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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러 정보국장, ‘한국식 휴전’ 콕 집어 "분쟁 동결 시나리오 강력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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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국장 "바이든, 트럼프에 부담 주려 긴장 높여"
한국일보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 중인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25일 서울에서 안드리 시비하(Andrii Sybiha) 우크라이나 외교장관과의 양자회담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날 조 장관은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등 우크라이나 전쟁 동향 및 우리의 대우크라이나 지원 관련 의견을 교환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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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게이 나리시킨 러시아 대외정보국(SVR) 국장이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한국식 시나리오'를 직접 언급하며 우크라이나 분쟁을 동결하는 모든 방안을 강력히 거부한다고 밝혔다.

26일(현지시간) 러시아 타스통신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나리시킨 국장은 이날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제20차 독립국가연합(CIS) 안보·정보기관 회의를 마치고 기자들에게 "러시아는 한국식 시나리오든 다른 방식을 따르든 분쟁을 동결하는 어떠한 제안도 단호히 거부한다"고 말했다.

나리시킨 국장은 서방에서 우크라이나 분쟁을 동결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거론되는 것은 러시아가 전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앞으로 수년간 지속될 '견고하고 장기적인 평화'가 필요하다"며 "이 평화는 무엇보다 러시아, 러시아 시민들을 위해 보장돼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우크라이나 분쟁을 일으킨 핵심 원인을 제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리시킨 국장의 이 같은 언급은 한국이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 가능성을 겨냥한 것이라기보다는 국제사회에서 거론되는 한반도 전쟁 종전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의도라는 평가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전이 아닌 휴전 방식으로 봉합하고, 비무장 지대를 설정해 국제사회의 감시를 받게 하는 해법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달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과 관련해 한국전쟁을 마무리한 한국식 휴전이나 현 상태를 동결하자는 제안이 나오는 것에 대해 "러시아는 어떠한 양보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한반도식 해법으로는 향후 지속될 정정 불안으로 러시아가 떠안아야 하는 부담이 크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나리시킨 국장은 "서방 국가들이 우크라이나에서 실패에 직면하고 있지만 그들은 쉬지 않을 것"이라며 "그들은 평소처럼 CIS와 러시아 주변에 혼란을 일으키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알렉산드르 보르트니코프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국장도 이날 CIS 안보·정보기관 회의에서 미국, 영국과 그의 동맹국들이 CIS의 동맹 관계에 노골적으로 간섭하고 통합을 방해하려 한다면서 "모든 종류의 도발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르트니코프 국장은 특히 "퇴임하는 조 바이든 정부는 국내 정치 투쟁의 하나로 미국에 핵심적인 유라시아 지역의 상황을 최대한 악화하려고 할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구소련 국가와 중동, 동남아시아의 긴장이 고조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바이든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미국산 장거리 미사일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할 수 있도록 승인한 것이 이와 관련한 첫 번째 조치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들의 주 목표는 누적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차기 (도널드 트럼프 당선자) 정부의 선택지를 복잡하게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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