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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승강기 고장 아파트 29층 배달’ 女라이더 “회사 징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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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커뮤니티에 “다른 당사자들의 억지스런 주장과 맞지 않는 이야기에 입장 밝힌다”

“본업 따로 있어…사건 확대돼 ‘겸직불가’인 회사로부터 징계 위기” 설명

“사실과 다른 추측성 댓글로 제게 잘못이 있다는 말 너무 힘들어” 호소도

세계일보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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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가 고장 난 아파트 29층을 걸어 올라가 음식을 배달했다가 손님의 회수 요청에 다시 계단을 오르내리는 등 ‘갑질’을 당한 배달기사가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일하려던 것이 이렇게 돼 논란의 중심이 된 게 너무 속상하다”며 자신의 입장을 직접 밝혔다.

특히 본업이 따로 있는데 이 사건으로 인해 겸직이 안 되는 회사 방침상 징계를 받게 되는 등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한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지난 18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배달 29층 사건의 라이더입니다’라는 장문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배달기사 A씨는 “이 글을 쓰기까지 정말 많은 고민을 했지만 다른 당사자분들이 남긴 글과 여러 가지 추측 댓글, 그리고 저의 개인 소셜미디어(SNS) 계정까지 공개된 상황에서 억지스러운 주장과 맞지 않는 이야기들이 너무 많아 글을 남긴다”라고 운을 뗐다.

A씨는 “저는 본업은 따로 있으며, 제 개인적인 대출 빚을 갚기 위해 (배달 일을) 시작한 지 일주일 된 신입 기사”라고 당시 상황을 자세히 말했다.

A씨에 따르면 그는 이날 음식을 픽업해 문제의 배달지에 도착했다. 하지만 공동 현관 비밀번호를 알지 못해 아파트 안으로 진입할 수 없었고, 손님 집 호수로 호출했으나 응답이 없었다. 이에 A씨는 손님에게 전화했으나 이마저도 연결이 되지 않아 배달 관리자에게 이 사실을 알린 뒤 옆 단지로 배달을 다녀왔다.

이후 A씨는 한 입주민 뒤를 따라 아파트 안으로 들어갔다가 엘리베이터가 고장 났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으며, 또다시 손님에게 전화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아 가게 사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A씨는 “가게 사장은 잠시 기다려달라고 했고, 저희 배달 관리자가 손님에게 전화해본다고 하셨다”며 “마냥 기다릴 수가 없는 저는 연락을 기다리면서 일단 계단으로 올라갔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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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층 갑질 사건 관련 배달기사가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자신의 입장을 직접 밝혔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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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계단을 오르던 도중 관리자로부터 “손님이 계단으로 올라오라고 했다”는 내용을 전달받았으며, 이에 관리자에게 “올라가고 있다”라고 말한 뒤 통화를 종료했다. 가게 측은 A씨에게 “(손님이) 배달 업무 하는 사람으로서의 임무를 이행하라며 아들도 올라왔다고 하셨다”라고 전했다.

A씨는 “사실 너무 힘들었지만, 제 상황에서는 손님에게 음식을 가져다 드리는 게 맞다고 생각돼 음식을 갖다 드리게 됐다”라며 “손님은 제게 연락을 취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아 가게와 배달업체에 연락했다고 했지만 저는 손님의 연락을 받지 못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제게 온 손님의 첫 연락은 (음식 배달 후) 계단을 내려가는 도중 14층과 15층 사이에서 ‘(음식을) 취소했으니 가져가세요’였다”라며 “(손님에게) ‘저 지금 내려가고 있다’라고 했지만, (손님이) 가져가라고 해서 다시 29층까지 계단을 걸어 올라가 음식을 회수해 가게에 가져다 드렸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여기까지가 그날 제게 있었던 일을 사실대로 적은 내용이다. 손님이 어떤 사유로 음식을 취소했는지, 가게 사장과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자세히 알지 못한다”며 “그저 제가 픽업한 음식을 배달했고, 취소된 음식을 책임지고 가게에 다시 가져다 드렸을 뿐이다. 책임감 갖고 열심히 일하려던 게 이렇게 돼서 저까지 논란의 중심이 된 게 너무 속상하다”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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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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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A씨는 이번 일이 알려지면서 본업에도 문제가 생겨 생활적인 부분도 지금 타격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제 개인적인 사정으로 대출을 받았고, 상황이 힘들어져서 이중 취업을 했다”며 “본업은 겸직이 안 돼 회사에서 징계를 기다리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런 일이 또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과 동시에 저 또한 누군가의 딸인 것처럼 어른들의 문제에 아이들이 피해 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라며 “저는 제게 주어진 일에 대해 최선을 다했을 뿐임에도 사실과 다른 추측성 댓글로 제게 잘못이 있다는 말조차 너무 힘들다. 그저 이 일이 저에게 그냥 지나가는 일이길 바란다”라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A씨는 최근 문제의 손님 아파트 단지에서 일어난 라이더들의 시위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그는 “저를 대신해 목소리 내주시는 분들, 모든 라이더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며 “하지만 이 일을 라이더 협회 측에 요청한 적 없고, 라이더 집회를 제가 소집한 게 아니다”고 전했다.

아울러 “당시 저는 다른 지역에 있어서 전달받은 내용”이라며 “일단은 불미스러운 일로 불편 끼쳐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이승구 온라인 뉴스 기자 lee_ow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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