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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구애 거절했더니 "각오해라"…다음날 '직장 괴롭힘'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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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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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9명 중 1명은 일터에서 원치 않는 상대로부터 지속적인 구애를 받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지난해 10월14일부터 21일까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응답자의 11.0%가 '구애 갑질'에 시달린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고 12일 밝혔다.

직장갑질119가 운영하는 '직장 젠더 폭력 신고센터'에 지난해 9월14일부터 이달 10일까지 접수된 제보 32건 중에서도 '강압적 구애'가 8건(25.0%)으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자는 모두 여성이었다.

작은 회사에서 일한다는 A씨는 "대표가 주말에 연락하고, 둘이서만 회식하기를 요구한다"며 "다른 직원과 같이 보자고 했더니 '나랑 따로 보면 큰일 나냐?'고 했다"고 제보했다.

A씨는 이어 "대표의 연락을 받지 않자 '업무 외 시간에 연락을 받지 않는 건 태도 불량'이라고 한다"며 "대표가 '앞으로 조심하는 게 좋을 거다'라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집적대는 상사'에게 불편함을 표현하거나 사적 만남을 거절하면 헛소문을 내거나 업무로 괴롭혀 회사를 그만두게 하는 사례도 있었다.

신입사원 B씨는 "상사가 술을 마신 뒤 '너 같이 생긴 애 노래방 가서도 만날 수 있다' '너 나 좋아하냐?'라고 말하면서 주변에는 제가 먼저 꼬드겼다고 한다"며 "계속 일을 해야 해 달리 티를 내지 않았더니 만만해 보였는지 몸을 만지려고 한 적도 있다"고 제보했다.

B씨는 "퇴근 후에 전화로 이상한 소리를 해 대꾸를 안 했더니 '네가 날 거절했으니 내일부터 혹독하게 일하고 혼날 준비하라'고 하더라"며 "계속 일할 자신이 없어 회사를 그만두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이 단체는 직장 내 위계 관계에서 발생하는 구애 갑질을 막기 위해서는 상사와 후임 간 연애 금지도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원치 않는 구애 경험을 묻는 또다른 설문조사에서 직장인 79.8%는 '상사의 지위를 이용한 사내 연애를 금지하는 취업규칙에 동의한다'고 답했다.

직장갑질119는 "구애 갑질 행위자는 모두 피해자보다 직장 내에서 우위에 있었다"며 "이 때문에 상급자와 직속 후임 간의 사내 연애를 제한할 필요성에 대해 많은 직장인이 공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초콜릿을 주고 받으며 마음을 전하는 밸런타인데이가 다가오는데, 직장에서 원치 않는 구애를 받는 이들은 상대의 고백이 두려울 것"이라고 했다.

직장갑질119 김세정 노무사는 "여성 동료를 동등한 주체로 인식하는 한편 원치 않는 구애는 낭만적인 것이 아니라 구애 갑질이라는 사회적 평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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