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공무원, ‘실족사’ 아닌 ‘실종사’…해수부葬 근거 없어”

해경 수사심의의견서엔 ‘실종 후 사망’

해수부, 실족사로 보고 해수부葬 결정

윤준병 “수사결과 안보고 정권 눈치 봐 결정”

지난 6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해양수산부 국정감사가 열리고 있는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2020년 서해에서 북한군에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 씨의 사망 원인에 대해 해양경찰은 ‘실종사’로 판단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수사기관의 판단에 근거하지 않고 이씨 사망을 ‘실족사’로 보고 해수부장(葬)을 결정한 것은 잘못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13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해양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수사심의 의견서’에 따르면, 해경은 이씨 사망 원인을 ‘실종 후 사망’으로 판단했다.

해당 문서의 ‘심의사건 내용’에는 “이씨가 2020년 9월 21일 인천시 옹진군 소연평도 근처 1.2㎞에서 묘박 중인 무궁화10호에서 실종된 후 불상의 방법으로 황해남도 강령군 금동리 연안수역에서 발견돼 같은 달 22일 동 해역의 북한 군인이 쏜 총을 맞고 사망했다”고 적혀 있다.

또 같은 문서의 ‘의견’란에는 ‘피해자가 탑승하고 있던 어업지도선에서 북한해역(연안수역)까지 이동하게 된 경위에 대한 사실확인이 어려운 점’ 등을 이유로 수사종결 의견을 밝히고 있다.

이 같은 내용을 종합했을 때 ‘실족사’를 원인으로 한 서해공무원 해수부장은 근거가 미약해 보인다는 게 윤준병 의원의 주장이다.

해수부가 지난 8월 31일 개최한 해수부장 대상자 선정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당시 참석자들은 ‘실족사한 경우 해수부장 대상자로 인정된 경우가 여럿’이라며 이씨에 대한 해수부장을 결정했다.

윤준병 의원은 “해수부가 수사기관인 해경의 공식적인 수사 결과를 보지도 않고 정권의 눈치만 보면서 실족사를 원인으로 해수부장을 결정한 것은 매우 큰 잘못”이라며 “해수부가 이제라도 잘못을 인정하고 제대로 된 근거를 밝히는 것만이 국민의 의심을 거두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달 6일 국회 농해수위의 해수부 국감에서 여야가 이씨의 해수부장을 두고 공방을 벌인 바 있다. 국민의힘은 “이씨가 직무 수행 중 숨졌기 때문에 공무 중 사망을 인정해 해수부장이 적절하다”고 주장했으나, 민주당은 “근무지 고의 이탈”이라고 반발했다.

sp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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