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비즈니스 리더가 트럼프와 관계 맺는 모범”
직접 전화 걸어 정책 민원… 트럼프 “훌륭한 경영인”
트럼프에 ‘작은 승리’ 안겨주고 소원 수리해준 전력
지난 2017년 6월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기술위원회 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당시 대통령이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쿡은 다른 대기업 경영자들과 달리 로비스트나 고위 임원을 통하지 않고 직접 트럼프와 소통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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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소통 채널을 확보하기 위한 기업들의 움직임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모범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정치권 출신 임원이나 로비스트를 통하는 기업의 전통적 접근법과 달리 쿡은 트럼프에게 직접 전화하고 만남을 요청하는 데 거침이 없다고 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4일 “비즈니스 리더들이 어떻게 트럼프와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 보여준다”고 했다. 트럼프는 재임 당시 “다른 사람들은 전화하지 않는데 그(쿡)는 나에게 전화하기 때문에 훌륭한 경영자”라며 만족감을 드러냈었다.
쿡은 지난달에도 트럼프에게 전화해 유럽연합(EU)이 부과한 천문학적 과징금에 대해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에서 애플은 스트리밍 관련 반독점법 위반으로 18억유로(약 2조6300억원), EU와의 세금 체납 소송 패소로 130억유로의 과징금을 내야 하는 상황이다. 쿡의 ‘정책 민원’에 트럼프는 “그들(유럽연합)이 우리 회사를 이용하게 내버려두지 않겠다”고 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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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에게 ‘승리’를 안겨주는 것도 쿡의 주요 전략이다. 쿡은 트럼프가 2019년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 10% 관세 부과를 추진하자 로비에 나섰다. 관세가 아이폰 가격을 올려 삼성전자 등 애플과 경쟁하는 외국 기업에 이익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트럼프가 아이폰을 포함한 일부 제품에 예외를 인정하자 쿡은 컴퓨터 생산 시설을 텍사스에서 중국으로 옮기려던 계획을 번복해 트럼프에게 정치적 승리를 선사했다. WSJ는 “쿡은 애플과 트럼프 공동의 이해관계에 집중해 관계를 구축했다”고 했다.
2018년에는 애플이 해외에 보유해온 현금 2450억달러(약 343조4900억원)를 미국으로 들여와 세금 380억달러를 납부하고 미국에서 2만명을 추가 고용하겠다고 발표했다. 기업의 해외 현금을 미국으로 가져오면 세금을 깎아주겠다는 트럼프의 감세 정책에 화답한 것이다. 애플의 발표 이후 트럼프는 소셜미디어에 “감세 정책이 애플 같은 기업의 현금을 미국으로 들여올 수 있게 했다. 미국 노동자와 미국의 위대한 승리”라고 썼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로이터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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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기 정부 중동 특사에 임명된 부동산 사업가 스티븐 휘트코프는 골프라는 공통의 취미로 트럼프와 가까워진 경우다. 그는 지난 7월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트럼프를 ‘친한 친구’라 불렀고, 9월 플로리다의 골프장에서 발생한 암살 시도 때도 트럼프와 골프를 치고 있었다. 세계 최대 사모펀드인 블랙스톤 그룹의 스티븐 슈워츠먼 CEO도 오랜 친분을 바탕으로 트럼프와 직접 대화할 수 있는 기업인으로 꼽힌다.
다만 이 정도의 영향력을 가진 인물이 드물기 때문에 직접 수화기를 드는 전략을 누구나 구사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트럼프와 일대일로 대화할 기회를 잡는다고 해서 반드시 원하는 결과를 얻는 것도 아니다. 세계적 택배 회사 페덱스의 프레드 스미스 회장은 지난달 트럼프와 한 행사장에서 만나 대화를 나눈 뒤 언론에 “트럼프는 매우 친절하고 좋은 동료지만, 수입은 손실이고 수출은 이익이라고 말하는 그를 움직일 수가 없었다”고 했다. 일부 기업인들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 인도계 기업가 비벡 라마스와미가 이끄는 정부효율부에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방안도 검토한다고 알려졌다.
[워싱턴=김은중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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