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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세계와 손잡는 K팝

코로나로 극장이 망했다니… ‘용아맥’ 탑건 모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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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겔폰드 아이맥스 CEO

코로나로 가장 타격을 받은 산업 중 하나는 단연 영화 산업이다. 사람들이 밀집된 장소를 꺼리고 OTT(온라인 동영상서비스)로 집에서 편하게 영화 보는 것을 선호하면서 영화관들은 직격탄을 맞고 줄줄이 문을 닫았다. 국내만 해도 2019년 1조9140억원이던 영화관 매출이 2021년 5827억원으로 3분의 1토막 났다.

코로나가 영화 산업에 불러온 또 다른 변화는 아이맥스(IMAX)나 4DX 같은 특별관 선호 현상이다. 영화관에 자주 안 가는 대신 비싼 값을 치르더라도 안방과는 다른 경험을 하려는 심리가 강해진 탓이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 아이맥스 상영관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1.9%에서 올해 2.9%(9월 말 현재)로 늘었다. 전 세계 1700여 개 아이맥스 영화관 중 가장 매출이 많은 곳도 다름 아닌 서울에 있는 CGV 아이맥스 용산아이파크몰이다. 영화 마니아들에게 ‘용아맥’으로 통하는 이 상영관은 올해 들어서만 510만달러 매출을 올렸다. 지난달 한국을 찾은 리처드 겔폰드(Gelfond·67) 아이맥스 최고경영자(CEO)에게 영화 산업의 미래를 물었다.

조선일보

지난달 서울을 찾아 WEEKLY BIZ와 인터뷰를 가진 리처드 겔폰드 아이맥스 최고경영자(CEO). 그는 "서울 용산 CGV 내에 있는 아이맥스 상영관 한 곳에서 510만달러 매출을 올렸다는 건 정말 놀랄 일"이라고 말했다. /아이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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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콘서트 아이맥스로 제작”

아이맥스는 캐나다의 아이맥스사가 만든 극장용 영화 배급 플랫폼이다. ‘눈(eye)’과 ‘최대(maximum)’라는 글자에서 따와 ‘눈으로 볼 수 있는 최대 영상’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아이맥스 영화는 화면 비율이 가로·세로 2.35:1인 일반 영화와 달리 화면 비율이 1.43:1이다. 스크린 크기도 일반 영화관보다 5배 이상 크고, 자체 제작한 초고해상도 카메라로 촬영해 2배 이상 화질이 선명하다. 아이맥스도 코로나19가 덮친 2020년 큰 타격을 받았지만, 이후 빠른 속도로 매출을 회복하고 있다. 특히 올해 전 세계에서 약 15억달러(2조원) 수익을 올린 영화 ‘탑건 매버릭’의 성공이 결정적이었다.

-탑건 매버릭이 흥행에 성공한 비결은 무엇인가.

“주인공인 배우 톰 크루즈와 영화 제작 3년 전부터 논의를 시작했다. 영화 제작사와는 전투기 조종간에 들어갈 수 있는 특수 카메라를 같이 개발했다. 톰 크루즈가 영화 정식 개봉 전에 자신의 지인들에게 70번 정도 미리 보여줬고, 이 영화는 아이맥스에서만 봤으면 좋겠다는 말도 했다고 한다. 아이맥스에서 이 영화를 관람하면 사람들이 ‘정말 엄청난 영화’라는 인상을 갖는다. 톰 크루즈뿐만 아니라 할리우드에 있는 영화 제작자나 배우들도 아이맥스가 최고라는 것을 다 알고 있다.

-팬데믹을 거치면서 회사에 어떤 변화가 있었나.

“다양성이다. 할리우드 콘텐츠에만 의존했던 것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점을 깨닫게 됐다. 콘텐츠가 공급되지 않으면 아이맥스 상영관은 제대로 유지할 수 없다. 그때 미국이 아닌 나라에서 만들어진 영화가 그 대안이 됐다. 예를 들면 중국이 제작한 ‘유랑지구’나 일본의 ‘신에반게리온’ 같은 영화다. 모두 아이맥스 기술로 촬영했는데, 이들 영화 덕분에 아이맥스 상영관 네트워크를 유지할 수 있었다. 팬데믹 이후로는 전 세계 사람들이 자기 나라의 콘텐츠를 훨씬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한국의 ‘기생충’도 아이맥스로 촬영해 상영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팬데믹이 종식돼도 이런 기조를 유지하나.

