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이 성장률 전망을 낮춘 것은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와 내수 경기의 핵심인 부동산 경기가 당초 예상보다 더 부진하기 때문이다. 한은은 지난해 11월과 비교할 때 미국·유럽의 경기 연착륙 가능성과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등은 우리 경제에 긍정적인 요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반도체 등 IT산업 부진과 부동산 경기 둔화가 성장률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라고 했다.
한은은 작년 4.4% 증가한 민간소비가 올해 2.3% 늘어나는 데 그칠 것으로 봤다. 설비투자는 반도체 부진 등에 따라 작년 -0.7%에서 올해 -3.1%로 감소세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부동산 경기 둔화로 건설투자도 작년 -3.5%에 이어 올해도 -0.7%로 감소할 것으로 봤다. 작년 82만명 증가한 취업자 수는 올해 13만명 증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실업률(3.4%)은 작년(2.9%)보다 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은 기존 3.6%에서 3.5%로 낮아졌다. 국제 유가를 기존 배럴당 평균 93달러에서 84달러로 낮춰 잡은 영향이 컸다.
하지만 한은의 전망과 달리 물가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5.2%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었다. 한은은 2월 상승률도 5% 내외로 보고 있다. 10개월째 5% 이상 고물가가 예상되는 것이다.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3%)은 지난 전망(2.9%)보다 올랐다. 석병훈 이화여대 교수는 “한은의 이번 전망에서는 부동산 침체로 소비가 줄면서 물가 상승률이 낮게 추정된 측면이 있다”며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앞으로 더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유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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