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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호주, 2030년 핵잠수함 도입… 美와 함께 中견제망 구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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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급 2척 美서 건조… 中안보 위협에 10년 이상 일정 앞당겨<BR>잠수함 제조에만 153조원 투입, 美·英 도움받아 총10척 확보키로

조선일보

버지니아급 핵잠수함이 운항 중인 모습. /밀리터리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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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가 오는 2030년까지 7800t급 핵추진 잠수함 두 척을 도입할 계획이라고 영국 가디언과 호주 일간 디오스트레일리안 등이 12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작년 미국·영국과 함께 3국 안보 동맹 ‘오커스(AUKUS)’를 창설했을 때 “오는 2040년 이후 핵잠수함 선단을 창설할 계획”이라고 했던 것보다 일정을 10년 이상 앞당긴 것이다. 호주는 또 핵잠수함 최대 보유 척수를 8척에서 10척으로 늘리기로 했다. 호주가 계획대로 핵잠수함을 확보할 경우, 미국의 동맹국 중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가장 강력한 잠수함 전력을 보유한 국가가 될 전망이다. 그 결과 태평양과 남중국해 등에 공격적으로 진출하고 있는 중국에 맞서, 호주가 미국·일본과 함께 강력한 해양 억제망을 구축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날 외신 보도에 따르면 호주는 최근 미국 측과 버지니아급 핵잠수함 두 척을 오는 2030년까지 도입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이 잠수함들은 미국 코네티컷에서 건조된 뒤 호주에 인도될 예정이다. 호주 국영 ABC 방송은 “내년 3월쯤 핵잠수함의 구체적인 설계도와 단계별 건조 계획, 잠수함 승조원 훈련 계획 등이 완성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길이가 115m에 달하는 버지니아급 핵잠수함은 배수량 7800t급으로 미 해군의 주력 잠수함이다.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을 쏠 수 있는 수직발사관(VLS)을 12 장착하고 있다. 토마호크 미사일은 최대 200kt 위력을 갖는 핵탄두를 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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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버지니아급 핵잠수함


호주는 이번에 핵잠수함 보유 척수도 10척으로 늘리기로 했다. 미국에서 들여오는 첫 두 척 이외에 나머지 8척은 호주 남부 애들레이드 지역에 있는 조선소에서 미국·영국의 도움을 받아 직접 건조할 계획이다. 잠수함 제조에만 1710억 호주달러(약 153조5350억원) 이상이 투입될 것으로 알려졌다. 가디언 등은 “작년 9월 오커스 창설 때 호주와 미국, 영국의 첫 협력 사업이 총 8척으로 구성되는 호주의 핵잠수함 선단 창설이었다”면서 “당시 기술 이전과 건조 시기 등을 고려했을 때 첫 잠수함 취역은 2040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전망됐는데 최근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고 말했다.

호주가 핵잠수함 도입 일정을 크게 앞당긴 것은 현재 호주 해군이 운용 중인 콜린스급 잠수함이 오는 2038년 퇴역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안보 공백에 대한 불안이 크게 확산될 수 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호주의 발걸음이 빨라지게 된 것은 중국의 공격적인 해양 진출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중국이 호주의 앞마당으로 여겨졌던 남태평양 지역까지 손길을 뻗치면서 호주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 됐다.

중국은 지난 4월 호주 인근 솔로몬 제도와 안보 협정을 맺은 데 이어 왕이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지난달 태평양 섬나라 8국을 방문, 중국 해군의 진출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최근엔 캄보디아의 레암 해군 기지 북쪽에 비밀 해군 기지를 건설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지난 6일 중국 J-16 전투기가 공해인 남중국해 상공에서 평소와 같이 정찰 비행을 하던 호주 공군 P-8 초계기 앞을 가로질러 비행하고 작은 알루미늄 조각을 뿌려 위협하는 일도 벌어졌다.

호주가 핵잠수함을 보유하게 되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군사 판도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될 전망이다. 현재 전 세계에서 핵잠수함을 보유한 나라는 6국에 불과하다. 미국이 72척으로 가장 많고, 러시아 32척, 중국 12척, 영국 11척, 프랑스 8척, 인도 2척 등이다. 이런 상황에서 호주가 10척의 핵잠수함을 갖게 될 경우 상당히 강력한 군사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 12척을 가진 중국에 거의 맞먹는다. 인도가 군사적으로는 미국의 맹방이라 할 수 없는 상황이고, 일본은 핵잠수함을 갖고 있지 않아 미국으로선 호주에 대한 의존도가 크게 높아질 수 있다. 현 야당인 자유당의 대표 피터 더튼 전 호주 국방장관은 “현재 호주가 보유하고 있는 디젤·전기 추진 잠수함으로는 중국에 맞설 수 없다”며 “이르면 다음 달쯤 (핵잠수함과 관련한) 윤곽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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