“물론이다. 우리가 가진 네트워크망을 활용해 세계 각국에서 벌어지는 각종 이벤트를 더 많이 상영하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간담회를 했을 때도 우리가 아이맥스 기술로 제작한 적이 있다. 전 세계인들의 인기를 끄는 K팝 콘서트도 아이맥스로 제작할 계획이 있다. 세계적으로 굉장히 반응이 좋을 것 같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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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영화, 극장 못 따라와”

겔폰드 CEO는 1955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나, 미국 노스웨스턴대학에서 법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투자은행에서 인수합병(M&A) 전문가로 일했고, 투자회사를 설립했다. 1994년 이 회사가 아이맥스를 인수하면서 아이맥스와 인연을 맺었다. 이후 부회장직을 거쳐 2009년부터 지금까지 아이맥스 CEO로 일하고 있다.

-사람들이 OTT에 익숙해진 것은 아이맥스를 비롯한 극장 산업에 큰 악재 아닌가.

“팬데믹 이후 OTT가 급성장하면서 극장 상영관으로 가지 않고 그냥 OTT로 직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나는 이것을 실패한 실험이라고 생각한다. 매출이 그만큼 따라주지 않기 때문이다. 대작 영화는 45일 정도 극장에 걸린 후 OTT로 가면 몸값이 더 높아진다. 관람객들에게도 OTT와 극장이 선사하는 경험은 전혀 다르다. 스트리밍으로 보는 영화는 모든 게 금방 지나가 버린다. 그래서 단순히 스트리밍만으로 상영되는 영화는 문화적인 현상이나 이벤트를 창조해 내는 경우가 거의 없다. 반면 극장에서 히트한 블록버스터 영화는 속편이 파생되고, 하나의 문화적인 이벤트를 만들어 낸다.”

-아이맥스 영화 티켓 값이 비싸다는 인식이 있다.

“100달러가 넘는 콘서트나 스포츠 티켓 가격과 비교하면 아이맥스 영화는 훨씬 저렴하다. 어디 가서 15~20달러를 주고 탑건의 전투기에 탑승하는 듯한 경험을 할 수 있겠나. 팬데믹 이후에 전 세계 엔터테인먼트 시장이 더 고급화되고, 블록버스터 영화에 대한 수요도 더 커지고 있다. 블록버스터 영화는 아이맥스로 봐야 더 감동이 크다. 한국은 잠재력이 큰 시장이기 때문에 앞으로 더 많이 확장할 거라고 본다.”

우리나라에 처음 아이맥스가 도입된 것은 1985년이다. 당시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서울 여의도 63빌딩에 들어선 국내 유일 아이맥스 상영관에서 주로 자연 다큐멘터리를 상영했는데, 어린이들에게 특히 인기가 높았다. 지금은 전국 20개 아이맥스 상영관에서 대작 상업 영화를 주로 상영한다.

-1980년대 63빌딩에서 보던 아이맥스 영화와 현재는 어떤 차이가 있나.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전환됐고, 지금은 일부 영사기가 레이저로 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모든 아이맥스 영화는 레이저를 통해 상영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검은색은 더 검게, 밝은 색은 더 밝게 훨씬 더 생생하고 선명한 화질을 구현할 수 있다. 음향도 기존의 6개 채널에서 천장(4채널)과 벽면(2채널)이 추가됐다. 63빌딩 시절 영화관에서는 들을 수 없었던 소리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중국 베이징과 캐나다 토론토에 있는 ‘콘트롤 센터’가 전 세계 1700여 개 아이맥스 영화관 모두를 실시간으로 모니터한다는 점이다. 예를 서울 왕십리 아이맥스 영화관에서 어떤 음향과 화질로 상영되는지 실시간으로 체크해 부족한 점이 있으면 꾸준히 개선한다. 아이맥스 영화의 생명은 품질이다.”

리처드 겔폰드 CEO 약력

-1955년 미국 뉴욕 출생, 미국 노스웨스턴대학 법학 박사

-1994년 아이맥스사 인수, 전무이사·부회장

-1996년 아이맥스사 공동 최고경영자(co-CEO)

-2009년~현재 아이맥스사 최고경영자(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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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창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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