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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화물연대 총파업

화물연대와 함께 ‘차 세운’ 비조합원들 “정부는 이간질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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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가 무기한 전면 총파업을 시작한지 2일차인 8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교육장에서 화물연대본부 조합원들과 관계자들이 기자 간담회를 열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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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이 있는 삶이 가능해졌어요. 행복지수가 높아졌달까?” “운수사와 화물기사가 갑을관계가 아니라 수평적 관계가 됐어요.”

42년차 화물기사 김영호(63)씨에게 조합원도 아니면서 ‘안전운임제 연장’을 요구하는 ‘화물연대’(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파업에 참여한 이유를 물었더니 기대를 넘어서는 말들이 흘러나왔다. 경기도 의왕시 내륙 컨테이너기지(ICD)를 거점으로 활동하는 그는 8일 <한겨레>에 “안전운임제로 수입이 15~20% 정도 늘었고, 그만큼 무리한 운전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삶이 달라졌다”며 “비조합원도 안전운임제를 지켜야 한다는 절박함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운수회사 화물기사 60여명 중 조합원은 60%쯤 되지만, 모든 차를 다 세웠다”며 의왕 ICD가 멈춰선 이유를 설명했다. 화물연대가 “안전운임제를 적용받는 컨테이너트레일러·시멘트운송차량 비조합원이 많은 주요 물류거점이 멈춰서고, 물동량이 거의 없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안전운임제는 화주·운수사·화물기사·공익위원이 참여한 가운데 안전운행에 필요한 적정한 화물차 운임을 정하는 제도다. 김영민씨는 인천신항을 거점으로 서울~부산을 오가며 컨테이너를 싣고 나른지 20년이 넘은 비조합원이다. 그는 8일 화물연대 간담회에서 “예전엔 일주일치 옷을 싸갖고 다니며 한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하루 2~3시간씩 자며 운전했다”며 “비조합원들도 다 과거로 돌아갈 수 없지 않느냐고 얘기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안전운임 비적용 품목의 화물노동자들은 아직도 졸면서 운전을 하고 있다”며 “안전운임 일몰제 폐지와 확대(적용)가 되어 안전운임을 받으면 일부 해소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겨레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 총파업 이틀째인 8일 오전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 화물차들이 멈춰 서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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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가 지난한 투쟁을 통해 쟁취한 안전운임제를 두고 비조합원 기사들도 “화물기사들의 삶만 바꾼게 아니라, 화물운송시장 자체가 개선됐다”고 평가한다. 김영호씨는 “비조합원도 운수사와 운임교섭을 하는데 ‘안전운임대로만 달라’고 교섭할 명분이 생겼다”며 “운송사와 관계가 바뀐 게 보이지 않는 가장 큰 변화”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예전엔 (화주들이) 운수사끼리 저가 경쟁을 시켰는데 안전운임이라는 기준이 있으니 경쟁도 덜해졌다”고도 말했다.

비조합원 기사들은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화물기사들을 지원하겠다’는 정부의 회유책에도 냉소적이다. 36년차 화물기사로 파업에 참여하고 있는 비조합원 컨테이너 트레일러기사 ㅎ씨는 “정부는 화물연대 파업 때마다 파업에 동참 안하는 기사들에게 혜택을 준다고 했는데 무슨 혜택을 줬냐”며 “정부가 같은 화물기사인 조합원과 비조합원을 이간질시키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2002년 이후 화물연대가 대정부 투쟁을 벌여 유가보조금 화물기사 지급, 고속도로 통행료 할인 등을 관철시킨 사례를 나열하며 말했다. “그동안 길바닥인생, 할부인생 화물기사들을 위해 정부가 해준 것보다 화물연대가 싸워 얻어낸 것이 훨씬 많았다. 비조합원으로서 그동안 무임승차한 게 미안해서라도 차를 세웠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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