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 줄어드는 가운데, 세금감면 ‘가불’ 정책
세수 더 흔들리면 국가채무 부담 늘 수밖에
‘그렇게까지 부족하겠느냐’ 예측도 있지만…
2년 전 본예산 대비 61조 초과세수 기억해야
지금 엇나가면 불황 속 오답, 비판 피할 수 없다
추경 가능성 높아지고, 결국 재정건전성 우려
지난 10일 서울시내 한 셀프 주유소에서 시민이 주유하고 있다.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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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세수가 줄어드는 가운데 세금감면을 경제정책 주요수단으로 사용하면서 세수 불안이 증폭하고 있다. 들어올 세금을 미리 물가 억제 등을 위해 사용하는 것인데, 일종의 ‘가불’이다.
세수가 더 크게 흔들리면 결국 국가채무를 늘리는 방법 등으로 재정을 조달해야 한다. 세출은 예산상 결정된 법적 지출이기 때문에 세수가 준다고 임의대로 조정할 수 없다. 결국 국가채무 한도가 위협 받기 시작하면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불가피해질 수 있다.
일각에선 국가채무 한도가 아직 많이 남았고, 세수 감소세가 그렇게까지 위험하지 않다며 추경 가능성을 일축하지만 방심하기 어렵다. 2021년 본예산 대비 초과세수가 61조원 이상이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그땐 세금이 더 들어온 것이었지만, 이번엔 줄 수 있다. 2년 전 만큼 세수 예측이 다른 방향으로 엇나가면 일종의 단기 국가부도 상태와 다름이 없게 되고, 거센 비판도 피할 수 없다.
2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현행 유류세 인하 조치를 8월 말까지 4개월 연장하기로 했다. 휘발유 25%, 경유·LPG부탄 37% 등 기존의 유류세 인하 조치가 그대로 적용된다는 의미다. 정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류세 인하율을 20%, 30%, 37%로 차례로 끌어올렸다. 올해 1월부터 휘발유만 인하율을 25%로 낮췄지만, 이번엔 추가 정상화 대신 현행 유지를 선택했다.
유류세 인하는 세수 측면에서 재정에 직접적인 부담을 준다. 지난해 유류세 인하 조치로 줄어든 세금(교통·에너지·환경세)은 5조5000억원에 달한다.
문제는 올해 세수 환경이 최악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기재부 ‘월간 재정동향 4월호’에 따르면 올해 2월까지 걷힌 국세수입은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15조7000억원 줄어든 54조2000억원을 나타냈다. 연간 목표 세수 대비 징수실적을 뜻하는 진도율은 2월 기준으로 13.5%에 불과했다. 2004년 이후 17년 만에 가장 낮다. 지난해 진도율(17.7%)은 물론 최근 5년간 평균 진도율(16.9%)과 비교해도 크게 낮다.
‘세수 예측이 그 정도로 빗나가겠느냐’는 의견도 있지만, 장담하긴 어렵다. 불과 2년 전에도 세수 예측은 크게 엇나갔다. 2021회계연도 총세입·총세출 마감 결과에 따르면 2021년 국세 수입은 344조782억원이다. 정부가 2021년 본예산 편성 당시 예측한 세수 282조7000억원 보다 61조3782억원이 더 들어왔다.
그땐 호황 속 오답이었다. 일부 비판이나 문책이 있었지만, 거시경제 관점에서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불황 속 오답이 된다. 각 부처 별로 세출 예산 확보를 위한 비상이 걸리고, 당장 국채과로 전화가 빗발칠 가능성이 크다.
증권 업계에선 이미 세수 부족을 점치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지난 11일 펴낸 ‘높아진 하반기 추경 가능성’에서 “올해 세수 실적을 2014~2019년 월평균 진도율과 유사할 경우, 현재의 세수 실적이 지속될 경우, 진도율이 가장 부진했던 시기와 같은 경우 등 3가지 시나리오를 고려했을 때 올해 전망치 대비 최소 3조7000억원에서 최대 20조원의 세수 부족이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일단 추경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그러나 세수 부족이 계속되면 의지와 상관없이 추경을 해야 한다. 본질적으로는 세출을 줄이거나 국가채무 한도를 늘려야 한다. 그러나 총선 등 정치권 상황으로 세출을 줄이기 어렵단 점을 감안하면 그전에 세출을 오히려 약간 늘리고, 국가채무로 크게 늘리는 방식으로 추경이 추진될 수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출석해 "올해 세수 상황이 녹록지 않다"며 "당초 정부가 올해 세수 전망을 보수적으로 잡았지만 작년 말, 올해 1분기 부동산과 주식시장이 빠르게 위축되면서 세수가 예상보다 덜 걷히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추경 편성과 관련해선 "전혀 없다"며 "세수는 좀 더 시간을 두고 정확한 규모를 봐야 한다"고 밝혔다.
th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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