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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수의 오마이갓] 키 10미터 부처님들의 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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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엄사 통도사 등 이번주 국보 보물 괘불 선보여

조선일보

국보 301호로 지정된 화엄사 괘불. 높이가 12미터에 이르는 이 괘불은 10월 1일 화엄문화제 중 괘불제에 나온다. /화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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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에 한두번만 법당 밖으로 나오는 귀한 유물

국보 301호 화엄사 영산회 괘불, 보물 1351호 통도사 괘불, 보물 1642호 봉정사 영산회 괘불, 보물 1344호 고흥 금탑사 괘불….

1년에 한두 번 잠깐 친견할 수 있는 귀한 국보와 보물 괘불(掛佛)들이 이번 주 대중 앞에 나들이합니다. ‘괘불’은 부처님[佛]을 높이 10미터에 이르는 엄청나게 큰 화면에 그린 걸개[掛] 그림입니다. 물론 이들 국보, 보물 괘불이 한 자리에 선보이는 건 아닙니다.

화엄사는 9월 30일~10월 2일 ‘지리산 대 화엄사 화엄문화제’ 중 10월 1일 오후 보제루 앞마당에서 열리는 괘불제에서 선보입니다. 통도사 괘불은 9월 3일부터 10월 10일까지 열리는 개산대제 중 하이라이트로 10월 3일 걸리게 됩니다. 그리고 봉정사 괘불은 27일부터 한 달간 서울 조계사 경내 불교중앙박물관에서 선보이고 있고, 금탑사 괘불은 10월 1일부터 내년 4월 23일까지 통도사 성보박물관에서 전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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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 1351호로 지정된 통도사 괘불. 높이 12미터에 이르는 이 괘불은 10월 3일 대중 앞에 다시 걸리게 된다. /통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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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4층 높이...이동식 야외행사용 불화

괘불은 특별한 의식이나 행사가 있을 때 법당 내부가 아닌 야외에 내거는 초대형 불화입니다. 서양 성당에선 벽화나 천장화가 발달했지요. 동양 불교 사찰에도 불상 뒤편 벽에 장식된 후불탱과 법당 외벽에 그림을 그린 벽화는 많습니다. 대부분은 고정된 회화 작품이지요. 괘불처럼 야외 행사용 이동식 초대형 회화는 많지 않습니다. 괘불은 국내에 100여점, 일본에 10여점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진 유물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행사용 불화인 만큼 멀리서도 쉽게 볼 수 있도록 만들 필요가 있었겠지요. 그래서 화엄사 국보 괘불과 통도사 보물 괘불은 높이가 12미터에 이릅니다. 아파트 한 층을 3미터로 계산했을 때 4층 높이에 해당합니다. 괘불이 제작된 시기가 대개 17세기 이후이니 300~400년 전 사람들이 보기엔 요즘 웬만한 초대형 전광판보다 더 크고 장엄하게 느껴졌겠지요. 게다가 1년에 한 번 정도만 야외에 거는 그림이니 희소성도 더해졌지요.

괘불은 기본적으로 비단이나 삼베 같은 천 위에 그린 그림입니다. 그렇다면 300~400년 전에 어떻게 세로 10미터, 가로 7미터나 되는 넓이의 천을 만들 수 있었을까요. 괘불을 가까이에서 보면 초대형 화면 제작의 비밀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자세히 보면 괘불은 세로 약 30센티미터 간격으로 천을 이어붙여 폭을 넓힌 흔적을 볼 수 있습니다. 베틀 크기에 맞게 짠 한 자[尺=30센티미터] 폭의 비단이나 삼베를 가로 방향으로 이어붙인 후 뒤에 종이를 배접해 고정시켰습니다. 가령 480센티미터 폭의 천을 만들기 위해선 30센티미터×16장이 되는 것이지요. 크기가 엄청나다보니 실내에서 괘불을 전시할 수 있는 장소도 드뭅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이나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조계종 총무원 청사) 1층 로비, 통도사 성보박물관 정도가 괘불을 제대로 걸어서 선보일 수 있는 장소로 손꼽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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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 봉정사 괘불(보물 1642호). 9월 27일부터 1개월간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1층 로비에서 전시되고 있다. /김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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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때에는 법당에 보관...이동용 문도 따로 있어

