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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화물연대 총파업

[단독] 화물연대에 응답한 유엔 기구 “즉시 개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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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O, 한국 정부 노동기본권 침해 의혹에 ‘개입’

“정부에 결사의 자유 관련 기존 입장 상기”

“업무개시명령 등에 대한 우려 표명” 해석


한겨레

지난 1일 오후 인천 중구 삼표시멘트 인천사업소 앞에서 화물연대 조합원이 피켓을 들고 경찰관과 대치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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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노동기구(ILO)가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 파업에 대한 정부의 노동기본권 침해 의혹에 대해 즉각 개입에 나섰다. 민주노총이 질베르토 웅보 국제노동기구 사무총장에게 ‘개입’(intervention)을 요청한 지 닷새 만이다. 화물연대 파업에 대해 업무개시명령 발동 등 강경 대응 중인 정부는 국제노동기구 기본협약 비준 효력이 발효된 지 불과 8개월 만에 국제사회로부터 협약 위반에 대한 우려를 사게 됐다.

4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국제노동기구는 지난 2일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앞으로 서한을 보내 “(민주노총이) 제기한 문제와 관련하여 정부 당국에 즉시(immediately) 개입(intervene)”한다며 “관련 협약에 나오는 결사의 자유 기준 및 원칙과 관련된 감시감독기구의 입장을(한국 정부에) 전달·상기(recall)시켰다”고 밝혔다. 국제노동기구는 “앞으로 정부가 제공하는 모든 정보를 민주노총에 공유하겠다”고도 덧붙였다. 정부도 국제노동기구 개입 사실을 확인하는 서한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국제노동기구 개입은 회원국 노동조합 등의 요청이 있으면 국제노동기구 협약 내용과 해당 정부에 대한 기존의 권고, 사안의 심각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이뤄진다. 국제노동기구에는 ‘결사의 자유 위원회’와 같은 감독기구가 존재하는데 이를 통한 제소·협약 위반 여부 판단·권고까지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사안이 심각하고 긴급한 경우 사무총장 직권으로 해당 사안에 ‘개입’하는 것이다.

사실상 한국 정부가 지난해 비준해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지닌 국제노동기구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에 관한 협약(제87호)’과 ‘강제 또는 의무노동에 관한 협약(제29호)’ 위반에 대한 ‘우려 표명’인 셈이다.

이번 개입은 지난달 28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국제운수노동조합연맹이 “화물연대 파업과 관련해 정부가 업무개시명령을 검토하고 대체수송인력을 투입한 것은 국제노동기구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에 관한 협약(제87호)’과 ‘강제 또는 의무노동에 관한 협약(제29호)’ 위반”이라고 요청한데 따른 것이다.

국제노동기구가 한국 정부에 상기시킨 ‘감독기구 입장’에는 결사의 자유 위원회가 그동안 해 온 권고 내용도 포함된다. 결사의 자유 위원회는 이미 여러 차례 화물연대와 관련해 노동기본권을 보장하라는 권고를 한 바 있다. “화물기사 등 자영노동자(특수고용노동자) 결사의 자유를 보장하는 조처를 할 것”(2011년) “화물기사 등 자영노동자들의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을 보장할 것”(2015년) 등이다.

국제노동기구는 정부가 지난달 28일 발동한 업무개시명령과 같은 파업 참가자 ‘업무복귀명령’에 대해 매우 엄격한 조건을 강조해왔다. “경제 핵심 산업에서 장기간 총파업이 생명·건강·안전을 위태롭게 할 수 있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는 경우를 제외한 업무복귀명령은 결사의 자유 원칙에 반한다”고 판단한 것이 대표적이다.

국제노동기구 개입 결정에 따라, 정부는 화물연대 파업 관련 대응 사항 및 견해를 기구 쪽에 전달해야 한다. 국제노동기구는 박근혜 정부 당시 해직교사를 조합원으로 인정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법외노조 통보,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설립신고 반려처분 등에도 개입 결정을 내렸다. 당시 정부는 “의견조회 요청에 불과하다”며 개입 결정에 대한 의미를 평가절하해왔다. 이번 개입에 대해서도 김은철 고용노동부 국제협력관은 “노동조합의 개입요청에 관한 통상적인 의견조회 요청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제노동기구가 화물연대 사안에 대한 판단을 정부에 ‘상기(recall)’시켰다는 점이 이례적이라는 주장도 있다. 민주노총과 공동으로 국제노동기구에 개입을 요청한 국제운수노련의 루완 수바싱게 법률국장은 “국제노동기구가 정부에 긴급개입 개시 통보 공문을 송부하면서 기존 국제노동기구의 입장을 첨부한 것을 중요하게 봐야 한다”며 “이는 ILO가 한국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을 협약 87호 및 결사의 자유 원칙에 대한 중대한 위반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노동기구 협약을 비준한 회원국은 입법·행정에서 협약 준수 의무가 있다. 그뿐만 아니라, 국제노동기준 준수는 유럽연합을 비롯한 여러 국가와 체결한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의무이기도 하다.

류미경 민주노총 국제국장은 “국제노동기구 개입은 한국 정부의 국제노동기준 위반에 대한 ‘우려 표명’으로 해석해야 한다”며 “한국 정부는 국제노동기구 기본협약 비준 이후 결사의 자유 원칙 준수 의무의 무게감이 달라졌음을 깨달아야 하고, 결사의 자유 원칙에 위배되는 화물연대 탄압을 멈춰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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