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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이슈 5·18 민주화 운동 진상 규명

2심도 “전두환 회고록, 5·18 역사 왜곡… 손해배상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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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광주고법 전경. /조선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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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에 이어 항소심 법원도 “전두환 회고록이 5·18민주화운동 역사를 왜곡했다”며 고(故) 전두환 전 대통령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광주고법 제2민사부(재판장 최인규)는 14일 5·18단체 4곳과 고(故) 조비오 신부의 조카 조영대 신부가 고(故) 전두환 전 대통령(저자)과 아들 전재국씨(출판자)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전두환 부인 이순자(전두환 상속인)와 전재국은 5·18단체 4곳에 각 1500만원씩 6000만원을, 조 신부에게는 1000만 원을 배상하라”고 주문했다.

다만 출판자(전재국)에 대한 원고들의 출판금지 청구에 대해서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전두환 회고록의 5·18민주화운동 관련 서술 중 ‘북한군 개입설’, ‘계엄군의 헬기사격’, ‘시위대 장갑차에 의한 계엄군 사망’, ‘전두환의 5.18 책임 부인’, ‘암매장’ 등 모두 51곳의 표현을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판단하고, 이를 삭제하지 않고는 회고록을 출판·배포 등을 할 수 없도록 명령했다.

앞서 1심에서 원고들은 회고록 내용 중 70개 표현에 대한 삭제를 청구하였고, 제1심은 그중 62개 표현의 삭제를 명했다. 이에 대해 피고들이 전부 항소하고, 원고 5.18단체들은 제1심에서 청구가 기각된 ‘시위대 장갑차에 의한 계엄군 사망’ 표현에 대하여 항소했다.

재판부는 1심에서 명예훼손과 손해배상 사유로 인정받지 못한 ‘계엄군 장갑차 사망 사건’ 관련 기재 내용도 허위라고 인정했다. 1980년 당시 11공수여단 병사 2명이 후진하던 계엄군 장갑차에 깔려 숨졌다는 증언들이 있었음에도 전 전 대통령이 시위대 장갑차에 군인이 숨졌다고 단정해 기술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전 전 대통령이 집필 당시 허위에 대한 인식은 부족한 것으로 보고, 손해배상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전두환은 5·17 군사반란과 5·18 관련 내란 및 내란목적살인의 우두머리(수괴)로서 무기징역형의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장본인임에도, 이 사건 회고록을 통해 이미 법

적, 역사적으로 단죄된 부분마저 자신의 책임을 전면 부인하고 억울하게 십자가를 지게 된 양 피해자 행세를 하면서 진짜 피해자인 민주화운동 세력을 비난하고 있다”며 “이러한 행위는 국민과 국가의 단합을 해치고 사회의 혼란을 초래하는 것으로 비난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했다.

이어 “5·18단체들의 장기간에 걸친 진상규명 노력, 법정단체로서의 지위, 5·18 관련 내란목적살인 등의 가해자라는 전두환의 특수한 지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회고록에 나오는 5·18민주화운동의 법적, 역사적 의미에 대한 허위사실 적시가 5·18단체들의 법인으로서의 명예, 신용, 사회적 평가를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한 점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앞서, 5·18 단체 등은 전 전 대통령이 지난 2017년 4월 펴낸 회고록에서 민주화운동을 비하하고 피해자를 비난했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지난 2018년 9월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이후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이던 지난 해 11월 23일 전 전 대통령이 사망함에 따라 부인 이순자가 법정 상속인으로 소송을 물려받았다. 이번 판결이 확정되면 전재국 씨와 상속인인 이순자 씨가 공동으로 배상 책임을 지게 된다.

전 전 대통령 측 법률 대리인 정주교 변호사는 “광주에서 전 대통령과 5·18 민주화운동을 재판한다는 자체가 처음부터 공정을 기대할 수 없었다”며 대법원에 상고하겠다고 했다.

5·18 단체 등의 법률 대리를 맡은 김정호 변호사는 “전두환 측이 할 일은 변명과 회피가 아니다. 이제는 인정하고 반성하고 역사 앞의 진실과 마주 서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김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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