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 선수들이 모습을 드러내자 함성은 끊임없이 터져 나왔다. 팬들은 선수들의 이름을 연호했고, 파울루 벤투 한국 감독을 향해 ‘벤버지(벤투+아버지)’라고 외치기도 했다. 선수들이 기념 사진을 찍는 동안 카메라 플래시는 쉴 새 없이 터져 나왔다.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에 성공한 축구 대표팀이 7일 귀국 후 인천국제공항에서 주먹을 불끈 쥔 채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남강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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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인천공항은 2018 러시아 월드컵 때와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4년 전에도 귀국한 대표팀 선수들을 보기 위해 수많은 인파가 인천공항을 찾았다. 한국은 당시 조별리그에서 독일을 2대0으로 잡는 대이변을 일으켰지만, 최종 성적 1승2패로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공항에 들어선 대표팀 선수들은 움츠렸고 표정은 대체로 굳어 있었다. 일부가 선수단을 향해 달걀·쿠션을 던지는 일이 벌어지며 분위기는 순식간에 어수선해지기도 했다.
이번엔 선수들의 표정은 대체로 밝았다. 기념 사진 촬영 전 이강인(21·마요르카) 등은 주변 선수들과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웃었고, 주장 손흥민(30·토트넘)도 동료들의 어깨에 손을 올리는 등 편안해 보였다. 벤투 감독은 팬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 보이기도 했다.
대표팀 선수들도 ‘16강 진출은 큰 성과’라고 말했다. 주장 손흥민은 “팬들의 응원 덕분에 큰 업적을 세웠다”며 “어떤 팀이라도 16강 진출을 위해 엄청나게 노력하는데, 우리는 더 노력해 어려운 성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이어 “3~4주 전으로 돌아가서 월드컵 4경기를 모두 뛸 수 있느냐고 물어본다면 ‘안 되지 않을까’라는 답이 나올 것”이라며 “16강까지 뛰고 왔다는 상황 자체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한국 선수 최초로 월드컵 한 경기 2골을 올린 조규성(24·전북)은 “내가 2골을 넣은 가나전보다도, 포르투갈전 황희찬 선수의 결승골 때 눈물이 났다. 축구하면서 그때만큼 행복했던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 선수들은 휴식을 취한 후 각자 소속팀으로 복귀할 예정이다. 큰 정우영(33·알 사드)과 작은 정우영(23·프라이부르크), 김승규(32·알 샤바브)는 카타르 현지에서 바로 소속팀으로 복귀했다. 대표팀은 내년 3월 다시 소집된다.
앞서 이번 월드컵을 끝으로 대표팀 지휘봉을 내려놓겠다고 밝힌 벤투 감독은 “모든 과정에는 길든 짧든 시작과 끝이 있다. 지난 9월, 여기까지만 하겠다고 선수들에게 전달했다”며 “(4년의) 긴 과정 동안 전체적으로 잘 진행됐다. 16강에서 탈락했지만, 강팀을 상대로 우리의 스타일을 잘 보여줬다. 한국은 내 인생에서도 항상 마음에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른 시간부터 공항을 찾은 축구 팬들은 선수들이 떠나는 순간까지 자리를 지켰다. 인천에 사는 대학생 배지수(20)씨는 “K리그 전북 팬으로, 백승호가 전북에 입단한 이후부터 줄곧 응원했다”며 “대표팀 귀국 소식을 듣고 거의 밤을 새워 응원 피켓을 만들었고, 오전 11시에 친구와 함께 공항에 왔다”고 말했다. 백승호(25·전북)는 지난 브라질과의 16강전에서 환상적인 중거리 골을 터뜨렸다. 나상호(26·서울)를 보기 위해 공항을 찾았다는 박세화(24)씨는 “한국 경기는 빠짐없이 모두 다 챙겨봤다. 한국 선수들 정말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인천=김민기 기자
[인천=김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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