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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단독] '자산재평가' 꺼내든 롯데그룹···부채비율 최대 30%P 낮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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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매년 전계열사 시행

부동산 비중 큰 유통, 자산 2배↑

저금리로 자금조달 효과 있지만

체질개선 없는 재무건전화 비판도

올 그룹 당기순익 1조원도 위태

"그룹 보유 부동산·예금만 71.4조"

일각서 제기한 '유동성 위기' 반박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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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이 내년부터 전 계열사를 대상으로 자산재평가를 실시해 그룹 부채비율을 최대 30%포인트 낮추기로 했다. 2010년 이후 그룹 차원의 자산재평가가 없었기 때문에 자산가치가 큰 폭으로 늘어날 뿐 아니라 자금조달 비용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그룹은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자산재평가는 회계 장부상 숫자만 바뀔 뿐이어서 그룹의 선제적 구조조정 및 주력 사업의 업황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고육지책에 불과하다는 평가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내년부터 화학·유통·음식료·호텔 등 전 계열사의 자산재평가를 매년 실시하기로 했다. 올해 10월 기준 그룹의 총자산은 139조 원으로 이 중 보유 주식 가치는 37조 5000억 원, 부동산은 56조 원, 즉시 활용할 수 있는 예금은 15조 4000억 원이다. 그 밖에 재고자산·매출채권·임차보증금과 기업 인수과정에서 발생한 영업권 등 무형자산이 30조 1000억 원이다. 부동산 등 유형자산이 많은 유통 계열사의 경우 자산재평가로 회계장부상 자산이 현재보다 2배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롯데지주와 롯데웰푸드·롯데칠성음료·롯데쇼핑·롯데케미칼·롯데건설·롯데글로벌로지스·롯데상사의 합산 부채비율은 153.7%이다. 롯데그룹의 부채비율은 2021년까지 132%대를 유지하다가 2022년부터 150%대로 뛰어올랐다. 자산재평가를 실시하면 다시 예전 수준으로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자산재평가를 통해 자금조달시 금리를 낮추고 특약 조건을 좀 더 유리하게 설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롯데그룹은 이날 롯데케미칼의 일부 공모 회사채 특약 중 최근 3년간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 이자 비용의 5배 이상을 유지하도록 했으나 9월 말 현재 4.3배로 요건을 준수하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다만 사채권자들과 특약 개정을 협의하고 있으며 다음 달 특약을 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룹은 또 최근 유동성 위기의 진원지로 꼽힌 롯데케미칼에 대해 당장 활용할 수 있는 예금이 2조 원이고 그 외 유동성 자금 4조 원을 확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롯데그룹은 “안정적 유동성을 유지하고 있으며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그룹 전반에 걸쳐 자산 효율화 작업과 수익성 중심 경영을 진행한다”고 말했다.

롯데케미칼의 경우 대규모 현금 유출이 필요한 신규 및 경상 투자는 조정하고 공장 가동 최적화 및 원가 절감 프로젝트를 여수와 대산공장에서 운영하고 있다. 지난달 말레이시아 합성고무 생산법인 LUSR의 청산을 결정했고 해외 자회사 지분을 활용해 1조 3000억 원의 유동성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 이 중 6600억 원은 이달 초 조달을 마쳤고 나머지 6500억 원도 연내 마무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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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롯데그룹 안팎에서는 당장 업황이 바뀌지 않는 상황에서 그룹이 먼저 비주력 자산을 매각하는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올해 롯데그룹은 영업이익 1조 원을 넘겼지만 그간 투자한 기업의 장부상 지분 가치가 떨어져 영업권 손상차손을 거친 최종 당기순이익은 1조 원을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그룹은 올해 초부터 위기를 감지하고 적극적인 대처 의지를 밝힌 바 있지만 업계에서는 롯데그룹이 구조조정에 미온적인 것 아니냐는 평가를 내놓는다. 앞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1월 일본 요미우리신문과 인터뷰에서 “부진한 사업은 매각하고 바이오테크놀로지·메타버스·수소에너지와 2차전지 소재를 4개 신성장 영역으로 추진하겠다”면서 “몇 년을 해도 잘 안 되는 사업은 다른 회사가 하는 것이 직원들에게도 좋을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롯데케미칼은 말레이시아에 있는 롯데케미칼타이탄 매각을 검토 중으로 알려졌으나 뚜렷한 진행 상황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그룹은 롯데칠성음료의 소주 부문, 롯데홈쇼핑, 롯데시네마 매각을 시도했으나 내부 의사결정이 더뎌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호텔롯데는 블랙스톤과 롯데호텔울산 등 부동산 유동화 논의를 진행했지만 사실상 무산됐다. 롯데백화점은 다점포 전략을 폐기하고 수익이 낮은 점포를 폐점한 바 있다.

롯데그룹과 마찬가지로 막대한 인수합병(M&A) 및 투자 이후 업황 부진을 겪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적극적인 사업 재편에 나선 SK그룹이나 CJ그룹과는 대조적이라는 평가다. SK그룹은 올해 들어 총 차입금을 9조 원가량 줄인 것으로 파악됐다. CJ그룹은 그룹의 주력사업인 CJ제일제당의 바이오사업부를 내놓았다. 업계에서는 매각이 성사된다면 최대 5조 원 이상의 가치를 인정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임세원 기자 wh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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