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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오은영의 ‘토닥토닥’] 불안해서 갑자기 웃기도 해… 진정할 때까지 기다려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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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행복입니다]

조선일보

오은영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유치원 행사로 무대에 섰는데, 우리 아이만 “낄낄”거리며 웃어요. 딱히 웃을만한 상황이 아닌데 말이에요. 이럴 때 참 당황스럽지요. 왜 그러는 걸까요?

가장 흔한 원인은 어떤 불안감이나 두려움을 잘 처리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럴 때 부모가 당황스러워하며 아이를 야단치거나 이상한 눈으로 보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그러면 아이의 불안이 더 커질 수 있습니다. 다른 이상행동을 할 수도 있어요.

아이가 상황에 맞지 않게 웃는 행동을 한다면, 잠시 동안 긴장감과 불안감을 진정시킬 수 있도록 아이에게 시간을 주세요. 그리고 잘 관찰해 보세요. 혹은 시간이 흐른 뒤 편안한 상황에서 물어보세요. 아이가 무엇을 두려워하고 불안해하는지 파악해서 해소해 주어야 합니다.

아이는 당황스러움을 모면하려고 웃음으로 때우려던 것일 수도 있어요. 이런 아이에게는 다양한 상황에서의 문제 대처 방법을 그때그때 친절하게 가르쳐 줘야 합니다. 면박을 주어서는 안 돼요. “지금이 웃을 상황이야?” “웃어서 때우려 하지?” 같은 말을 하면 아이는 더욱 당황하고, 더 부적절한 행동을 하게 됩니다.

이런 아이들은 정상적인 긴장감을 몸에 익힐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해요. 조금은 진지하게 말을 걸어보세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금방 생각이 안 나는 모양이구나. 사람이 당황스럽거나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를 때, 자기도 모르게 헛웃음이 나오기도 하지”라고 아이의 마음을 먼저 읽어주세요. 그런 후에 “그런데 웃는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니니까 곰곰이 생각해 보자. 이 상황을 어떻게 처리하면 좋을까? 고민을 좀 해 보자꾸나”라고 말이지요.

그런데 이런 이유 외에도 아이들은 조금 전에 놀다가 있었던 재미있던 일들이 갑자기 생각나서 웃기도 합니다. 부모 눈에는 조금 실없어 보이겠지만, 말을 잘하는 아이라면 왜 웃는지 한번 물어보세요. 대답을 들으면 의외로 아이의 행동이 잘 이해되기도 합니다.

[오은영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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