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비아계 경찰들 반발해 무더기 사퇴
국제 중재도 성과 없어 치안 불안 고조
코소보 북부 지역의 세르비아계 주민들이 지난 6일(현지시각) 세르비아 정부가 발급한 차량 번호판을 불법화하려는 코소보 정부의 방침에 반대해 시위를 벌이고 있다. 미트로비카/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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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이 세르비아계와 코소보계 주민 사이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코소보 북부에 치안 유지를 위한 경찰을 파견했다.
<로이터> 통신은 19일(현지시각) ‘유럽연합 코소보 법치 임무단’(EULEX)이 북코소보 지역에 폴란드와 이탈리아의 경찰관 130명을 파견해 순찰 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지역은 코소보 땅이지만, 주민 다수는 세르비아계다.
유럽연합은 치안 공백을 메우기 위해 경찰들을 파견했지만, 이들에게 체포 권한은 없다. 최근 이 지역에 도착해 폴란드 경찰들에 합류한 이탈리아 경찰 지휘관 마리아노 바스탄차는 “상황이 여전히 민감하기 때문에 당분간은 현장 상황을 감시하는 일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지역 상황이 최근 불안해진 것은 코소보 정부가 세르비아 정부가 발급한 차량 번호판을 금지하는 조처에 나서면서다. 코소보 정부는 지난 7월 이런 조처를 발표하고 코소보에서 발급한 번호판으로 바꾸지 않으면 벌금을 물리겠다고 밝혔다. 이 문제를 주권 문제로 받아들인 세르비아계 주민들은 곳곳에서 항의 시위를 벌였고, 코소보 정부는 교체 시한을 일단 늦췄다. 정부는 최근 새 시한을 오는 21일로 확정했으며, 이에 항의해 세르비아계 경찰 600여명을 비롯해 판검사들까지 사퇴하면서 치안 공백 사태까지 발생했다.
유럽연합과 미국이 중재를 시도하고 있으나 아직 별다른 성과가 없다. 유럽연합은 지난 18일 알빈 쿠르티 코소보 총리와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을 벨기에 브뤼셀의 유럽연합 본부로 초대했지만, 두 정상 모두 초대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유럽연합과 미국은 번호판 교체 시한을 다시 10개월 늦출 것을 요청하고 있으나 쿠르티 총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려 하고 있다. 코소보 고위 당국자는 “현재 북부 지역은 시한폭탄이나 다름없다”며 “두쪽의 ‘미친 사람들’이 언제든 안전핀을 뽑을 채비를 하고 있으며 상황을 진정시킬 경찰도 없다”고 말했다.
코소보는 1992년 유고슬라비아 연방이 붕괴하면서 분리 독립한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등과 달리 계속 세르비아의 지배를 받다가 1998~1999년 코소보 전쟁을 겪은 뒤 유엔의 통치를 받는 자치 지역이 됐다. 이어 2008년 세르비아에서 정식으로 독립했다. 코소보 주민 대부분은 이슬람교도인 알바니아계인 반면 세르비아인들은 기독교의 분파인 동방정교회 신자들이어서, 이들의 마찰은 민족 문제에 종교 갈등까지 겹친 양상을 띠고 있다.
두 나라는 2013년 유럽연합이 중재한 대화를 통해 분리 독립 이후 해결되지 않고 있는 쟁점들을 해소하기로 약속했으나, 아직까지 협상에 별다른 진전이 없다고 <로이터>는 지적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는 현지에 3700명 규모의 평화유지군을 주둔시키고 있으며 안보가 위협받을 경우 개입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고 통신은 전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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