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조세소위원회가 가동되며 세법 개정안 논의가 본격화한 가운데 국내 주요 대학 상경대 교수들이 "현행 종합부동산세와 법인세 체계가 불합리하다"며 국회에 세제 개편을 촉구했다.
교수들은 "전임 정부에서 크게 오른 법인세율로 기업 경쟁력이 감퇴하고 있다"며 국회가 세금 부담을 완화해 경기 활성화 '마중물'로 삼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또 최근 여야 간 쟁점으로 부각된 금융투자소득세 2년 유예 방침과 관련해서는 "만약 세제가 유예되지 않고 내년에 시행된다면 증권거래세는 폐지해 투자자 부담을 낮춰야 한다"는 반응이 주류를 이뤘다.
22일 매일경제와 한국경제연구원이 여론조사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상경계 교수 100명을 대상으로 '조세정책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한 교수 열 명 중 일곱 명(68%)은 현행 종부세법이 비합리적이라고 평가했다.
현 정부는 종부세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자 최근 고율의 세율(0.6~6.0%)을 문재인 정부 이전 수준(0.5~2.7%)으로 되돌리는 개편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정부는 또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낮추고 4단계인 복잡한 과세표준 구간을 2단계로 줄여 기업 부담을 낮춘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부자 감세'를 이유로 해당 법안에 반발하고 있어 국회 통과 여부가 불투명하다.
교수들은 경기와 민생경제 불씨를 살리기 위해서는 종부세·법인세법을 정부안대로 통과시킬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 종부세법의 문제점을 지적한 교수 중 40%는 "종부세를 산출할 때 재산세 부담액이 일부만 공제되기 때문에 이중과세 부담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과도한 세금 부담이 주택가격에 전가돼 실수요자 부담을 늘린다는 응답(25%)과 다주택자에 대한 과도한 징벌적 과세(17%)라는 점을 문제 삼는 시각도 많았다. 실제 전임 정부의 보유세 강화 정책에 올해 주택분 종부세를 내야 하는 국민(122만명)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서울의 경우 58만4000명이 납부 대상이 돼 전체 유주택자의 22.4%가 내야 하는 세금이 됐다.
늘어난 세 부담이 전월세 가격에 전가되며 938만 무주택 가구가 불똥을 맞을 공산이 커졌다. 최근 송헌재 서울시립대 교수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임대인이 부담하는 보유세가 1% 늘면 세금 증가분의 46.7~47.3%가 월세 보증금 형태로 임차인에게 전가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교수들은 전임 정부가 최고세율을 22%에서 25%로 올린 법인세법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상경계 교수 74%는 "경쟁국과 비교했을 때 한국의 법인세 경쟁력이 보통 수준이거나 낮다"고 분석했다. 한국의 법인세 경쟁력이 외국에 비해 낫다는 응답은 26%에 머물렀다. 복잡한 과세 체계(36.7%), 높은 세율(23.4%)과 이중과세 부담(21.1%)이 경쟁력을 갉아먹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교수 열 명 가운데 여섯 명(60%)은 현 정부가 추진 중인 법인세 인하안에 좋은 평점을 줬다. 기업 투자, 고용 환경이 개선돼 경기를 살리는 데 효과가 있을 것(46.7%)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글로벌 조세 경쟁력을 확보하고 외국인 투자를 늘릴 수 있다는 반응(20.6%)과 기업 생산성 확대로 공급이 늘어 물가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는 응답(18.8%)이 뒤를 이었다.
상경계 교수 과반(53%)은 "법인세 인하가 부자 감세라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날 기획재정부도 '법인세 과세표준 및 세율 체계 개편 필요성' 자료를 통해 "정부 개편안에 따른 세 부담 감소율은 중소기업 12.8%, 대기업 10.2%, 중견기업 9.7%로 중소기업에서 더 크게 나타난다"며 "이번 세제 개편안은 부자 감세가 아니다"고 밝혔다.
교수 69%는 법인세 부담을 낮추는 정부안이 통과되면 단기적으로 법인세수가 줄 것으로 봤다. 하지만 67%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세수가 종전 수준을 유지하거나 거꾸로 늘 것으로 내다봤다. 매일경제가 한국경제연구원에 의뢰해 1992년부터 2021년까지 법인세율과 설비투자, 세수 간 회귀분석 모형을 통해 경제 효과를 추산한 결과 세율이 3%포인트 낮아지면 장기적으로 설비투자는 11.9% 늘어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설비투자액이 180조4000억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21조5000억원 투자 증가 효과가 나오는 것이다. 기업 경기가 살아나면서 세수는 18조9000억원 늘고 실업률은 1.67% 하락하는 효과도 나올 것으로 추정됐다. 긴 호흡으로 살펴보면 지난해 법인세수(70조4000억원)의 26.8%에 해당하는 몫이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교수 53%는 내년에서 2025년으로 법 시행을 유예하는 정부의 금투세 개정안 방침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교수들 대다수(86%)는 만약 내년부터 금투세를 부과하게 되면 이중과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증권거래세는 아예 폐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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