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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8 (화)

이슈 물가와 GDP

예금금리 3%대로 뚝 … 물가도 꺾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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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던 물가가 '피크아웃(정점 통과)' 경로에 들어서고 살얼음판을 걷던 자금시장이 안정을 되찾으면서 한국의 긴축 기조도 분기점을 맞고 있다. 한국은행이 7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한 이후 '금리 정점론'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통화정책 방향도 물가보다 경기로 균형추가 옮겨가는 모습이다. 특히 기준금리 인상에도 시장금리는 오히려 하락하며 금융권의 예금금리까지 끌어내릴 정도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주요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금리가 2개월여 만에 연 5%대에서 3%대로 뚝 떨어졌다. 지난 13일 한은이 추가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렸지만 예금금리는 도리어 하락세가 완연하다.

이날 기준 5대 은행의 대표 정기예금 상품(1년 만기 기준) 금리는 연 3.67∼3.95%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 한때 5%대를 넘어서기도 했지만 최근 3%대까지 밀리며 기준금리(3.5%)에 빠르게 근접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금리 인상 자제령을 내린 것도 한 원인이지만 무엇보다 수신금리의 기초가 되는 시장금리가 크게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금리 산정에 반영되는 은행채(1년물) 수익률은 지난해 11월 7일 연 5.107%까지 올랐다가 지난 19일에는 3.778%로 내려왔다. 연초 자금시장 불안감이 크게 완화되면서 시장금리는 연일 떨어지고 있다.

1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일 대비 0.142%포인트 내린 3.248%로 거래를 마쳤다. 국고채 3년물은 물론 5년물·10년물 등 장단기 채권 모두 기준금리보다 낮은 역전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물가 하락세도 금리 정점론에 힘을 싣고 있다. 이날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생산자물가지수는 119.96으로 전달보다 0.3% 떨어졌다. 11월(-0.3%) 이후 두 달째 내림세다. 지난해 생산자물가는 1년 전보다 8.4%나 오르며 14년 만에 최고치를 갈아치웠지만 그동안 물가 상승을 이끌었던 국제유가와 원·달러 환율이 안정세를 보이면서 하락세에 접어든 모습이다. 지난해 7월 6.3%에 달했던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5%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경기 회복 조짐이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고 있는 점도 긴축 종료를 점치는 배경이다. 무역적자가 단기간에 개선되지 않을 가능성이 여전히 크고 국내 부동산시장은 정부 규제 완화에도 부진하다. 다음주 발표되는 지난해 4분기 한국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 유력한 데다 올해 성장률도 1%대에 머물 전망이다.

과거 기준금리와 국고채 금리가 역전됐던 12번의 사례를 봤을 때 통상 금리가 뒤바뀌고 3~7개월 후 기준금리가 인하됐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다음달 1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지켜봐야겠지만 2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인상을 중단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임성현 기자 / 서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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