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총파업 이틀째인 8일 오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명촌정문 앞에서 화물연대 조합원들과 경찰이 대치하고 있다. 현대차 울산공장을 오가는 화물연대 조합원들은 이날부터 운송 거부에 들어갔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가 총파업에 돌입한 지 이틀째인 8일 경기 이천과 부산 등 집회 현장에서 화물연대 소속 조합원 총 17명이 경찰에 체포되는 등 충돌이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경기 이천경찰서는 이날 하이트진로 이천공장 앞에서 화물연대 소속 조합원 15명을 업무방해 혐의 현행범으로 체포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날 오전 8시 30분께 하이트진로 이천공장 앞에서 제품 출하 차량 진행을 막아선 혐의를 받고 있다. 이천공장에서는 조합원 20여 명이 철야 집회를 이어갔으며 밤사이 귀가했던 조합원들이 아침 일찍부터 합류하면서 공장 밖으로 나가는 출하 차량을 몸으로 막는 등 불법집회를 계속했다. 이날 부산에서도 차량 운행을 방해한 화물연대 노조원 2명이 경찰에 체포됐다. 부산 강서경찰서는 업무방해 혐의로 화물연대 노조원 2명을 조사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날 오전 8시 37분 부산 강서구 신항 삼거리 선전전 현장을 지나던 트레일러 2대의 진행을 막아서며 물병과 계란을 던진 혐의다. 경찰은 이들을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화물연대 총파업이 이틀째 맞으면서 전국 곳곳에서 물류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화물연대는 현대차·기아에 부품 운송을 거부한 데 이어 완성차 운송까지 중단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사태가 번지면 신차 출고에 심각한 차질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화물연대 서울·경기지역본부는 기아 오토랜드 광명·화성에서 생산된 완성차에 대한 운송을 거부키로 했다. 8일부터 운송 거부가 시작되면서 차량을 실어나르는 '카캐리어' 운행이 중단됐다. 기아와 계약한 완성차 운송업체 소속인 카 캐리어 200여 대 중 98%가량이 화물연대 소속인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철강업체도 전날에 이어 제품 출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포스코는 포항·광양제철소에서 하루 약 3만5000t 분량의 철강제품이 출하 지연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제철 역시 당진·순천 등 전국 4개 도시에서 하루 약 4만t의 물량이 제철소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물연대 주요 표적이 되고 있는 울산·여수·대산 석유화학단지 대기업도 공장당 하루 수천 t에 달하는 제품이 출하되지 못하면서 수억 원대 손실을 입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대산단지는 수소 트레일러 운송이 불가능해지면서 대전지역 수소충전소 운영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파업이 계속될 경우 이르면 9일부터 대전지역 충전소 운영이 불가능해질 전망이다.
하이트진로 청주공장은 이날부터 출고를 재개했지만 화물연대 소속 노조원들이 파업을 이어가면서 작업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주류 도매업체 직원 수백 명이 두 공장에 트럭을 끌고 와 직접 소주 조달에 나서면서 급한 불을 끄고 있지만 파업 장기화에 따른 '소주 대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이천공장에서 화물연대 소속 노조원 15명이 체포된 이후 큰 무력 충돌은 없는 상태"라며 "도매업체 차량은 판매용이라 적재 가능 물량이 적어 출고율은 여전히 낮다"고 전했다. 화물연대 파업으로 맥주 출하량이 평소 5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오비맥주는 대체 운송 차량 확보에 나서고 있다. 대형마트와 편의점 업계는 이번주 판매할 재고까지 확보해뒀지만 파업 장기화로 인한 악영향을 예의 주시하는 분위기다.
이날 민주노총 화물연대본부는 기자회견을 열고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에 대한 정부 약속이 있을 때까지 총파업을 지속하겠다고 밝히면서 앞으로도 강도 높은 투쟁을 예고했다. 특히 화물연대는 이번 총파업으로 전국 유통·물류 현장이 버틸 수 있는 기한이 대부분 2~3일에 불과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들은 "정부의 행태가 바뀌지 않고 탄압 일변도로 나가 투쟁 수위를 높일 수밖에 없다"며 "이른 시일 내에 전국 화물차(자동차) 생산라인을 멈추고 유통·물류 체계를 완벽하게 세울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화물연대는 이날 서울시 중구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히면서 안전 운임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화물연대는 "유가 급등으로 화물 운송비용이 급상승했는데도 화물 운송료는 유지되고 있다"며 "화물 노동자의 월평균 순수입은 약 342만원으로, 경유가격 인상으로 지출이 100만~300만원 증가하면 사실상 수입이 없는 상황에 직면한다"고 주장했다.
화물연대는 유류세와 함께 유가 보조금이 삭감되기 때문에 유류세 인하 효과가 미미해 화물 노동자들이 생계 위협에 내몰려 있다고 주장했다. 화물연대에 따르면 7일 기준 전국 평균 경유가격은 ℓ당 2028원으로 1년 전인 지난해 6월 평균(1374원)보다 47.6% 상승했다.
[포항 = 우성덕 기자 / 부산 = 박동민 기자 / 한상헌 기자 / 문가영 기자 / 원호섭 기자 / 진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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