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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이현세 "AI가 너무 빨리 배워 화 나기도…저도 계속 새작업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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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도서관 '이현세의 길' 특별전…"작가주의 성향 웹툰에 투자 이뤄져야"

AI 라이브드로잉 눈길…즉석에서 사진 찍으면 AI가 펜으로 '이현세風' 초상화 뚝딱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인공지능(AI)이 이현세 화풍을 학습해서 오리지널 만화를 그려내는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데, 올 연말이면 결과가 나옵니다. 하지만 저는 좀 더 걸렸으면 좋겠어요. AI가 너무 빨리 따라오는 게 약간 화가 나기도 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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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세가 말하는 K-웹툰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만화가 이현세가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열린 '이현세의 길: K-웹툰 시작의 전설 특별전' 기자설명회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5.9 jin90@yna.co.kr


한국 만화계의 거장으로 꼽히는 이현세 작가는 9일 서울 서초구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열리는 '이현세의 길: K-웹툰 전설의 시작 특별전' 개막행사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현세 AI 프로젝트와 관련해 웃음 섞인 목소리로 이같이 말했다.

이 작가는 현재 재담미디어, 세종대 등과 함께 생성형 AI에 자기 작품을 학습시키고, 기존 작품 리메이크와 오마주(hommage), 오리지널 작품 제작까지 다양한 결과물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날 특별전에도 이 프로젝트와 관련해 AI 라이브 드로잉 체험 공간이 마련됐다.

로봇 얼굴이 관객의 얼굴을 찍고 분석한 뒤, 펜을 쥔 로봇 손이 직접 이를 이현세 스타일로 캐리커처를 그려 나간다.

얼굴 인식에 20초, 그림 작업에 약 2분 정도가 소요된다. 그야말로 라면 하나 끓일 시간에 이 작가가 그려주는 듯한 초상화가 뚝딱 완성되는 식이다.

이 작가는 "AI로 인해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은 수천 명의 보조작가를 갖게 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대신 AI의 역할과 사람의 역할은 선명하게 나뉜다"며 "'어떤 이야기를 할까', '어떤 질감과 입체감을 넣을까'하는 사고는 작가의 몫"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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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예술가 로봇이 그려주는 초상화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열린 '이현세의 길: K-웹툰 시작의 전설 특별전' 기자설명회에서 GPT 탑재 인공지능 예술가 로봇이 초상화를 그리고 있다. 2024.5.9 jin90@yna.co.kr


출판만화 시장에서 '공포의 외인구단'을 통해 이미 스타작가로 이름을 날렸던 이 작가가 웹툰, AI 프로젝트 등에 끊임없이 도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작가는 "기본적으로 호기심이 있다"며 "'이건 뭐지, 왜지' 이런 질문을 계속해왔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영화감독 곽경택과 함께 하나의 시나리오로 OTT(동영상 스트리밍) 영상과 웹툰을 동시에 만드는 새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고 했다.

그는 "짝퉁은 누가 만들고, 유통은 어떻게 하는지 등이 궁금했는데 이를 다룬 '명품시대'라는 제목의 웹툰을 만들게 됐다"며 "제 작업은 거의 끝났고, 제작사 레드아이스에서 채색과 후반 작업을 맡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새 작품 '명품시대'에는 까치처럼 반항적인 캐릭터가 등장할 예정이다.

이 작가는 "더벅머리는 아니고, 노란색으로 물들인 삐쭉한 머리의 캐릭터가 등장한다"며 "이름은 까치가 아니지만, 아직 미정"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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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그림도 이현세 화풍으로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열린 '이현세의 길: K-웹툰 시작의 전설 특별전' 기자설명회에서 참석자 이현세 작가와 재담미디어가 협력한 AI 라이브드로잉 콘텐츠를 체험하고 있다. 2024.5.9 jin90@yna.co.kr


까치라는 자기 대표 캐릭터에 대한 애정도 드러냈다.

작가는 "까치, 엄지, 마동탁 등 약 30명의 캐릭터를 배우처럼 두고 새로운 작품에 늘 캐스팅해왔다"며 "제가 만든 캐릭터지만, 어느 날부터인가 '까치가 없으면 이현세 만화가 아니다'라고 하니 제가 만들었지만, 이길 수 없는 존재가 돼버렸다. 희한하고 화도 나지만, 행복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명품시대' 다음에는 '블루엔젤'을 다시 리부트할 생각이라며 끊임없이 새 작업에 나서고 있다고도 했다.

오늘날 주목받는 웹툰 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업계와 정부의 역할도 당부했다.

그는 "제일 걱정되는 것은 상업주의 작품이 많아지면서 독자들이 질리고, 그러다가 콘텐츠 자체가 죽어가는 것"이라며 "작가주의 작품에서 상업작가들도 영감을 받을 수 있다. 앞으로 한국 웹툰의 미래는 큰 플랫폼이나 정부에서 작가주의 성향 작가에게 투자를 얼마나 하느냐에 달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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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로 만나는 '공포의 외인구단'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열린 '이현세의 길: K-웹툰 시작의 전설 특별전' 기자설명회에서 참석자가 '공포의 외인구단' 원화를 카메라에 담고 있다. 2024.5.9 jin90@yna.co.kr


이번 특별전은 국립중앙도서관이 이현세 디지털 컬렉션을 최초로 구축한 것을 계기로 열렸다.

1974년 만화계 입문부터 AI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지금까지의 여정이 담겼다. '공포의 외인구단' 원화 120여점과 작가의 화판, 서재 등도 만나볼 수 있다.

전시는 7월 31일까지.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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