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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당첨되지 말 걸”…43억원 거머쥔 인도 남성이 전한 로또 1등의 고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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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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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한 남성이 복권에 당첨된 후 외출도 못하고 있다며 “당첨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첨금을 나눠 달라는 사람들의 부탁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26일(현지 시각) BBC, 더타임스 등에 따르면 인도 남부 케랄라주에 사는 차량 운전기사 아눕 바두(30)는 이달 초 주정부 복권에서 1등에 당첨돼 2억5000만 루피(약 43억7000만원)의 주인이 됐다.

아눕이 말레이시아에 요리사로 일하러 가기 하루 전인 지난 17일 산 복권이 행운으로 이어졌다. 그는 빚이 많아서 은행 대출을 신청한 상태였다며 복권 살 돈이 부족해 2살 아들의 돼지 저금통을 깼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첨의 행복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당첨 소식이 뉴스에 보도되면서 모르는 사람들이 아눕을 찾아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는 “당첨됐을 때 너무 기뻤지만 곧 상황은 통제 불능이 됐다”고 말했다.

당첨 소식이 확산한 후 일주일 동안 아눕의 전화는 하루 종일 울려댔고 매일 아침 낯선 사람들이 그의 집에 찾아와 울면서 당첨금을 나눠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보도에 따르면 복권 당첨자는 신원을 공개하지 않는 것을 요청할 수 있지만 아눕은 이를 요청하지 않았다. 그는 “거리에 나가면 사람들이 나를 둘러싸고 셔츠를 잡아당긴다”며 “집을 비울 수도 없고, 어디로 갈 수도 없다. 아이가 아파도 의사에게 데려갈 수 없었다”고 했다.

아눕은 결국 소셜미디어를 통해 낯선 사람들에게 자신과 가족을 괴롭히지 말아달라고 호소하는 영상을 올렸다. 영상 속 그는 “당첨되지 않았더라면 좋았겠다. 차라리 3등을 했다면 더 나았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내가 모두에게 할 수 있는 말은 아직 어떤 돈도 받지 못했다는 것”이라며 “수도 없이 이 말을 되풀이했는데 어떤 이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임시로 친척 집에서 지내고 있다며 다른 곳으로 이사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주정부는 아눕이 당첨금을 잘 쓸 수 있도록 재정 운용 교육을 하루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눕은 당첨금으로 빚을 갚고 집을 마련한 뒤 친척을 도울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후 자선 단체에 기부하고 남은 돈으로 작은 서비스 사업을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정채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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