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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9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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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위기’ 존슨 英 총리, ‘우크라 승리’에 총리직 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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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보수당, 보궐선거에서 2곳 다 야당에 참패

존슨 "겸허하게 비판 받아들이나 사임은 안 해"

우크라 지원에 총력 다하겠다는 강한 의지 표명

세계일보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운데)가 지난 24일(현지시간) 아프리카 르완다 수도 키갈리에서 열린 영연방 정상회의(CHOGM)에 참석한 모습. 오른쪽은 부인 캐리 존슨 여사. 키갈리=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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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파티게이트’, 그리고 최근 집권 보수당의 지지율 하락 때문에 사임 압박을 받아 온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사임하지 않겠다는) 내 마음에 심리적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치권과 언론이 영국 국내정치 사안보다는 우크라이나 사태 같은 진짜 심각한 문제에 더 관심을 두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존슨 총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국제사회의 대(對)러시아 제재 및 우크라이나 지원을 주도해왔다.

존슨 총리는 영연방 정상회의(CHOGM) 참석차 아프리카 르완다를 방문 중인 25일(현지시간) BBC 라디오에 출연해 인터뷰를 했다. 마침 전날 하원의원 지역구 2곳의 보궐선거에서 보수당은 모두 졌다. 야당인 노동당과 자유민주당이 1석씩 의석을 늘렸다. 이들은 당장 “집권 보수당이 국민 심판을 받았다”며 존슨 총리 퇴진을 요구했다. 충격을 받은 보수당 올리버 다우든 대표는 스스로 물러났다.

인터뷰에서 존슨 총리는 “겸손하고 진실하게 비판을 받아들인다”고 했다. 영국에서 코로나19가 창궐하던 기간 정부 방역지침을 어기고 다우닝가 10번지 총리관저에서 파티를 연 사실이 알려진 뒤 본인과 보수당 지지율이 급락한 데 따른 책임을 통감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하지만 그는 거취에는 선을 그었다. 보궐선거 패배가 자신의 심경에 변화를 일으키는 일은 없을 거라고 단언한 존슨 총리는 “저는 동료 의원들로부터 새로운 권한을 부여받았다”며 “계속 총리 직무를 이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티게이트 등 추문에도 불구하고 보수당 내 신임투표에서 의원 59%의 지지로 재신임을 받았음을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여당 의원의 41%가 현직 총리의 불신임 쪽에 선 뼈아픈 현실은 언급하지 않았다.

그 대신 존슨 총리는 “정말 중요한 비판과 그렇지 않은 비판을 구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파티게이트 같은 사적인 문제보다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그리고 전쟁 장기화에 따른 생활비 폭등과 경기침체 우려 등에 대한 내각의 대응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러시아의 폭력과 그 침략에 맞서는 것에 초점을 맞추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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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왼쪽)가 지난 17일 러시아의 침공 후 두 번째로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방문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악수하는 모습. 영국은 모든 서방 국가들 중에서 우크라이나 지원에 가장 적극적이다. 키이우=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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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은 개전 후 러시아 제재에 앞장서고 또 우크라이나를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왔으나 최근 돌아가는 전황은 우크라이나에 다소 불리한 것처럼 보인다. 동부 돈바스 지역의 전략적 요충인 세베로도네츠크가 결국 러시아군에 함락되고 만 점이 이를 보여준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영국 등 서방 국가들 정부에 더 많은 고성능 중화기의 신속한 제공을 호소하는 중이다.

존슨 총리는 “만약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상황이 너무 어려워지거나 우크라이나 지원에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우리가 (우크라이나를) 포기해야 한다면 총리직을 그만두겠다”고 말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전황에 자신의 신임을 걸겠다는 취지다.

르완다에서의 회의를 마친 존슨 총리는 독일 바이에른주로 이동해 26∼28일 G7(주요7개국)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이어 곧바로 스페인 마드리드로 가서 29∼30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일정까지 소화한다. 우크라이나를 ‘승리’로 이끄는 데 총리직을 건 존슨 총리가 서방의 전폭적 지원 약속을 이끌어내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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