저는 전남 해남 땅끝마을 미황사 괘불제에서 괘불을 걸어올리는 장면을 본 적 있습니다. 법당 내부 불상 뒤편에 둘둘 말아서 보관하던 폭이 5미터에 가까운 괘불을 꺼내는 데에만 장정 12명이 나섰습니다. 미황사 대웅보전 측면에는 이 괘불을 꺼내기 위한 용도의 작은 문이 있더군요. 그 문을 통해 천천히 꺼내서 방향을 돌리고 계단을 내려와 도르래에 걸어서 12미터 괘불을 펼쳐서 걸기까지 족히 20~30분쯤 걸린 기억이 납니다. 드디어 도르래에 걸린 괘불이 서서히 부처님의 정수리 부분부터 얼굴, 가슴, 다리가 순서대로 드러나며 전신(全身)이 펼쳐지는 광경은 장엄했습니다. 마침내 다 펼쳐진 괘불은 달마산을 등지고 완도 보길도 진도 방향 남해바다를 굽어보는 모습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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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미황사 괘불제 때 장정 12명이 힘을 합해 괘불을 옮기는 모습. /김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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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정사 괘불은 서울 조계사, 고흥 금탑사 괘불은 통도사 성보박물관서 전시

안동 봉정사 괘불은 서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불교중앙박물관이 올 하반기 기획한 특별전시 ‘등운산(騰雲山) 고운사(孤雲寺)’ 중 하나입니다. 경북 의성 고운사는 조계종의 제16교구 본사(本寺)인데요, 부석사 봉정사 축서사 등의 말사(末寺)가 속해있습니다. 이 특별전은 그 사찰들의 귀한 유물을 전시하는 자리입니다. 앞서 8월 26일부터 9월 25일까지 부석사 오불회 괘불이 전시됐고, 봉정사 괘불에 이어 11월 1일부터 11월 27일까지는 축서사 괘불이 전시됩니다. 특히 축서사 괘불은 지금까지 절 밖으로 한 번도 나온 적이 없다고 하네요. 특별기획전에 나오는 괘불 3점은 모두 보물로 지정돼 있습니다. 높이가 7미터가 넘는 만큼 불교중앙박물관에도 마땅한 공간이 없어 3층까지 천장이 뻥 뚫린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1층 로비 벽에 걸렸습니다.(지난 9월 2일 조계종 새 총무원장 진우 스님이 기자회견할 당시 뒷벽에 걸려있던 그림이 부석사 괘불이었습니다.) 괘불을 가까이서 자세히 살펴보고 싶은 분은 봉정사 괘불을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전통적으로 10월은 개산대제의 계절입니다. 개산대제(開山大祭)란 사찰의 생일잔치입니다. 이 무렵엔 괘불뿐 아니라 다양한 불교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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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도사 성보박물관 벽면을 화면 삼아 펼쳐지는 미디어 아트. 통도사는 10월 3일까지 개산대제 기간 저녁에 무풍한송로~성보박물관 일대에서 통도사의 문화유산을 미디어 아트로 보여주고 있다. /통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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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도사의 경우엔 올해 개산대제 기간 사찰 입구 무풍한송로와 성보박물관 벽면을 화면으로 삼은 미디어 아트가 펼쳐지고 있습니다. 매일 저녁 7~9시 어둠이 내리면 삼성반월교, 구룡지, 금강계단 등 통도사의 대표적 유물과 창건설화를 엮은 미디어 아트가 펼쳐집니다. 괘불이 전통 시대의 예술이었다면 미디어아트는 현대적 예술인 셈입니다.

화엄사 역시 축제 기간에 걷기 대회, 음악회, 불화그리기 대회, 복식 공예 자수 전시회 등 다양한 행사가 마련됩니다.

경남 합천 해인사는 10월 한 달 간 ‘오색 국화 해인삼매 물들다’를 주제로 개산대제를 개최합니다. 1220주년 개산에 맞춰 국화 화분 1220개를 배치하고 2000여 본의 국화를 활용한 탑, 동자승, 우리나라 지도 등을 만들어 선보입니다.

수도권에선 인천 강화 전등사가 10월 1~9일 ‘삼랑성 역사문화축제’를 개최합니다. 코로나 때문에 3년만에 다시 여는 이번 축제에는 가을음악회, 영산대재, 남사당놀이 등이 준비됐습니다.

지독한 무더위와 태풍을 견뎌낸 후 보상처럼 맞는 청명한 가을입니다. 마침 이번 주부터는 야외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도 되게 됐습니다. 나들이 계획을 세운 분들 많으실텐데요, 행선지 근처의 사찰을 찾아 가을축제에 참가하고 여러 문화 체험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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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수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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