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의사가 되려면 학부 4년에 대학원 4년까지 총 8년을 배워야 한다. 영국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과 일본에서도 6년은 공부해야 의사가 된다. 한국만 5년으로 줄인다면 '질 낮은 의사를 배출하는 나라'로 인증받는 꼴이 될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가 '의대 5년제'를 검토하는 건, 올해 의사 배출이 꽉 막혔기 때문일 것이다.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올해 본과 4학년생들이 의사 국가고시 응시를 대거 거부한 상황이다. 이로 인한 의사 공급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교육과정을 1년 줄여서라도 의사를 더 빨리 배출하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이건 편법이다. 의사 수를 늘리기 위해 의료의 질을 떨어뜨리자는 소리나 마찬가지다.
정부의 비상식적 정책은 이번만이 아니다. 집단으로 수업을 거부한 의대생 처리 문제도 그렇다. 학생들이 1학기에 이어 2학기까지 수업을 빠졌으니, 휴학이든 유급이든 금명간에 결정을 하는 게 맞는다. 그런데도 교육부는 학생들이 11월 중순까지 돌아오면 진급이 가능하다는 억지 주장을 편다. 3개월 만에 1년 치 수업을 채울 수 있다고 하는데 '교육의 질'을 떨어뜨리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다.
상식에 어긋나는 이런 주장들을 되풀이하고 있으니 '헛발질 정책' '탁상공론'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학생들의 집단 수업 거부가 불법이면 유급이 옳다. 그게 아니라면 휴학을 승인하라. 내년도 복학을 약속하는 학생에게만 휴학을 승인한다는 조건을 내걸기도 했는데 구차하다.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편법이 아닌 정도를 걸어야 한다. 상식에 부합하는 정책을 펼쳐야 국민이 납득해 추진 동력이 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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