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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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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효 전도사’ 벗어난 심청과 별주부의 세번째 ‘절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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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치 밴드 안이호와 국립창극단 이광복의 만남

한겨레

밴드 ‘이날치’의 메인 보컬인 소리꾼 안이호(오른쪽)와 국립창극단원 이광복이 <절창Ⅲ>에서 판소리 ‘수궁가’와 ‘심청가’를 현대적 감각으로 풀어낸다. 국립창극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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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만 잘한다고 절창이라 하진 않는다. 부르는 게 아니라 토해내는 소리, 뼛속에서 우려내 나오는 소리라야 절창이라 이른다. 국립창극단이 <절창>이란 간판을 내걸고 젊은 소리꾼들의 참모습을 담아낸 소리판이 관객의 절찬 속에 세 번째를 맞았다. 올해의 주인공은 밴드 ‘이날치’의 보컬인 소리꾼 안이호(43)와 국립창극단원 이광복(40) 듀오.

안이호의 ‘수궁가’와 이광복의 ‘심청가’는 발랄한 해석으로 신선한 감각을 뿜어낸다. 용왕을 살릴 묘약을 찾아 뭍으로 오르는 별주부도, 아버지의 눈을 띄우기 위해서만 인당수에 뛰어드는 심청도 희생만 하는 ‘충효의 전도사’가 아니다. 이번엔 자신만의 주체적 삶, 진정한 자유를 찾아 떠나는 현대적 캐릭터로 변신한다. 최근 국립극장에서 만난 두 소리꾼은 “원하는 것을 이루고자 하는 의지에 관한 이야기”라고 해석했다. 오지원 국립창극단 책임 프로듀서는 “바다라는 공통 무대에 각 이야기의 교차 지점을 배치해 마치 심청이와 거북이가 대화하거나 위로하는 장면들이 연출된다”고 했다.

시각은 새로워도 원전을 함부로 훼손하진 않는다. 가장 중요한 부분인 눈대목은 충실하게 살린다. 전자음도 나오지만, 북과 징, 장구 등 전통 타악기가 본류다.

“제게 수궁가는 에스에프(SF)나 블랙코미디죠. 만화 <신비한 바다의 나디아>의 잠수함 ‘노틸러스호’가 내는 뿅뿅 소리가 떠올라요. “판소리에 팝을 섞은 ‘범 내려온다’의 주인공 ‘이날치 밴드’의 메인 보컬 안이호의 얘기다. 그는 창극단원들만 참여한 이 시리즈의 첫 외부인이다. “들판에서 풀만 뜯어 먹고 살았는데 종갓집에서 ‘된장찌개 끓여놨으니 먹고 가라’고 하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는 “국립창극단이 그동안 ‘종갓집’ 역할을 해온 것 아니냐”며 웃었다. “소리꾼들은 스스로 상처를 내면서까지 목소리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상처가 아물어가며 단단해지는 과정을 겪어요. 워낙 요즘 아픈 일들이 많았잖아요. 여러분들이 가진 상처·기억·가치가 있다면 이번 작품을 통해 함께 보듬고, 털어내고, 다음으로 갈 힘을 얻어가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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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창극단의 두 간판 스타 김준수(왼쪽)와 유태평양이 합을맞춘 2021년 <절창> 공연. 국립창극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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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창극단 단원 이소연(왼쪽)과 민은경이 함께 오른 지난해 <절창Ⅱ> 공연. 국립창극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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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절창>의 첫 무대는 창극판의 두 간판스타 김준수와 유태평양이 합을 맞췄다. 완창에 4시간이 걸리는 수궁가를 100분으로 압축해 불렀다. 지난해 ‘절창Ⅱ’는 소리꾼 민은경과 이소연이 각자의 전공인 ‘춘향가’와 ‘적벽가’를 새롭게 선보였다. 전쟁의 씨줄에 사랑의 이야기를 날줄로 엮어 묘미를 살렸다. 우람하고 옹골찬 민은경의 소리에 단단하고 우아한 이소연의 목청이 더해지며 색다른 매력을 발산했다. 두 공연 모두 젊은 관객의 갈채 속에 매진 행렬을 기록했다.

올해 무대는 ‘절창 Ⅰ~Ⅲ’을 한꺼번에 관람할 좋은 기회다. 4월 27일 절창Ⅰ(김준수·유태평양)과 5월 2~3일 절창Ⅱ(민은경·이소연)에 이어 5월 6~7일 절창Ⅲ(이광복·안이호)으로 이어진다. ‘절창 Ⅰ~Ⅱ’는 앙코르 공연이다. <절창> 시리즈가 판소리와 젊은층이 함께 호흡할 수 있는 돌파구를 열 수 있을까. 창극단 오지원 프로듀서는 “관객도, 소리꾼들도 판소리를 새롭게 표현하는 젊은 소리꾼들의 무대에 대한 갈망이 컸던 것 같다”고 했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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