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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이슈 5·18 민주화 운동 진상 규명

“특전사동지회여, 화해보다 진실한 고백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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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5·18광주항쟁 진압 작전에 투입됐던 특전사 7공수여단 중사 출신 최영신(오른쪽)씨. 최영신씨 제공


“공수부대 특전사들의 참배엔 자세가 중요하지요.”

5·18광주항쟁 진압 작전에 투입됐던 특전사 7공수여단 중사 출신 최영신(70)씨는 19일 ‘특전사동지회 화해 선언식’과 관련해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정말 뉘우침이 있고 잘못됐다는 인식이 깔린 상태에서 참배해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최씨는 5·18항쟁 때 광주 주남마을에서 11여단 장교의 지시로 다친 시민군 2명을 즉결처분했던 사실을 1989년 1월16일 평민당사 기자회견을 통해 처음으로 알렸다. 최씨는 “화해 공동 선언식이 진정성을 가지려면 암매장 등 아직 밝혀지지 않은부분에 대해 속 시원하게 다 털어놓고 얘기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와 5·18민주화운동공로자회 등 2개 공법단체가 연 ‘특전사동지회와 함께하는 포용과 화해와 감사 대국민 공동 선언식’(이하 화해 선언식)엔 특전사 예비역 170여명이 참석했다. 광주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등 100여명은 이날 행사장 밖에서 ‘가해자 사과없는 피해자의 용서 웬말이냐’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공동 선언식 규탄 집회를 열었다. 5·18 부상자회와 공로자회는 특전사동지회와 ‘대국민 공동선언식’을 강행했다.

80년 5·18 당시 민간인을 사살해 암매장했다고 양심 고백한 신순용(75·전 소령)씨도 이날 “사과도 하지 않으려면 뭣 하러 간거예요? 사과하고 사실을 말해야지…. 무얼 자랑하러 갈거야, 뭐야? (희생자들을) 약 올리는 것도 아니고”라고 말했다. 그는 “당시 무차별적으로 학생들을 때려 시민이 일어나고, (군인들이) 자위권 방어라고 하면서 민간인들을 쏴 죽였다”며 “이런저런 트라우마에 시달리다가 뒤늦게나마 양심고백을 해 지금은 후련하다”고 말했다. 3공수여단 11대대 지역대장이었던 신씨는 2021년 5월21일 사복 정장 차림으로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오월 영령에게 무릎을 꿇었다. 80년 5·18 때 광주에 투입된 계엄군 간부가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은 것은 신씨가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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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5월21일 광주광역시 북구 국립5·18민주묘지를 방문한 신순용(왼쪽) 전 3공수여단 지역대장이 김영훈 5·18유족회장의 손을 잡으며 사죄하고 있다.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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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매장, 발포명령 소재, 지휘권 이원화, 성폭행, 민간인 학살 등 5·18진상규명을 하려면 당시 광주에 간 공수부대원 등 군인들의 양심고백이 중요하다.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출범한 뒤 관련 법에 가해자와 진실 고백이 있을 때 정부에 사면요청을 하는 등의 조항을 마련한 것도 가해자인 특전사 군인들의 양심 고백을 끌어내기 위한 것이었다.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 설명을 종합하면, 80년 5월18~27일 10일간 광주에 투입된 31·20사단, 특전사 공수여단 등은 4만8079명(연인원)이다. 주력부대였던 특전사 예하 3·7·11공수여단은 1만881명(연인원)에 이르렀고, 18~21일엔 공수여단 군인 3405명이 투입됐다. 5·18진상조사위 쪽은 “900여명(2022년 11월 기준)의 진술 가운데 200여건이 유의미한 내용이 포함됐다”며 “검찰 수사가 12·12 군사반란과 내란혐의를 입증하는 데 주력했기 때문에 5·18 중요 사안의 진실을 재구성하려면 양심 고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 바로가기: “5·18 때 공수부대만 쓰는 주파수 있었다” 당시 지휘관 증언https://www.hani.co.kr/arti/area/area_general/818931.html?_ga=2.63855151.1090531242.1676756259-1633770360.16692800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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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hani.co.kr/arti/area/honam/996161.html?_ga=2.50346665.1090531242.1676756259-1633770360.16692800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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