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0일 국내 첫선… 연극 ‘두 교황’ 연습 현장
전통 강조하는 베네딕토役 신구, 개혁 외치는 프란치스코役 정동환
‘진정한 신앙’이란 무엇인가 묻는 두 교황의 실화를 바탕으로 구성
신구, 대사량 부담에 이어폰 착용 “도전 필요한 연극은 이게 마지막”
연극 '두 교황' 연습 현장. 배우 정동환(왼쪽)은 베르골리오 추기경(훗날 프란치스코 교황)을 연기한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를 맡은 신구는 “대사량이 많고 도전이 필요한 연극은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했다. /에이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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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오전 11시 서울 양재역 앞 한전아트센터 3층. 복도에 연극 ‘두 교황’ 연습실을 가리키는 화살표가 보였다. 화살표 아래 작은 글씨로 이런 문장이 적혀 있었다. “가장 힘든 일이 주님의 음성을 듣는 거라오.”
연습실에서는 두 교황이 벌써 몸을 풀고 있었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앤서니 매카튼이 쓴 원작 희곡을 국내 초연하는 배우 신구(베네딕토 16세)와 정동환(프란치스코). 넷플릭스 영화에서는 안소니 홉킨스와 조나단 프라이스가 주연했다. 이야기는 2012년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아르헨티나의 베르골리오 추기경(훗날 프란치스코 교황)을 이탈리아 여름 별장으로 초대하면서 시작된다. 베르골리오는 추기경 사임 서류를 들고 간다.
연극 '두 교황' 연습실 복도에 붙어 있는 안내문. "가장 힘든 일이 주님의 음성을 듣는 거라오." /에이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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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한 사람들에게도 성체를 준다고? 자네는 담이 나쁜 것처럼 말하는군. 집에는 튼튼한 담이 있어야 하네.”(신구)
“예수님이 담을 만드셨습니까? 죄 많은 자를 더 따뜻하게 맞아주셨습니다. 자비는 담을 부술 수 있는 다이너마이트와 같습니다.”(정동환)
전통을 강조하는 베네딕토와 개혁을 지지하는 베르골리오의 논쟁은 점점 격해진다. 당시 바티칸은 성직자들의 뇌물 비리와 성추행, 돈세탁 혐의로 공격받고 있었다. 화창한 날씨에 교황의 마음속엔 천둥 번개가 친다. 베르골리오가 “시대는 변화를 요구하는데 교회가 전혀 움직이질 않으니, 저는 더 이상 영업사원이 되고 싶지 않다”고 하자 베네딕토는 폭발한다. “주님이 계속 움직인다면 우리는 주님을 어디에서 찾아야 하나? 주님은 변하지 않아!”
연극 '두 교황' 연습 현장. 베르골리오(정동환)는 추기경 사임 서류를 가져오지만 교황(신구)은 물리친다. /에이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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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신앙을 묻는 ‘두 교황’은 갈등과 투쟁, 의심을 수반하기 때문에 더 매혹적이었다. 명배우들답게 공격과 수비, 반격이 흥미진진했다. 신구는 완고해 보이지만 변속(變速)에 능했고, 정동환은 날카로우면서도 명랑했다. 이 연극은 차갑고 팽팽한 논쟁 사이사이에 피아노 연주와 탱고, 월드컵 축구와 유머를 밀어 넣는다. 유쾌하고 따스한 인간미를 잃지 않는다.
교황 베네딕토 16세(신구)는 "피아노 건반 앞에 앉아 있으면 두려운 마음이 들어. 어딘가 꼭 실수를 하거든"이라고 말한다. /에이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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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교황’은 2013년 자진 사임해 세계를 뒤흔든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그 뒤를 이은 교황 프란치스코의 실화를 골격으로 삼았다. 그런데 퇴장하는 것은 교황만이 아니다. 원로 배우 신구(86)는 이번에 처음으로 인이어(in-ear)를 귀에 착용하고 무대에 오른다. 대사를 잊어버렸을 때 일러주는 장치다. 신구는 “좋은 작품이라 선택했는데 과욕을 부린 것 같다. 대사량이 많아 도전이 필요한 연극은 ‘두 교황’이 마지막일 것”이라며 헛헛하게 웃었다.
신구·서인석·서상원이 베네딕토를, 정동환·남명렬이 프란치스코를 나눠 맡는다. 윤호진 예술감독은 “신구 선생님은 존재만으로 연륜과 무게감이 느껴지고 서인석은 무대 연기의 예민한 감각이 살아났다. 정동환이 농익은 연기술을 보여준다면 남명렬은 디테일한 표현에 능하다”고 설명했다. 신구의 인이어 착용에 대해서는 “실제로 관객을 만나면 더 자신감을 얻으실 것”이라고 했다. 배우 정수영·정재은·조휘도 출연한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정성환 신부가 감수했다. 공연은 오는 30일부터 한전아트센터.
연극 '두 교황' 연습 현장. 마지막 장면에서는 나란히 교황의 옷을 입고 독일과 아르헨티나의 월드컵 결승전을 시청한다. /에이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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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두 교황'의 배우 서인석(오른쪽)과 남명렬. 올해 이해랑연극상을 받은 남명렬은 "변화와 타협, 이 딜레마 안에서 어떤 생각을 가져야 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담은 작품"이라고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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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돈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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