만명 찾아 경기 동북부 최대시장으로
선제적 투자로 현대화 2030이 방문객 절반
거리축제에 먹골배 빵 등 특화 상품도 눈길
편집자주
지역 경제와 문화를 선도했던 전통시장이 돌아옵니다. 인구절벽과 지방소멸 위기 속에서도 지역 특색은 살리고 참신한 전략으로 사람들의 발길을 돌린 전통시장 이야기를 소개합니다.경기 구리시 구리전통시장 입구에 비 가림 지붕인 아케이드와 시장을 상징하는 캐릭터가 설치돼 있다. 구리전통시장 상인회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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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후 5시 경기 구리시 수택1동 구리전통시장. 평일 퇴근 시간 전이지만 시장 안은 사람들로 붐볐다. 중년 주부나 노인층이 많이 찾는 시장으로 생각했지만, 정작 시장 안을 가득 메운 사람들은 교복을 입은 10대 학생들과 2030 청년들이었다. 특히 곱창식당 10여 곳이 줄지어 들어선 골목에는 식당마다 손님들로 시끌벅적했다. 곱창 식당 앞에서 만난 한경희(39)씨는 “돼지곱창이 메인 메뉴라서 저렴한 가격으로 소주 한잔 곁들여 배불리 먹을 수 있어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30년 된 곱창식당의 한 종업원은 "다른 전통시장은 50대 이상이 주 고객이지만 여기는 20대와 30대가 큰손"이라고 말했다.
구리전통시장은 50년 된 한복집·고추방앗간을 찾는 중장년층과, 타로카페와 와인바를 찾는 젊은층이 어울리면서 전통시장의 고정관념을 바꾸고 있다. 도대체 어떤 모습이길래 입소문이 났을까.
구리 최대 상권, 고객 중 40%는 청년
평일 퇴근 시간을 앞둔 9일 오후 5시쯤 경기 구리시 수택1동 구리전통시장 내 곱창골목에 20·30대 청년 등 방문객들이 서서히 몰리고 있다. 이종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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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적 3만3,440㎡의 구리전통시장은 경의중앙선 구리역 주변까지 포함해 경기 동북부 지역 최대 상권 중 한 곳으로 꼽힌다. 평일 1만8,000여 명, 주말 2만여 명이 찾는다. 1960년대 서울 청량리 청과물시장과 연계해 생필품을 팔던 상인들이 모여들기 시작하면서 시장이 형성됐다. 50년이 지난 지금은 농수산물과 의류, 잡화, 식품 등 388개 점포에 920여 명이 종사하는 대형 복합시장으로 몸집이 커졌다.
다른 지역 전통시장과 달리 구리전통시장은 ‘청년 성지’로 통한다. 구리시의 명물 곱창골목부터 낭만청춘거리, 선술집포차거리 등 20대와 30대 청년 감성에 맞는 먹거리 촌이 형성돼 있다. 여기에 최신 유행의 귀금속과 패션 브랜드 가게도 즐비해 여느 대학가 상권 못지 않게 젊은이들로 붐빈다. 이날 시장에서 만난 김모(20)씨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친구들과 자주 구리전통시장에 모여 놀았다"며 "20대가 놀 수 있는 공간도 많고 먹거리도 다양해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청년 세대가 많이 찾는다는 사실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구리시상권활성화재단이 2021년 8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구리전통시장 상권활성화구역 내 신용·체크카드 사용내역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0~34세 매출액이 39%로 가장 높았다. 구리시상권활성화재단 관계자는 “청년 나이를 39세까지 넓혀 분석해보면, 청년 방문객이 절반 가까이 된다"며 “다른 전통시장들과 비교해 50% 이상 많은 규모”라고 말했다.
시설 현대화와 문화공연, 시장 활성화 이끌어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9월 구리전통시장 야외무대에서 거리공연이 열리고 있다. 구리전통시장 상인회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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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적으로 대형 쇼핑몰이 잇달아 들어선 1990년대 이후 전통시장들은 쇠락의 길에 접어들었지만, 구리전통시장은 이를 피해갈 수 있었다. 구리시는 2006년 시장 활성화 방안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지금까지 200억 원을 들여 총 9차례 시설 현대화사업을 진행했다. 도로를 넓히고 주차장을 확충한 데 이어, 햇빛과 비를 막아주는 지붕 시설인 아케이드를 설치해 깔끔하고 쾌적한 환경을 갖췄다.
상인회도 시장 활성화에 발 벗고 나섰다. 2005년부터는 다양한 장르의 문화공연을 선보이는 ‘거리축제’(연 2회)와 ‘거리공연’(월 2회)을 개최하면서 시민에게 한발 더 다가갔다. 2013년부터 매일 상인 DJ와 시민·다문화 게스트가 함께하는 ‘보이는 라디오 방송’을 진행하면서 손님들과의 접촉면도 넓혔다. 조종덕 구리전통시장 상인회장은 “상인들 노력으로 대형 쇼핑몰의 등장에도 상권을 지킬 수 있었다"며 "앞으로는 구리 특산품인 먹골배를 갈아 넣은 ‘먹골배 빵’ 등 특화상품 개발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실제 구리시와 상인회가 천편일률적인 전통시장의 모습에서 탈피해, 다양한 변화를 시도한 것은 지금의 구리전통시장을 있게 한 동력이다. 구리시장은 2005년 법적 지위를 받는 인정시장으로 등록된 데 이어, 2013~2015년, 2019년엔 중소벤처기업부 주관 문화관광형육성시장과 상권르네상스 프로젝트에 연이어 선정돼 다양한 활성화 사업을 벌였다.
백경현 구리시장은 “시장에 점포를 낸 청년 사장들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구리시장만의 젊은 감각과 특성을 살려 경기동북부 대표 시장으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경기 구리시 구리전통시장 안에 마련된 방송시설에서 상인DJ가 시민 게스트와 함께 보이는 라디오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구리전통시장 상인회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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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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