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마케도니아의 디미타르 코바체브스키 총리가 16일 기자회견에 나선 모습. /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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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째 유럽연합(EU) 가입 후보국인 북마케도니아가 EU 정식 가입 협상에 본격적으로 돌입한다.
로이터 통신 등은 17일(현지 시각) “디미타르 코바체브스키 북마케도니아 총리가 전날 기자회견에서 오는 19일 EU와 북마케도니아 간 정식 가입 협상을 위한 첫 회동이 있을 예정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이번 회동은 인접 국가이자 사이가 좋지 않은 불가리아와의 관계 개선을 위한 일종의 중재안이 120명으로 구성된 북마케도니아 의회에서 68표를 얻어 가결된 데 따른 것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제안한 중재안은 북마케도니아가 불가리아계 마케도니아인을 소수민족으로 인정하고 이를 헌법에 반영하는 방안 등이 핵심 내용으로 담겼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북마케도니아 정부는 프랑스의 중재안을 받아 들이면서 마케도니아어가 EU에서 인정을 받는 언어가 되고, 불가리아와의 문제가 더는 가입 협상에 변수가 되지 않을 것이란 점을 확실히 했다”고 전했다. 지난달 불가리아도 북마케도니아의 EU 가입 협상에 대한 거부 의사를 철회하기로 했다.
1991년 유고슬라비아연방으로부터 독립한 북마케도니아는 2005년 EU 후보국 지위를 부여받았지만, 그동안 불가리아와 그리스 등 기존 회원국의 반대에 부딪혀 정식 회원국 가입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특히 역사나 종교적으로 유사한 면이 많은 불가리아와는 영토 분쟁과 소수 민족 관련 문제 등으로 오랜 시간 갈등을 빚어왔다. 북마케도니아의 공식 언어인 마케도니아어는 같은 어군으로 분류되는 불가리아어와 닮은 점이 많다. 그런 이유로 불가리아는 마케도니아어를 자국의 방언이라 주장하고, 이에 대해 마케도니아는 고유의 언어라 맞서면서 양국은 불편한 관계를 유지했다.
북마케도니아는 그리스와도 감정싸움을 벌였다. 유고 연방 해체로 마케도니아란 나라가 생기자 그리스는 위대한 정복자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마케도니아를 다른 나라에 빼앗길 수 없다며 국명 변경을 집요하게 요구했다. 결국 오랜 협상 끝에 2019년 마케도니아는 ‘북마케도니아’로 국명을 바꿨지만, 그리스 일부 국민은 이마저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로 분위기가 바뀌었다. 서방 세계가 발칸 반도에서도 세력 확장에 나서야 한다는 기류 속에 프랑스 등이 중재에 나서면서 북마케도니아의 EU 가입이 급물살을 타게 됐다. 북마케도니아 입장에서도 불안한 정세 속에 EU 가입을 서두르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될 것이라 판단하고 중재안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알바니아와 북마케도니아를 포함한 서부 발칸 모든 국가가 EU의 일원이 된다면, EU는 더욱 강해지고 번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EU의 회원국은 27국으로, 2013년 크로아티아가 가입한 이후엔 새 회원국이 나오지 않았다. 북마케도니아를 비롯해 튀르키예(터키)와 몬테네그로, 세르비아, 알바니아, 우크라이나, 몰도바 등이 후보국으로 정식 가입을 기다리고 있다. FT는 “북마케도니아의 EU 가입이 진전되면 이웃 국가인 알바니아 역시 가입에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장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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